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생활.zip
얼마 전, 친한 동생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언니, 진짜 친한 제 친구가 PM으로 이직하려고 하는데 고민이 많대요. 혹시 상담 한 번만 해주실 수 있어요?"
그 친구는 금융권 중견기업에서 서비스 기획자로 일하고 있었고, 스타트업에서 PM으로 일할 기회가 생겨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스타트업에 들어가도 괜찮을까?"
제가 다닌 스타트업은 신사에서 역삼, 그리고 여의도로 넘어와 2 IFC, 3 IFC로 넓히며 빠르게 성장했고, 그 정장의 한복판에서 직접 부딧히며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제 경험을 토대로, 그 친구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줘야 할지 제 커리어를 되짚어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만약 스타트업에 들어간다면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에 대해 몇 가지 정리해보려 합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저의 경험'에서 비롯된 이야기이며, 사람마다 상황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1. 상사
스타트업은 특히 '사람'이 정말 중요하다고 합니다.
저는 그중에서도 나의 '상사'가 어떤 사람인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입사 당시 제 목표는 단순했습니다.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되자."
즉, '배움'과 '성장'이었습니다.
운 좋게도, 저의 첫 스타트업에는 '정말 똑똑한 분', 그리고 '말을 정말 잘하는 분'이 있었습니다.
한 분은 제가 PM으로서 반드시 알아야 할 기술과 지식을 알려주셨고,
다른 한 분은 커뮤니케이션과 사고방식에 대해 많은 배움과 깨달음을 주셨습니다.
제가 이 회사에서 버틸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죠.
한 분은 새벽까지 시간을 내어 교육해 주셨고,
그 덕분에 개발과 협업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으며, 문제 해결 방식뿐만 아니라 문제를 보는 시각도 키울 수 있었습니다.
API의 A도 모르던 제가, 서버가 무슨 역할을 하는지도 모르던 제가,
직접 API를 테스트하고, DB를 조회하고, 인프라 구조를 짜고, AWS 자격증도 취득할 수 있었죠.
문제 발생 시 안절부절하던 제가,
직접 로그를 보고, DB를 조회하고, 구조적으로 문제를 해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른 한 분에게는 소통의 방식, 상황을 해결해 나가는 사고법, 생각을 전환하는 방법 등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해관계자가 많고, 매일 수십 번씩 설명하고 설득해야 하는 환경에서
그는 저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상대방을 이해시키는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이 두 분과 함께 하며, 회사의 방향성과 전략을 고민할 때도
'회사에 도움이 될까?' 만이 아니라 '개인의 성장이 함께 갈 수 있을까?'까지 고민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는 배울 점이 있습니다.
심지어 잘못된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도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라는 배움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새로운 직장을 선택해야 한다면, 특히 그 곳이 스타트업이라면,
내가 꿈꾸는 성장의 방향과 맞는 사람이 있는가.
이 부분을 꼭 살펴보시면 좋겠습니다.
2. 본인의 가치관
스타트업은 도전의 연속입니다.
대기업에서는 큰 사고가 아닐 문제도, 스타트업에선 한순간에 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맡은 업무 외에도 이것저것 도와야 할 일이 많고, 혼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태도 또한 요구됩니다.
그래서 스타트업은 단순히 '좋은 기회'라고 해서 선택할 수 있는 곳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커리어 성장에 더 큰 비중을 두는 사람, 불확실성을 견디며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곳입니다.
반면, 워라밸이나 안정적인 환경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면, 스타트업은 잘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불확실성 속에서 누구보다 빠르게 깊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나에게 '일'이란 어떤 것인가.
이 부분을 스스로 질문해 보시길 바랍니다.
3. 대표
1번 내용과도 겹칠 수 있지만, 결이 조금 다릅니다.
스타트업의 대표는 실무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면서도, 때때로 전체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비전이 없거나, 결정을 내리지 못하거나, 혹은 반대로 독단적인 결정을 내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결정 하나가 회사를 위기로 몰고 가는 순간을 직접 목격한 적도 있습니다.
스타트업에서는 대표가 '한 사람'이 아니라,
'한 방향'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대표가 어떤 사람인지,
회사와 나를 어디로 데려가려는지,
그 사람이 정말 '고민하는 사람'인지,
이걸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인생의 절반 이상을 '일'하며 살아갑니다.
그만큼 어떤 회사에서, 어떤 사람들과, 어떤 태도로 일할지는 너무나 중요한 결정입니다.
저는 지금도 고민하며 회사를 고르고 있습니다.
'저의 다음 성장'을 위해서.
혹시나 지금 이직을 앞두고 있다면, 혹은 처음 스타트업에 입사하려 한다면,
잠시 멈추어
나의 목표와 방향을 함께 고민해 줄 사람이 있는지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함께 나눌 수 있는 환경인지
그리고, 이 회사를 이끄는 리더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인지
그걸 한 번쯤 돌아보셨으면 좋겠으며, 이 글이 그런 고민의 시간에 작은 나침반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