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경험을 통해 공감 경험을 만드는 디자이너
실무를 수행하면서, 요즘 제 머릿속에서 자주 떠오르는 것이 있습니다.
"사용자에게 팔리는 디자인은 어떻게 만들까?"
여러분에게 상업적으로 유의미한 디자인은 무엇인가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시각 경험을 통해 공감 경험을 만드는 디자인'이라고요. 모든 서비스는 사용자에게 보이기 위해 시각 경험을 제공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사용자는 서비스를 확인하고, 돈을 지불해 서비스를 이용할지 고민합니다.
이 과정에서 서비스가 사용자에게 자신의 변화될 경험과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해 공감을 얻을 경우, 사용자는 돈을 지불해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며 비로소 공감 경험이 완성됩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상업적으로 유의미한 디자인입니다.
뻔한 말로 들리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실무에서 많은 디자이너들이 이를 간과하고 있습니다. 바로 '공감'에 중요성입니다. 사용자에게 공감을 얻기 위해선 사업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용자가 자신이 만든 디자인을 쉽게 이해할 거라고 지레짐작해선 안됩니다.
오늘 저는 여러분에게 본질을 이해해 시각 경험을 만들고, 이를 공감 경험으로 이어지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디자이너분들에게 작게나마 영감을 얻는 시간이 되길 기대합니다. (웃음)
디자이너는 사용자가 동일한 시각언어와 가치관을 공유한다고 지레짐작해선 안된다.
- 뤼번 파터르
위에서 언급한 상업적으로 유의미한 디자인을 만들기 위한 첫 번째 방법은 '기업의 사업 전략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즉, 기업의 사업의 본질을 이해하자는 말이자, 이 기업이 왜 존재하는지 그 이유를 이해하자는 말입니다. 평소에 제 글을 유심히 읽으신 독자분들이라면 저에게 많이 들으셨을 겁니다.
자신이 속한 기업의 사업 상품이 무엇이고, 이 상품의 핵심 경험은 무엇이며, 이를 통한 사업 전략은 무엇인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디자이너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사용자 경험의 차별화된 포인트를 이해합니다. 자신이 속한 기업의 차별화된 전략을 이해하는 것이죠. 혹은 이러한 전략이 경쟁사 대비 부족하더라도 그 중요성을 알기에 이해하려는 노력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이 중요합니다. 사업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우리가 디자인 학사 학위를 받기 전에 졸업 전시회 개최를 필수 조건이라 생각합니다. 선배들이 그렇게 해왔고, 디자인을 전공한 학생이라면 누구나 하니까. 이러한 배경에서 대부분은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늘 시행하고 있기에 '왜'라는 행위에 대한 본질을 고민하기보단, 졸업 전시회를 잘하려는 '어떻게'에 집중합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졸업 전시회를 '왜'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이를 통해 내가 무엇을 이루고 싶고, 관람자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하고 싶은지 고민하는 동기생이 있습니다. 이러한 친구들은 늘 다른 결과물을 만들며 인정받을 확률이 높았습니다. 공감하시나요? 이 친구들이 인정받았던 공통적인 특징은 졸업 전시회의 본질을 이해한 것에 있었습니다.
시각 경험이 공감 경험으로 이어지기 위한 방법도 동일합니다. 우리가 만든 시각화된 이미지, 인터렉션, 메시지가 사업 전략을 충분히 담고 있지 않고 퍼포먼스에 집중한다면 공감 경험으로 연결될 수 없습니다. 표현기법에만 집중해 무조건 3D로 만들어 시각적으로 멋지다는 평가를 받는다든지, 추상적인 조형들로 예쁘다는 평가를 받는다든지 말이죠.
퍼포먼스에 집중한 디자인들의 공통적인 문제점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기업이 주인공이다'입니다. 사용자는 기업의 스토리가 아닌, 자신들의 스토리에 관심이 있습니다. 스토리의 주인공이 기업이 아니라 사용자 자신이길 원하며, 어려운 이야기를 그저 '소음'으로 생각할 뿐입니다. 즉, 사용자는 우리 상품을 통해 자신의 변화될 경험과 라이프스타일을 기대합니다.
