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글이 싫어졌다가.
다시금 글이 쓰고 싶어서.
글 없이 살아보려다,
글쟁이가 글 안 쓰면 뭘하나 싶어
뛰어난 글쟁이가 아님에 또.
저렴한 내 글솜씨를 뽐내볼까 하다가도
내 자신 한스러워 쓰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글을 쓰지 않으면
속에서 웅어리지고는
속에서 또.
속에서는 또 그렇게 울렁거리고
울렁거림은 속에서만 울렁거릴 것이지
온몸을 흔들어버리는,
조울증임을 의심하는 순간,
나는 우울이 되고
내가 우울하다 생각한 순간,
나는 그 누구보다 행복한 우울이 되니
우울을 배에 채우고
배부른 소리들 말어라 한다면
그 누구 하나 소화제 좀 주시오. 내 육신을 위하여.
속에 웅어리가 져서 울렁거리니
또 울렁거리니
또 울렁거리고 있으니.
누군가 나에게
나에게 누군가가 찾아와
글을 쓰라고 한다면,
내 글재주를 돌려주겠노라 한다면
그 누구시오, 내 한 몸 다 바치겠다고.
내 자존심은 헐값이라고.
또 언젠가는
그럴 순 없다고
너같은 사람 또 없었다고.
그렇게 나는 또 글이 쓰기 싫어지고
또 글을 미워하고.
속은 울렁거리고.
우울이 되고
행복한 우울이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