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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민 May 05. 2020

연예인이 되기 위해 연영과에 가지 마라

‘너는 왜 연극영화과를 가려고 해?’ ‘왜 연기를 배우려고 해?’ 라고 물어보면‘연예인이 되고 싶어서’라고 대답하는 학생들이 간혹 있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행동 중 하나가, 연예인이 되기 위해 연극영화과에 진학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그런 사람은 연극영화과를 가도 연예인이 될 수 없다. 가난한 연극쟁이, 영화쟁이는 될 수 있을지언정 학생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스타나 인기 연예인은 더더욱 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일단 연예인이 되는 과정 자체가 철저히 상업화되었기 때문이다. 


연예인은 계획되고 만들어진다


과거엔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설경구나 유오성이 대학을 다녔을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라면 말이다. 하지만 요즘은 연예인이 되려면 초등학교 4~5학년 때부터 기획사를 드나들어야 한다. 물론, 부모들의 로비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현재 방송을 주름잡고 있는 대부분의 연예인은 철저하게 계획되고, 훈련되고, 마케팅으로 만들어진 존재들이다. 동국대, 중앙대를 나온 스타들 누구누구는 뭐냐라고 물어올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은 연극영화과를 나와 스타가 된 게 아니다. 스타가 된 후에 대학에 들어간 것이다. 학교는 홍보도 되고, 이미지도 좋아지고, 공짜 광고까지 가능한 데다 동문이랍시고 몇억씩 돈도 모아다 주니 더 좋다. 반대로 연예인 입장에선 동대, 중대 연영과에 입학해 학벌 콤플렉스를 단번에 벗어던질 수 있으니 상호이익인 것이다. 그러니 연예인이 되고 싶다면 연영과에 가지 말아야 한다. 너는 (소녀시대의) 윤아가 아니기 때문이다. 너는 윤아가 걸어온 길을 걷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획사 라인이 아니라는 말이다.


십 년 전만 해도 동국대 전체 수석(의대 포함)을 연영과 학생이 하곤 했었다. 한마디로 전국의 수재들이 연영과에 다 모이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커트라인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중앙대, 동국대, 한양대 연영과를 실기가 아닌 연출전공으로 들어간다면 그렇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중 연영과를 나와서 연예인이나 스타가 되는 학생이 과연 몇이나 될까? 물론 설경구나 유오성, 가깝게는 김인권이나 오만석, 직접 가르친 바 있는 강소라처럼 연영과에 진학한 다음 유명 배우가 된 경우는 꽤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영화배우의 한정된 것이고 그나마 비율이 급감하고 있다. 요즘엔 영화배우 역시 다 기획사를 통해 캐스팅되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연영과 출신들에게는 조연, 그것도 아주 한정적인 배역만이 제한적으로 가능할 뿐이다. 그조차도 경쟁이 엄청나게 치열하다. 전교 1등도, 아이돌 출신 스타도 손쉽게 동국대 연영과를 간다. 이게 현실이다.


예술은 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그러나 전교 1등으로 들어와서 김인권 정도의 지명도를 얻는 건 그야말로 각고의 노력이 없이는 힘든 일이다. 그리고 진구 같은 배우를 보라. 그가 연영과 출신인가? 천정명? 이영애? 아니다. 그러니까 연영과 출신으로 성공한 영화배우도 사실 연영과 출신이라서 이득을 본 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바꿔 말하면, 굳이 연영과 나오지 않아도 배우는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거다. 영화배우도 그럴진대 하물며 TV에 나오는 예능 연예인이 되기 위해 연영과 가는 건 미친 짓이다. 교수가 면접 때 제일 싫어하는 말이 뭔지 아는가? 바로 연예인 되고 싶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연영과는 어떤 생각으로 진학해야 할까? 결론은 간단하다. 예술의 한 영역으로서의 배우가 되기 위해 가야만 한다. 감독이 영화로, 화가가 붓으로, 조각가가 망치와 정으로, 성악가가 노래로 자신의 예술세계를 표현하는 것처럼 배우는 신체로 자신의 예술세계를 표현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생각을 분명히 갖고 입시에 임해야 한다. 예술을 한다는 분명한 목표의식 없이 화려한 삶만을 동경하거나, TV스타가 되고 싶어서 연극영화과를 지원하는 건 자살행위다. 백수로 가는 지름길이다. 연기를 통해 나만의 이야기를 표현하고, 연출을 통해 내 생각을 공유하고, 예술의 한 영역으로서 연극영화를 생각하는 것이 연극영화과를 진학하는데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다. 예술가가 되기 위해 연극영화과를 가야 한다. 예술을 꿈꾸면 꿈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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