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웍스 리브랜딩 경험과 성찰을 이야기합니다.
이 글은 기업의 기밀 정보를 포함하지 않으며, 순수하게 저자의 개인적인 리브랜딩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또한, 공개된 정보와 저자의 주관적 견해를 바탕으로 합니다.
반갑습니다. 브랜딩 하는 김성빈입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글은 한 디자이너의 B2B 서비스 리브랜딩 경험과 성찰을 기록한 글입니다. 이 글은 1년이란 시간 동안 겪은 가치 있는 실패들,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물 그리고 그 사이에서 절 성장하게 만들어 준 모든 흔적들을 남기고자 쓴 글입니다.
리브랜딩 사례는 참 많습니다. 누구나 들으면 아는 브랜드의 사례부터 스타 디자이너가 있는 에이전시의 사례 등 조금만 검색하면 많은 사례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꼭 눈에 띄는 사례는 참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이런 사례들을 들여다보면서 저는 늘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나도 과연 저렇게까지 생각하고 디자인할 수 있을까?"
같은 디자이너지만 항상 남이 만든 사례가 대단해 보이고, 저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것에 자격지심마저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그런 이유로 그 과정에서 디자이너가 겪은 많은 실패와 도전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었습니다. 브랜드 관점에서 소개하는 글보단 실제 디자이너 개인의 경험을 듣는 것이 저에겐 더 필요한 정보라 생각했습니다.
브랜드 컨셉과 전략을 디자이너들끼리만 고민하고 개발한 것인지, 혹은 사업 및 마케팅 부서와 협업해 뾰족한 전략을 수립한 것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등.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보고 싶을 때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디자이너와 직접 커피챗을 하지 않는 이상 말이죠. 혹시 여러분도 공감하시나요?
그래서, 이 글은 리브랜딩을 하기에 앞서 걱정이 많았던 디자이너의 리브랜딩 여정을 가까이서 보실 수 있는 글이자, 독자 여러분께서 간접적으로 "리브랜딩 과정에서 겪는 경험들이 이런 것이구나"라고 느끼실 수 있도록 쓴 글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물론 제 관점에서 쓴 글이기에 모두가 공감할 수 없다는 전제로 말이죠.
조금은 엉성하고 부족한 저의 이야기가 본인 스스로를 향한 질문으로 이어지고, 그 질문을 통해 '다음'을 준비하실 수 있길 바랍니다. 세상은 소수의 천재뿐만 아니라 다수의 노력형의 사람들도 함께 만들어 간다는 믿음을 갖고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이 글은 일반 성인 기준 약 20분 정도의 독해 시간이 소요됩니다. 이동 중이나 휴식 시간에 읽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2023년 5월 3일, 네이버웍스 리브랜딩 첫 회의가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여러 서비스 조직(웍스모바일, 클로바, 파파고, 웨일 등)들은 네이버클라우드를 중심으로 통합을 이룬 상태였습니다. 이는 글로벌 시장 확대와 지속 가능한 사업 구조 구축을 위해 이뤄졌고, 회사의 경쟁력 있는 사업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네이버웍스를 네이버클라우드의 기술과 생성형 AI가 결합된 '통합 업무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게 됐습니다.
그동안 웍스모바일(기존 네이버웍스, 라인웍스 법인) 조직에서 네이버웍스를 협업 도구 관점에서 브랜딩 했다면, 이젠 네이버클라우드란 거대 조직에서 업무에 필요한 네이버의 기술들이 집약된 플랫폼으로서 새로운 시선의 브랜딩이 필요했습니다. 마치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한 기분처럼,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졌고 내가 키워온 브랜드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도전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리브랜딩에 있어 저에게 가장 중요한 첫 시작은 익숙함을 벗어버리고 새로움을 받아들이는 일이었습니다. 변화의 가치를 담기 위해선 기존에 구축한 브랜드 가치는 남기고, 여기에 더 큰 가치를 형성한다는 것이 상당히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흰 도화지에 새로운 것을 그리는 것보다 기존에 그려둔 그림에 새로움을 더하는 것이 더 어려운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이렇게 큰 리브랜딩 프로젝트를 경험한다는 것이 저뿐만 아니라 모든 브랜드 디자이너들이 간절히 원하는 경험이라 생각하며, 주어진 기회에 대한 감사한 마음과 이를 어떻게든 성공시키겠다는 자세로 동료들과 목표를 이루겠다는 각오로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2023년 5월 한 달간은 컨셉을 구축하는 기간이었습니다. 컨셉 구축에 첫 시작은 유사 사례를 분석하는 일로 시작됐습니다. 경쟁사들은 어떠한 컨셉으로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포지션을 구축하고 있는지 분석할 필요가 있었고, 이를 종합적으로 파악해 네이버웍스가 시장에서 새롭게 구축해야 할 전략적인 포지션은 무엇일지 정의 내릴 필요가 있었습니다.
