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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안 Sep 15. 2019

할머니와의 거리

집으로

<스포 주의>

아트나이너로서의 6번 째 글.(급하게 쓰느라 엉망인 글입니다 ㅜㅠ)


 올해로 7살이 된 상우는 어머니 손에 이끌려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할머니 댁으로 향한다. 할머니 댁으로 가는 내내 상우는 엄마에게 할머니에 대해 질문하고 관심을 끌어보지만 돌아오는 건 귀찮다는 엄마의 표정뿐이다. 그렇게 할머니와 만나게 된 상우는 말을 하지 못하는 할머니에게 대놓고 싫은 내색을 보인다. 할머니가 상우의 머리를 만지려 손을 뻗자 상우는 더럽다는 말을 해버린다. 그리고 할머니는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쓰다듬는다. 말로 할 수 없으니 손으로 대신 상우에게 말한다.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얼떨결에 시골에 내려온 상우는 낯선 시골 환경에서 말도 통하지 않는 할머니와 시간을 보내는 것이 불만스럽기만 하다. 그런 불만스러운 마음으로 상우는 할머니에게 거친 욕설을 내뱉고 할머니의 고무신까지 숨긴다. 그러던 중 상우는 오락기의 배터리가 떨어지자 할머니의 비녀를 팔아 배터리를 살 계획을 꾸민다. 그렇게 할머니의 비녀를 훔쳐 집을 나선 뒤 마을을 돌아다니지만 상우가 원하는 배터리는 이 시골마을에서 찾기에 무리였다. 온 동네를 돌아다녔던 상우는 길을 잃어 울며 집을 찾아다니다가 동네 할아버지 자전거에 타서 겨우 할머니를 만나게 된다. 길을 잃었던 상우에게 할머니가 다가간다. 하지만 할머니가 상우를 지나치며 걸어가자 상우는 당황해하며 할머니 뒤를 쫓는다. 할머니는 자신을 쫓는 상우를 보자 천천히 반대로, 집을 향해 방향을 바꾼다. 상우는 방향을 바꿔 다가오는 할머니와 거리를 두기 위해 앞장선다. 간격을 유지하며 상우는 앞장서 집으로 향해가고 할머니도 그 뒤를 따라 집으로 향해 걸어간다.


 이후에도 이처럼 상우가 앞장서고 할머니는 뒤를 따라가는 장면이 나온다. 시장에 나간 할머니는 상우를 위해 신발을 사주고, 자장면을 사주고, 상우가 먹고 싶어 했던 초코파이까지 사준다. 그리고 상우는 할머니가 사주는 대로 족족 잘 받아먹지만 시장에서 할머니가 힘들게 나물을 팔던 모습을 본 이후라서 여느 때보다 조용하게 있었다. 그러던 중 상우는 할머니보다 먼저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돌아가게 된다. 집에 먼저 도착한 상우는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는 할머니를 기다리며 버스 정류장 언저리를 맴돈다. 그때 할머니가 버스 뒤로 걸어오고 있는 걸 보자 상우를 달려간다. 할머니는 왜 버스를 타지 않은 것일까. 상우는 내내 걸어온 할머니에게 왜 이렇게 늦었냐며 칭얼거리고 할머니는 다시 손으로 가슴을 쓰다듬는다. 상우는 투덜대면서도 할머니의 짐을 들어 다시 앞장서 집으로 향한다. 이전 장면과 마찬가지지만 상우의 손에는 할머니의 짐이 들려있다.



 이제 할머니를 떠나 원래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버스를 탄 상우는 밖에서 창을 두드리는 할머니를 애써 무시한다. 하지만 시동이 걸리고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상우는 급하게 일어나 뒷자리 창문을 통해 할머니를 바라본다. 그리고 상우는 울먹이는 표정으로 자신의 손을 가슴에 문댄다. 사과를 할 줄 모르던 철없던 상우는 점점 멀어져 가는 할머니를 계속 바라보며 손짓을 이어간다. 함께 집을 향해 걷던 상우와 할머니의 간격은 이제 각자의 집으로 향하며 점차 멀어진다. 상우는 상우의 집으로, 할머니는 할머니의 집으로 향하며 둘이 시골길에서 유지하며 걸어온 그 간격은 이제 추억으로 남겨진다.



 어린 시절에 할머니 댁으로 향하던 시골길을 떠올리게 만드는 <집으로>는 한국 특유의 시골 풍경을 그대로 담았을 뿐만이 아니라 관객 각자가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저마다의 시골을 떠올리며 영화와 기억을 연결시켜 이입시킨다. 어린 시절 할머니 집에서 먹었던 밥상이나 할머니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고, 어색하고 지루하게만 느껴졌던 시골 풍경을 다시 한번 스크린으로 재현시킨다. 그래서 <집으로>는 상우가 주인공이지만 동시에 영화를 보는 어린 시절 관객이 주인공이 되며, <집으로>의 할머니는 각자의 할머니를 떠오르게 만든다. 그리고 <집으로>를 보며 할머니와 자신 사이의 간격을 느끼기도 한다. 흔히 세대 차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상우와 할머니의 간격은 철없고 표현할 줄 모르는 상우가 만든 간격이면서 먼저 다가가 나란히 걸어가지 못했던 상우처럼 미안하다는 말을 못 하던 상우처럼 할머니에게 돌아간다 말만 하고 매번 귀찮다며 미루던 우리처럼 할머니와 자신의 간격은 사실 우리의 무심함이 만든 간격이다. 그런 의미에서 <집으로>는 우리에게 미루어왔던 사과를 촉구하는 영화이며 지금 당장이라도 할머니에게, 집으로 향하도록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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