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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색 머리로 출근한 PM

#우당탕탕_성장기 #PM/PO

by Sydney

성향, 회사, 직군에 따라 우리는 모두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출근합니다.

어떤 회사는 단정한 복장이 필수고, 또 어떤 회사는 출근 자체만으로 충분한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셔츠에 구두를 신고, 누군가는 모자에 슬리퍼를 신은 채 출근합니다.


저는 PM으로 직무를 전환하기 전까지,

정해진 복장을 지켜야 하는 환경에서 일해왔습니다.

청바지는 금요일에만 허용됐고, 앞뒤가 막힌 신발이 원칙이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복장이 자유로운 회사에 입사한 저는,

염색을 하고 싶은 마음이 더욱 커졌던 것 같습니다.




2021년, 제가 처음 PM으로 발을 디뎠던 그곳은 복장에 대한 규정이 전혀 없는 스타트업이었습니다.

모자, 트레이닝복, 슬리퍼까지.

말 그대로 모든 것이 허용되는 곳이었습니다.


"이때다!"


대학생 시절, 핑크색 머리를 휘날리며 춤추던 제가 떠올랐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입사 한 달 만에 저는 결심했습니다.


"대표님, 혹시 저 핑크색 머리로 염색해도 될까요?"
"어우 당연하죠. 기대되는데요?"
"저 진짜 해요..?"


그리고 며칠 후, 눈에 띄는 화려한 핑크머리를 하고 당당히 출근했습니다.


누군가는 말했습니다.

"이쁘다!", "부럽다!"


또 다른 누군가는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말세다 말세.. 요즘 애들은 이래..?"


그때의 저는,

"뭐 어때! 염색한다고 일을 못하는 건 아닌데!"라는 마음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꽤나 오만한 생각이었습니다.




직장에서 "상대방이 보는 나"에 대해 고민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물론, 너무 신경 쓰는 것도 문제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PM, PO처럼 설득과 협업이 중심이 되는 직군이라면, 이 고민은 필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PM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무렵의 저는,

작고 자신 없는 목소리, 낮은 자세, 화려한 머리, 캐주얼한 복장으로 미팅에 들어섰습니다.

결과는...


설득 실패.

신뢰 실패.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 PM이었기 때문이었을까요?

물론 그것도 이유였지만,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중요한 일을 맡겨야 할 때,

우리는 그 분야에서 가장 전문적이고 신뢰 가는 사람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함께 일할 상대는 가장 잘하는 사람, 믿음직한 사람이길 바랍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죠.


그렇다면 신뢰를 줄 수 있는 전문가의 모습이어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안정감은 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물론 '보여지는 모습'만 갖추면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PM으로서 필요한 경험과 지식, 스킬은 여전히 중요하니까요.

하지만 그 시작점은 결국 보여지는 인상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저는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직장 상사의 미팅에 참여해, 그들의 복장, 말투, 자세, 손짓, 말의 흐름과 설득 방식까지 유심히 관찰했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저만의 색깔을 만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PM이라는 직무는 수많은 이해관계자들과의 대화를 요구합니다.

고객사, 직장 상사, 개발팀, 디자인팀, 인프라팀, 영업팀, 마케팅팀...

말 그대로 모두와 소통하는 직업입니다.


그래서 지금의 저는,

목소리, 말투, 자세, 복장, 메이크업, 머리 스타일까지.

저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에 조금 더 '신경을 쓰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오늘 나는 어떤 모습으로 보이는 것이 좋을까?




이제는 하루를 시작하기 전, 조용히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오늘은 어떤 사람을 만나지?
그 사람의 연령대, 성격, 성향은 어떨까?
편안한 대화가 될까, 단단히 준비해야 할 미팅일까?

...



그리고 하루를 그려봅니다.

어떤 모습이 오늘의 나에게 가장 어울릴지,

어떤 모습이 오늘의 나를 가장 잘 도와줄지.



'보여지는 나'는 때때로, '내가 되고 싶은 나'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합니다.

보여지는 모습에 신경 쓰는 사람, 스스로를 가꾸며 신뢰를 만들어가는 사람,

그리고 성장을 향해 꾸준히 나아가는 모든 PM/PO 분들을 응원하며,

오늘보다 조금 더 단단한 내일을 만들어가시길 바랍니다.





첫 번째 글에 어떤 이야기를 담아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어쩌면 너무 소소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저의 성장통을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우당탕탕, 그러나 꾸준히 나아가는 PM의 이야기.
저의 소소한 글이 누군가에게는 작은 도움과 응원이 되길 바라며, 차근차근 써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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