다른 브랜드를 분석하고 우리가 이들을 함부로 정의 내린다는 일이 과연 옳은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고객 입장에서 "이 브랜드의 이미지는 이렇게 보이는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고객은 브랜드를 신뢰하고 보이는 것만 믿어야 하니까요. 그렇기에 더더욱 주관적인 관점의 정보가 아닌 사실의 입각한 정확한 정보를 찾기 위해, 브랜드 하나하나를 깊게 분석했고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Microsoft 365, Salesforce(Customer 360), monday.com, Adobe Creative Cloud 등 다양한 통합 업무 플랫폼 사례를 분석했습니다. 이들을 통해 우리는 '하나의 플랫폼에서 모두의(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킨다'는 공통된 가치를 지녔다 판단했고, 이를 다른 비주얼과 메시지로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유사한 가치를 서로 다른 컨셉으로 그들만의 전략적인 브랜딩에 많은 영감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이래서 리서치가 중요한가 봅니다!
이를 통해, 다양한 고객 니즈를 충족시키겠단 새로운 가치를 우리만의 전략적인 브랜딩으로 표현할 방법이 필요하단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네이버웍스의 '지켜야 할 가치'와 '새로운 가치'를 조화롭게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협업 도구를 처음 도입할 때 고려할 '쉽고 친근한' 브랜드에서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는 경쟁력 있는 브랜드'로 리포지셔닝 하겠다는 목표를 담은 것이죠.
그리고 한 달이 넘는 시간이 지나 네이버웍스의 뾰족한 *브랜드 스테이트먼트(Brand Statement)와 *브랜드 포지셔닝 맵(Brand Positioning Map)을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구축하기 위해 팀원들과 매일매일 대량의 리서치를 진행하고, 공식&비공식 회의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컨셉을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했던 것 같습니다. 디자이너에게 기획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때 많이 느낀 것 같아요.
*브랜드 스테이트먼트(Brand Statement): 브랜드가 무엇을, 왜, 어떻게 제공하는지에 대한 핵심 가치와 목적을 간결하게 표현한 구조를 의미합니다.
*브랜드 포지셔닝 맵(Brand Positioning Map): 시장에서 브랜드가 경쟁 브랜드들과 비교해 소비자의 인식 속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나타낸 도구입니다. 브랜드의 강점과 약점, 차별화 요소를 분석하고 전략적으로 브랜드의 위치를 설정하는 데 사용됩니다.
이 경험 덕분에 브랜드를 깊게 분석하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꼈던 것 같아요.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 브랜드도 사실은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그만큼 브랜드를 만드는 공급자와 소비자가 인식하고 있는 브랜드 이미지의 격차가 존재한다는 것을 재확인할 수 있었고, 브랜드 전략 설계의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브랜드 컨셉을 생각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정보량이었습니다. 언어와 표현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아야 하는 건 물론이고, 충분한 정보를 리서치해야만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컨셉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었습니다. 운이 좋아 빠르게 컨셉을 만들었더라도, 이것이 정말 우리에게 맞는 것인지 멀리 돌아온 것과 멀리 가지 않고 빠르게 결정한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혼자가 아닌 팀원들과의 집단 지성을 통해서만 이뤄낼 수 있는 어렵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저마다 다른 목표와 도전 과제를 안고 있는 고객 비즈니스를 위해, 필요에 따라 구성할 수 있는 다양한 업무 솔루션을 제공해, 고객 비즈니스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업무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통합 업무 플랫폼이란 브랜드 정의를 내리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한계를 넘어 새로운 생산성의 시대로"라는 브랜드 컨셉을 결정했습니다. 뾰족한 컨셉이라고 확정할 수는 없더라도, 대립되는 상대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우리 스스로가 누구인지 그리고 무엇이 되고 싶은지를 알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도였습니다.
