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을 써보겠다는 용기
사무실에서 오전까지 내사보고를 쓰느라 정신없을 무렵, 슬슬 점심시간이 되어 휴대폰을 챙기고 식당에 내려가려던 참에 갑자기 폰에 알람이 떴다.
'브런치 1000 돌파'
아니, 이게 웬일? 기껏해야 글 조회수가 30~40이었던 내 브런치에 뭔일이람.
도대체 어떤 글인지 봤더니 '공무원은 과연 꿈의 직장일까?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갑자기 기쁨보단 두려움이 앞선다.
'혹시 우리 지청 직원들이 이 글 다 돌려본 거 아냐.?'
공무원 세계에선 워낙 말들이 조용히, 빨리 퍼지기 때문에 순간 내가 괜히 욕먹을 짓을 한 건 아닐까 하고 두려웠다.
일단 팀장님과 다른 감독관님들 앞에서 애써 태연한 척, 아무 일도 없는 듯이 행동했다.
사실, 브런치 1000이 돌파하기 하루 전에,
브런치 어플을 지웠다가 다시 깔았다.
진심을 담아서 글을 썼지만 댓글 하나 달리지도 않았고, 조회수도 그리 높지 않았기에 내가 지금 혼자서 자기만족적인 글을 쓰는 건 아닐까라고..
더욱이 구독자수에 내 자존감이 비례하여, 가뜩이나 많지 않은 구독자수라서 바로 티가 나는데
누군가가 내 브런치를 구독했다가 취소한 경우에 상처가 배가 되었다.
막상 구독하고 내가 쓴 글들 보니 생각보다 내 글이 형편없어서,
내 글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거 같아서 구독을 취소한 걸까?라고 스스로를 탓하기도 하며,
나란 존재가 괜히 글 한번 써보겠다고 브런치 작가 한번 된 거 갖고
마치 세상 하나 다 얻은 듯이 너무 나댄 건 아닐까라는 부끄러움마저 들었다.
어느덧 구독자수와 라이킷, 댓글에 일희일비하는 내 모습이 싫어서
잘 나가는 브런치 작가들을 보며 난 저축에는 끼지도 못할 거라며, 내 글은 이제 의미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여 어젯밤에 잠들기 전
폰에 있던 브런치 어플을 지워버렸다.
그러나 출근을 하면서,
설령 독자들에게 사랑받진 못할지라도
내 글을 구독하는 사람은 많이 없을지라도,
답답한 공직생활과 민원인들에게 받는 상처와 스트레스를
글을 계속 쓰면서 이겨내 보자 라는 생각이 들면서 다시 브런치 어플을 설치했다.
단지 솔직하게 나를 표현해 보자고.
그때 이런 기적이 일어났다.
더욱이 놀라운 건 출장을 마치고 퇴근할 무렵
위 글에 대한 브런치 조회수는 3000을 돌파했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어떤 분이 공감의 표시를 하며 좋은 글을 기대하겠다는 따뜻한 격려의 메시지까지 선물로 주셨다.
사람 일이란 정말 알 수가 없다.
그리고 든 생각.
글을 계속 써 보자.
무엇보다 좋은 글을.
단지 내 감정을 배설하는 글이 아니라,
내 감정을 정제한 후에 다듬어진 글을 써보자고.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노래하는 글을,
어둠이 아니라 빛을 주는 글을 써보자고.
무엇보다 나 자신이 먼저 진솔하게 되어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만져줄 수 있는
그런 진실된 글을 써보자고. 다짐했다.
+추가
: 이 글을 발행하고 10분 후 갑자기 알람이 또 떴다.
이게 대체 뭔 일이지. 어딘가에 내 글이 노출되었다는 건데.. 다음 메인 포털엔 눈 씻고 봐도 안 보인다.
예상치 못한 일에 어리둥절하다.
혹시나 동료들이나 선배분들이 이 글을 보고 누군지 딱 감이 오더라도.. 그냥 모른 척해주시길 바라는 마음뿐-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