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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와이 Apr 17. 2023

1. 정동

2023-04-15

토요일 오전마다 가는 아이들 학원이 정동에 위치해 있다. 이상시리  동네에 오면 아련함과 추억, 그리움 그리고 그냥 막연히 좋은 어떤 느낌이 드는데, 이상하다 함은 실상  동네에서 어떤 특별한 이벤트를 겪은 일은 떠오르지 않기에 그렇다. 어릴  살던 동네가 사대문  동네에서 멀진 않기야 했지만, 고만고만한 세상 속에 살던 내가  얼마나 활동 반경이 넓었을까.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면 헤어진데, 같은 상투적인 얘기를 읊으며 걸었던 기억은 날락 말락   같기도 한데,  대사를  대상이 뒤로  인생에  영향 미친 사람이 아니었는지….(ㅎ)

굳이 토요일 아침에도 일찍(한 시간쯤 더 잘 수 있긴 하지만) 일어나 운전해 데려다줘야 하는 이곳 학원에 아이들을 입소시킨 건, 강쥐 산책을 빙자해 이 동네 구석구석을 냄새 맡고 돌아다니고자 한 염불보다 젯밥에 관심 있는 내 의지가 한 스푼 반영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 동네 역시 세월의 흐름에 따라 많이 현대화되어, 여기저기 프랜차이즈 음식점이나 멋진 카페도 많이 있고, 곳곳에 삐까번쩍한 건물도 많이 지어졌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쁜 척 안 해도 원래 예쁜 존재가 가질 수 있는 근본적인(?) 자신감이 느껴진달까.

사실 뭐 다른 미사여구가 필요할까. 난 그냥 요 동네만의 정취와 무심한 나른함이 좋다. 난 멋져, 힙해, 핫해, 트렌디해, 같은 말들이 조금 덜 들리는 곳.

마침 이곳에 정원이 무척 이쁜 여자 고등학교들도 있으니, 혹시나 내 딸들이 어머니 나 그 학교가 좋소, 라이딩해주시오. 하면 못 이기듯 기꺼이 해주리라 하는 섣부른 상상도 해본다.

SeMA(서울시립미술관) 앞
나무마저 멋스럽게. 왼쪽이 그 문제의 돌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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