기업은 이 포인트를 중심으로 사업 전략을 설계하죠. 그리고 이 포인트를 시각화한다면 시각 경험이 공감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영상을 예쁘게 만든다고, 브랜드 사이트를 예쁘게 만든다고 물건이 팔리지 않습니다. 우리가 분명한 메시지를 그리고 이를 담은 시각 경험을 전하지 않는 한, 사용자는 귀담아듣지 않고 보지 않습니다.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시각 경험이 공감 경험으로 이어지기 위한 중요 포인트는 '기업의 사업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 '사용자를 주인공으로 만들어 그들이 원하는 것을 발견해 시각화하는 것' '최고로 빨리 이해할 수 있는 것'입니다.
설명을 이어가겠습니다. 유의미한 디자인을 만들기 위한 두 번째 방법은 '기업의 시장 포지션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기업이 사업 전략을 세우게 되면 경쟁사 대비 어떤 포지션을 구축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경쟁사와 동일한 포지션을 구축하지 않기 위해서죠. 즉, 차별화된 경험을 사용자에게 제공하기 위함입니다. 차별화된 경험은 새로운 시각 경험을 제공할 것이며, 이 역시 공감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시장 포지션에 대한 이해도를 갖고 있지 못한 디자이너는 시장 조사를 한다든지, 경쟁사 조사를 할 때 깊이 있는 리서치를 할 확률이 적습니다. 경쟁사가 개발한 브랜드 메시지의 이유를 모를 것이며, 경쟁사의 핵심 경험이 무엇인지 모를 확률이 높습니다.
또한, 경쟁사가 만든 시각 결과물의 충분한 전략이 있음에도, 눈에 보이는 것만 판단해 완성도가 낮아 보인다는 말을 할 것입니다. 그럴 경우 차별화된 디자인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디자이너는 뻔한 결과물을 만들 확률이 높죠.
네이버웍스(라인웍스)를 예로 들겠습니다. 네이버웍스는 B2B 서비스이자, B2B 시장에서 현재 'Field(Mobile, Non-office, No-desk) + Communication Tool'로서 포지션을 갖추고 있습니다. 또한, 궁극적으로 'Field SME DX Platform'으로서 나아가고자 합니다. 이와 반대로 Slack, Microsoft Teams, Zoom과 같은 B2B 서비스는 'Office 중심의 Communication Tool'로서 포지션을 갖추고 있습니다. 같은 B2B 서비스이자 업무 플랫폼이지만, 시장 포지션은 상당히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죠.
네이버웍스는 데스크 없이 주로 휴대폰을 사용하고, IT 문해력이 낮은 현장형 근로자를 위한 서비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휴대폰이란 전자기기 자체가 누구나 배움 없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러한 사용성은 두 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는 현장형 근로자에게 적합한 업무 기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웍스는 여기에 필요한 고도화된 기술과 경험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또한, 네이버의 AI 기술력을 더해 궁극적으로 네이버웍스가 일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AI 개인비서'가 되고자 합니다. AI 기술 자체는 어렵지만 이를 사용하는 사용자는 고도화된 기술 덕분에 학습이 필요 없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며, 이는 결국 네이버웍스가 지향하는 Field SME DX Platform의 모습입니다.
저희 웍스 디자인은 이를 배경으로 한 시각 결과물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처럼 기업의 시장 포지션을 이해한 디자이너는 우리 기업의 강점을 시각화할 수 있으며, 사업과 동떨어진 시각 결과물을 만들 가능성이 적어집니다. 무엇보다 경쟁사 대비 차별화 포인트를 찾아내 이를 시각 경험으로 만드는 능력이 생길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시각 경험이 공감 경험으로 이어지기 위한 중요 포인트는 '기업의 시장 포지션을 이해하는 것' '시장 포지션 이해를 통해 강점을 시각화시키는 것'입니다.
"사용자에게 팔리는 디자인은 OOO다"라고 답을 내리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말한 것들이 정확한 정답이 아니란 것도 잘 압니다. 그러나 우리는 끊임없이 생각하는 디자이너입니다. 정답이 무엇일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이런저런 가정을 통해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며 유의미한 디자인을 만들어 내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세상에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단 한 권의 책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생각 위를 걸으라고 용기와 힘을 주는 책일 것입니다. 생각 위를 걷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면, 우리는 반드시 유의미한 무언가를 만들어 낼 것입니다. 유의미한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시는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인간은 정말 알고 싶어 한다.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은 안다는 것이다.
- 아리스토텔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