이제 모든 기초 공사는 완료가 되었다 판단하고 우리는 디자인 스케치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걱정과 걱정을 가지고...) 그리고 팀원들과 조금씩 합이 맞춰지는 동시에 자칫 서로의 주장이 강해지면 팀워크에 균열이 올 수도 있는 애매모호함이 공존했던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 같네요.
당시에 브랜드 컨셉을 뾰족하게 만들기 위해, 부적합하다고 판단되는 팀원들의 생각에 이견을 더하는 것이 상당히 조심스러웠고 팀원의 감정과 프로젝트의 성공을 동시에 가져간다는 것이 정말 어려웠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많이 서툴렀고 다시 돌아간다면 많은 의사소통 과정에서 필요한 말만 하고 싶네요.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스스로 맞다고 생각하는 아이디어를 강하게 주장하는 행동은 상당히 잘못된 방식이라 생각합니다. 자신의 생각이 정말 맞는다고 판단되다면 오히려 팀원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고, 상대방의 아이디어에서도 가능성을 찾고 제안하는 과정에서 보다 적합한 아이디어로 발전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2023년 6월 중순 정도였던 것 같네요. 본격적으로 디자인 스케치를 진행하게 됐고, 저를 포함해 팀원들과 함께 구축한 컨셉을 중심으로 새로운 가치를 담을 수 있는 브랜드 로고를 개발하기 위해 스케치를 진행했습니다. 기존 브랜드 가치를 상징하는 'W(WORKS)'의 조형적 형태를 유지한 상태에서 독창적인 형태를 부여하고 새롭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세상의 존재하는 많은 W 형태를 분석했던 것 같아요.
디자인 스케치를 하는 데 있어 어려웠던 점은, 'W' 형태에서 독창적인 형태를 부여하는 점과 조용히 팀원들과의 자연스러운 경쟁 분위기를 견뎌야 했던 점이었습니다. 컨셉은 하나로 결정이 되었지만, 각자가 생각하는 적합한 시각 아이덴티티는 다르기에 자연스럽게 서로를 설득할 필요가 있었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경쟁 심리가 생겼던 것 같습니다. 다시 생각해 보면, 제가 그런 경쟁 분위기를 만들었나 싶을 정도로 욕심이 많지 않았나 싶기도 하네요. 물론, 적당한 경쟁 구도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며, 잘못될 경우 모두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첫 시안은 멋지게 실패했습니다. 두 번째도 세 번째도. 실패란 기준을 정의 내리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새롭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새로운 가치를 담기엔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디자인 시안의 장점과 보완점에 대해 서로에게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주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뾰족한 시안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서로에 대한 적극적인 협업 태도 덕분에 속도를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한 3가지 안으로 좁히게 되었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다음 단계로 넘어갔습니다. 디자인을 결정하는 데 있어 완벽한 상태는 존재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우리가 정의한 컨셉을 잘 담을 수 있는 디자인이라면 네이버웍스의 적합한 새로운 얼굴이라는 이유를 갖고 결정하게 됐습니다.
3가지 시안 모두 기존 협업 툴에서 통합 업무 플랫폼으로 발전한 모습을 담기에 충분했고, 독창적이고 새롭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기에 어떤 시안이 되어도 문제가 없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내부 의사 결정을 받기 위해 각각의 시안이 현실 가능성 있는 디자인이란 점을 어필할 필요가 있었고, 이를 준비하기 위해 팀원들과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직접 보여드릴 수 없어 아쉽네요...)
