글쓰기의 최고 동기부여는 역시 독서인가
취미가 뭐예요?
독서는 아니겠죠?
취미 기재란에 독서라고 쓰는 것만큼 진부한 답이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요즘 내가 푹 빠져 버린 취미는 독서다. 취미에 '독서', '책 읽기'를 쓰는 사람은 취미가 없어서 대충 쓴 것 일거라 의심했던 과거의 나를 반성해본다. 취미라고 해야 할지 일이라고 해야 할지 애매할 정도로 요즘 나의 독서에 대한 즐김과 사명감은 50:50 수준이다.
8월 21일 오늘 기준,
2022년 올해 읽은 책은 대략 80권 정도다.
나도 세어보고 놀랐다. 불과 4년 전의 나는 1년에 3-4권 읽는 게 다였다. 그러니 취미가 독서라는 사람을 보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수밖에. 역시 사람은 자기가 아는 딱 그만큼만 보인다. 내가 읽지 않으니 세상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대학교수님들 밖에 없다고 생각했으니.
학창 시절에는 교과서만 보기에도 벅찼다.(나만 그랬던 것인가) 그 당시 내가 읽었던 책은 딱 3종류였다.
과목별 교과서, 친구들이 가져오는 만화책, 김민희가 나오는 패션 잡지 정도였다.
그리고 대학 졸업 후 26살부터 사업이란 걸 해보겠다고 설쳤던 터라 나의 20대도 책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책을 열심히 읽었다면 사업이 망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 말이지.. 왜 그때는 몰랐을까. 책 읽을 시간에 일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던 우물 안 개구리가 바로 나였다.
그러다 책을 좀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시기는 나이의 앞자리가 '3'으로 바뀌면 서다. 계기가 되는 특별한 사건은 없었다. 그냥 서른 살이라는 숫자가 주는 힘이 컸던 것 같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룬 것 없는 나의 20대가 끝났다, 좀 더 가치 있는 인생을 살려면 책을 읽어야 하지 않을까?'
응? 뭐에 홀린 거야? 아무튼 그래서 그때부터 아주 야심 차게 서점을 한 번씩 들리곤 했는데 1년에 3-4권 정도 읽었던 것 같다^^ (겨우겨우)
그런 내가!
8개월 동안 80권을 읽었다고?!
작년에 56권.
재작년엔 대략 20권.
그리고 지금은 읽기만으로는 해결이 안 되는 가슴속 알 수 없는 꿈틀거림, 또 주체할 수 없이 올라오는 이 근거 없는 열정, 글을 쓰고 싶다는 막연한 감정까지, 누군가 내 몸을 막 흔들어 어디로 날려버리는 듯한 느낌이다. 그 감정에 이끌려 잠시 포기 상태였던 브런치를 다시 열어 키보드를 힘차게 두드리고 있다.
뭘 쓸지도 모르는 상황에 갑자기 이렇게 무언가를 쓰고 있는 지금의 내 모습이 낯설지 않다. 일단 지르고 보는 사람.. 동기부여가 너무 잘 되는 사람.. 일단 벌려놓고 수습하는 사람. 요즘은 도통 보기 힘들었던 예전의 내 모습이다.
어느 순간 직원이 25명이 되었고 지금의 나는 걱정이 많다. 그래서 도전하고 싶은 게 있으면 혼자 사업할 때 생각하면서 눈 딱 감고 저질러 보는 것도 방법이라 생각하며 무작정 저질러 본다. 혁신은 그렇게 이루어지는 거라며? 책에서 그러던데?
책 속에 답이 있다는 믿음이 생길 수밖에 없는 작은 경험들을 하기 시작하면서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책을 정독했다. 올해는 정말 매일 아침 읽었다.
매일 읽으니 쓰고 싶어졌다.
그동안 기록하지 못한 날들이 아쉽다. 일기도 좀 써놓고, 기록도 좀 해놓고 그랬다면 우리 아들들에게 들려줄 이야기도, 직원들에게 들려줄 이야기도 너무 많은데.
기억하고 싶은 현재의 순간들, 기록하지 못한 잊지 못할 과거의 순간들, 맞이하고 싶은 미래의 순간들까지 다 기록하고 싶어졌다. [역행자] 책에 나오는 '유전자 오작동'이 일어나기 전에(내가 무슨 글이야 라는 생각이 들기 전에) 바로 실행해 본다.
요즘 나의 습관은 '5, 4, 3, 2, 1'을 마음속으로 세는 거다. 아침에 일어나기 싫을 때 마음속으로 '5, 4, 3, 2, 1'을 세고 벌떡 일어난다. 지금 하면 굉장히 좋은 일인데 귀찮아서 자꾸 미루고 싶어질 때 '5, 4, 3, 2, 1'을 세고 바로 시작한다. 다음에 '내 하루를 바꾸는 5, 4, 3, 2, 1 법칙'도 브런치에 기록해보겠다.
글쓰기를 위한 최고의 동기부여는 독서다. '5, 4, 3, 2, 1'도 안될 때는 그냥 읽어라.
읽으면 쓰고 싶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