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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즈키 Aug 20. 2020

일로 만난 사이

가족이 되려는 순간 비극은 시작된다

노동청에 신고하는 사람의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1. 그만둘 때 사장과 싸우고 나와서 응징하는 케이스

2. 그만둘 때 사장과 좋게(혹은 아무 문제없이) 헤어졌으나 조용히 신고하는 경우



사실 2번 유형도 사장은 할 말이 없다.

지불해야 할 걸 지불하면 될 일이다. 결국 진정 사건의 99.9%는 돈 문제니까. (채권추심업자 같은 역할의 비중이 큰 한국의 근로감독관의 한계에 대해선 다른 글에서 진지하게 다뤄보고자 한다)


문제는 사장이 '임금'이 아니라 다른 명목으로 돈을 줬다는 것이다.

"동생 같아서."

"딸 같아서. 아들 같아서."


용돈으로 , 수고비로 자기는 그동안 챙겨줬다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근로자는 사장과 누나, 동생 사이하면서 10년 정도 같이 일하며 지내가다 퇴사할 때 자신은 퇴직금 안 받아도 되니까 술값만 달라고 한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해당 사장은 고마운 마음에 부모님 용돈까지 하라며 술값과 용돈으로 2백만 원 정도를 손에 쥐어주기도 했다


결과는?

퇴사하고 1년이 지난 후에

해당 근로자는 마음이 변해서 자신은 퇴직금을 받아야 한다며 노동청에 신고했다.

그럼 용돈으로 받은 건, 퇴직금으로 봐서 노동청에서 인정해주나?


아니다. 그건 별개다.

결국 민사로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해서 받아내야 하고 퇴직금은 퇴직금 대로 줘야 한다.

다만 검찰에 사건이 넘어갔을 때 '고의성'여부를 다툴 순 있을 것이다.


사장과 출석 조사 전 통화할 땐 모두 다 똑같이 말을 한다.

근로자가 퇴사할 때 자신한테 퇴직금 달라는 말도 안 하고 오히려 좋게 인사하고 그만둬서

이런 신고를 당할 줄은 몰랐다고,


그러나 사람의 속은 아무도 모른다.

막상 노동청에 출석해서 근로자의 말을 들어보면,

자신은 일하는 내내 억울했다고 한다. 단지 표현하지 않았던 것뿐.


근로자와 사장은 가족 같은 관계가 되어선 위험하다.

선을 넘어선 안 된다. 딸처럼, 아들처럼, 누나처럼, 동생처럼 될 필요도 없다.

단지 '근로계약'에 체결된 만큼만 일해주고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면 그만이다.


그 '이상'을 주려 하지 말고, 그래서 '그것'을 안 줄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애당초 하지 말고

딱 '그것'만이라도 제대로 주었으면 한다.

사람 마음이란 게, 언제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른다.


노동청에서 서로 얼굴 붉히며 원수 대하듯이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는 근로감독관의 마음도 편치는 않다.



노동청에서 다음 생애에는 부디 만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들도.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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