2023년 7월 말 정도로 기억합니다. '한계를 넘어 새로운 생산성의 시대로'라는 브랜드 컨셉을 '비즈니스의 도약과 성장'으로 표현한 시안이 결정됐습니다. 이는 변하지 않는 브랜드 가치, 독창적인 형태 그리고 새롭다는 인식을 담기에 가장 적합한 디자인이란 이유로 결정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준비한 디자인들 중에 하나라도 새로운 비즈니스에 적합한 방향이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도전이었습니다.
사업에 유의미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설득하고 결정한다는 것이 얼마나 복잡하고 힘들다는 것을 제대로 경험했던 것 같네요. 확실한 건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점, 내가 속한 조직은 상상으로 맘껏 디자인하는 디자이너보다 타협과 조화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디자이너가 필요하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천문학적인 제품의 가짓수가 매일매일 펼쳐지고 있는 시장에서 비즈니스에 가장 중요한 점은 아무래도 '시간(Time is Gold)'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기에 빈 종이에서 시작하고 싶은 디자이너들이 아닌, 혹독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주어진 시간 안에서 브랜드에 대한 많은 질문을 통해 우리에게 필요한 답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디자인 방향은 결정이 됐습니다. 이제부터가 정말 중요했습니다. 브랜드에 필요한 디자인을 모두 새롭게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 왔습니다. 브랜드 로고, 색상 체계, 아이콘, 전용 서체, 그래픽 시스템, 일러스트, 사진 사용 등. 만들어야 할 브랜드 에셋이 너무나도 많았고, 이때부터 팀원들과의 협업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팀원들과 각자 역할을 나눠 디자인을 진행했고, 모든 에셋은 결국 하나의 톤을 이뤄야 하기에 주기적인 미팅을 통해 서로의 상황을 공유하면서 일관성을 맞춰갔습니다. 하나씩 순차적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우리는 시간이 없었습니다. 디자이너는 늘 시간이 부족합니다. 공감하실 거라 믿어요.
로고를 만드는 일부터 수없이 많은 테스트를 진행했고, 동시에 브랜드 색상, 아이콘 스타일 등 브랜드 에셋을 동시에 고민하면서 유관 부서에서 프로덕트 UI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했습니다. 브랜드의 변화된 가치를 로고에 불어넣는 일을 빠르게 완료하지 않으면, 우리로 인해 유관 부서에서 지체되는 업무들이 발생한다는 압박감도 동시에 느꼈던 것 같네요. 디테일을 잡으면 잡을수록 끝이 없는 작업이 로고 작업이란 걸 다시금 느꼈고, 시간이 길어질수록 많은 압박감을 느끼며 조금씩 완성도를 높였던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은 동시에 진행되어야 했고, 이를 통해 발생하는 작고 큰 문제도 정말 많았습니다. 이 때문인지 평소 퍼포먼스보다 아쉬운 결과물도 자주 나왔던 것 같고,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도 헷갈리기 시작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죠. 알고 있는 정보도 주기적으로 재확인할 필요가 있었고, 이게 정말 최선인지 계속 확인하는 일의 연속이었습니다.
우리는 주어진 시간 안에서 확실한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점진적인 발전을 자연스럽게 시도한 것 같아요.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브랜드 에셋을 개발하면서 점진적으로 발전시키며 업데이트하는 이러한 개념을 MVP(Minimum Viable Product, 최소 기능 제품)라고 부릅니다. 저희 조직뿐만 아니라 이미 많은 조직에서 이러한 방식으로 리브랜딩을 진행한 사례가 많은 걸 확인했고, 부품을 하나씩 만드는 일보다 이 방식이 어쩌면 더 큰 가치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가졌습니다.
*MVP(Minimum Viable Product, 최소 기능 제품): 브랜딩 측면에서 해석하면, 당장 전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요소만으로 브랜드 경험을 만들고 점진적으로 발전시키는 접근 방식을 의미합니다.
