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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이준 Jan 09. 2021

글이 싫어졌다가

한동안 글이 싫어졌다가.

다시금 글이 쓰고 싶어서.


글 없이 살아보려다,

글쟁이가 글 안 쓰면 뭘하나 싶어

뛰어난 글쟁이가 아님에 또.

저렴한 내 글솜씨를 뽐내볼까 하다가도

내 자신 한스러워 쓰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글을 쓰지 않으면

속에서 웅어리지고는

속에서 또.

속에서는 또 그렇게  울렁거리고

울렁거림은 속에서만 울렁거릴 것이지

온몸을 흔들어버리는,

조울증임을 의심하는 순간,

나는 우울이 되고

내가 우울하다 생각한 순간,

나는 그 누구보다 행복한 우울이 되니

우울을 배에 채우고

배부른 소리들 말어라 한다면

그 누구 하나 소화제 좀 주시오. 내 육신을 위하여.

속에 웅어리가 져서 울렁거리니

또 울렁거리니

또 울렁거리고 있으니.

누군가 나에게

나에게 누군가가 찾아와

글을 쓰라고 한다면,

내 글재주를 돌려주겠노라 한다면

그 누구시오, 내 한 몸 다 바치겠다고.

내 자존심은 헐값이라고.

또 언젠가는

그럴 순 없다고

너같은 사람 또 없었다고.

그렇게 나는 또 글이 쓰기 싫어지고

또 글을 미워하고.

속은 울렁거리고.

우울이 되고

행복한 우울이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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