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엄마의 살림살이
내 그리움은 고칠 수 없는 것이다
손가락 터치 한번이면
누구나에게나 연락할 수 있는 이 편리한 세상에
물어볼 수 없고
대답을 들을 수도 없고
마음 답답할 때 하소연할 수도 없고
막바로 위로를 받을 수도 없는 곳에 있는
내 엄마가 항상 보고 싶었다
어느덧 15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렇게 난 항상 외로웠다
그 사이 아내가 되었고 엄마가 된 나
하루의 시작부터 끝까지 허둥지둥 이었다
넘쳐서 탈인 정보를 가려낼 시간도 없었다
당장이 급했고 매일이 숙제였다
우리 엄마는 어떻게 했을까
모든 것은 내가 직접 겪고
가끔 실패하고 가끔 성공도 하며
알아나가는 수 밖엔 없었다
외로움은 삶이라는 파도로 인해
조금씩 옅어졌다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시간으로 인해 익숙해지고 숙달되었다
그리고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나도 모르는 그때가
도둑처럼
혹시 준비 없이 올까 싶어
우리 아이들이 딸로서 여자로서
또 자기들 선택에 따라선 아내로서
또 부부의 선택에 따라서 엄마로서
부딪힐 수 있는 많은 상황에
혹시나 그때 나처럼
당황하고 외롭고 쓸쓸할까 싶어
엄마 마음을 담아 작은 쪽지들을 써보면 어떨까
사실 지금 이 엄마도 완벽하지 않다
아직도 많이 실패하고 많이 배우고 있어
그래도 언젠가
엄마 된장찌개가 그리우면
햇살에 널어서 펴주던 빨래 냄새가 그리우면
엄마가 그리우면
고이고이 접은 쪽지처럼 한 페이지 펴볼 수 있을까
어느덧 난 내 기억 속 ‘그때’의
엄마 나이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때’ 엄마는 참 젊었구나
나에게는 엄마이기만 했기에
내가 모르던
여자로서의 모습이 있었겠구나
내 작고도 큰 소망은
앞으로 건강하게 재미있게 즐겁게 멋지게 늙어서
너의 아들, 딸들
한 번이라도 맘 편히 엄마한테 맡기고
너네들 하고 싶은 일
맘껏 열심히 할 수 있게 하는 거란다
‘살림’은 ‘살리는’ 것
너희 삶 예쁘게 살릴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