2023년 11월 즈음에 최종 로고 디자인이 완성됐습니다. 이때 로고를 포함해 기본적인 색상 체계, 서비스 아이콘 세트, 전용 서체, 그래픽 스타일 등. 조금씩 하나하나 가닥을 잡아갔습니다. 모든 리브랜딩 프로세스가 우리와 같진 않겠지만, 적어도 시간이 생명인 서비스 조직에서는 어수선하고 복잡해 보이는 동시 진행이 필요한 것 같아요. 결국, 우리가 이뤄내는 모든 것들은 늘 애매모호한 것을 하나로 정돈시키는 일인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복잡한 상황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시기였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로고를 완성시키고, 이후 더 많은 브랜드 사례를 참고하면서 우리만의 브랜드 에셋을 발전시켜 갔습니다. 머릿 속에 명확한 솔루션이 떠오르고 꼭 필요한 부품만 하나씩 만들어 가면 좋겠지만, 이런 일은 실무에서 거의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다양한 솔루션 사례를 찾고 분석해 점진적으로 우리에게 맞는 모양으로 업데이트 시키는 노력이 더 적합하다고 봅니다.
2024년 6월에 드디어 네이버웍스가 새 옷을 입고 나타났습니다. 네이버클라우드의 기술력을 부여해 하나의 통합 업무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이루는 순간이었습니다. 고객의 '비즈니스 도약과 성장'이란 새로운 가치를 알리기 위해 새 로고부터 브랜드 사이트 리뉴얼, 브랜드 필름, 튜토리얼 업데이트 등 고객과의 접점을 모두 새롭게 단장했습니다.
브랜드 디자인 관점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단순히 새로운 디자인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더 좋아진 고객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새 옷을 입게 되었다는 명확한 이유를 알리는 것이었습니다. 디자인 조직의 단순한 성과를 만들기 위한 리브랜딩이 아닌, 비즈니스 성장에 꼭 필요한 리브랜딩이란 것을 내부 조직과 외부 고객 모두에게 명확히 알리고자 노력했습니다.
2024년 7월에 실제 고객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사용자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플랫폼 구조를 통한 사용자 경험,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를 통한 브랜드 경험 등 과반수의 고객이 디자인과 변화된 서비스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우리의 노력이 조금은 의미 있었다는 생각에 성취감을 느꼈던 순간이었습니다.
이와 반대로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했습니다. 소수의 의견이지만 우리는 그 이유와 해결법을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당장은 우리의 리브랜딩이 성공했다고 확신할 순 없다고 봅니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고객의 목소리를 들으며 브랜드를 단단하게 만들어 긍정적인 브랜드 경험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고자 합니다. 우리의 브랜딩이 시장에서 정말 경쟁력을 갖고 있는지, 고객에게 유의미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며 개선하고자 합니다. 리브랜딩의 끝은 새로운 브랜딩의 시작이란 마음으로 말이죠.
1년간의 리브랜딩 경험을 통해, 지속적인 자기능력 향상과 협업의 중요성을 너무나도 크게 느낀 계기가 됐습니다. 저는 분명 앞으로도 모든 프로젝트에 있어 실패와 도전을 반복할 것이라 생각하고, 이를 통해 조금씩 더 유의미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전문성을 갖춘 디자이너가 되고 싶습니다.
지금도 저는 많이 부족합니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성장하고 싶습니다.
결국 우리를 성장시키는 건, 가치 있는 실패와 도전의 연속이라 믿습니다. 디자인은 전적으로 공감과 경험이 가장 큰 원동력이 되는 영역이라 생각하며, 이는 재능으로만 이룰 수 없는 영역이라고 봅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때면 저의 부족한 점들이 수면 위로 드러날 것입니다. 그러나 그냥 해보려고 합니다. 부족하면 배우고 익히며 스스로의 현행화를 지속하다 보면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을 계속 유지하고 있지 않을까요? 10년이란 세월 동안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우리는 이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잘될 것이라는 믿음,
그리고 현재에서 그 미래로 가는 길에서 실패와 절망, 충격을 끊임없이 만날 수밖에 없는 현실.
- 모건 하우절, 불변의 법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