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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숲 Jul 19. 2023

봄날의 섬, 그 바다에 가면

언제나 찾아가도 아름다운 섬 덕적도  백패킹

 



 어느 봄날이었다. 이른 아침 인천여객터미널에는 섬을 즐기러 가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나 또한 봄날의 섬을 즐기러 나선 여행자였다. 그저 차가운 겨울이 가고 난 자리를 채워주는 소박하고 화려한 봄의 빛을 보기 위해 나선길이다. 여행자는 마음으로 여행지를 담는다. 오늘 마음으로 담을 곳은 덕적도. 덕적도행 배에 탑승하고 두 시간 남짓 지나니 멀리서 파란 섬이 보이기 시작했다. 갑판으로 나가보니 불어오는 바람엔 따뜻한 남쪽의 온기가 느껴지고, 넘실거리는 푸른 파도 너머의 섬은 여전히 너그러워 보인다.


갑판에서 내다보이는 섬의 모습


 선착장에서 내려서 박지로 삼은 서포리 해변까지 트레킹을 하기로 했다. 약 10킬로의 배낭을 메고서 한 두 걸음 걷는데 어라 작년에 왔을 때와는 다르게 발걸음이 무척이나 가볍다. 사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의 백패킹 첫 시작이 덕적도 서포리 해변이었으니 첫 백패킹 때보다는 약간의 체력과 노하우가 붙었을 것이다. 자주는 아니지만 꾸준히 백패킹을 해온 것이 몸과 마음에 힘을 키워주는 것 같다. 걸으면서 섬의 여기저기를 마음에 담아본다.


바닷가 마을 둘레를 따라 걷는 길
덕적도에서 만난 풀꽃들

 서포리 해변까지 걷는 동안 눈과 마음이 편안해졌다. 바닷가 마을의 소박한 풍경과 민들레가 가득 피어났다 홀씨가 되어 사라지는 순간, 환하게 연한 꽃잎을 내놓은 벚나무들과의 만남. 이 모든 것들이 걷는 동안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었다. 마음의 폴더에 차곡차곡 풀꽃을 담아본다.


서포리 해변에 자리잡은 텐트들

 두 시간가량 걸었을까. 파란 하늘만큼 파란 바다를 안은 서포리 해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해변에는 초록 풀들이 싱그러웠고 첫 배를 타고 먼저 들어온 사람들의 텐트가 알록달록 빛났다. 신기하지. 봄볕은 한없이 쬐고 싶다. 나는 소나무숲 그늘 아래보다 바다 곁에서 머무르고 싶었다. 그래서 파란 바다가 넘실거리는 것을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는 넓은 해변에 자리를 잡았다. (제일 오른쪽에 빨간 텐트가 저희 텐트예요^^)


 텐트를 치고 나면 가장 먼저 의자를 펼치고 일단 가만히 앉아 바다를 눈에 담는다. 그 파란빛이 너무나 좋다. 한없이 밀려오는 파란빛을 보다 보면 슬그머니 잠이 오기도 하고, 그 파란빛에 마음에도 파도가 인다. 파도를 타고 그리운 것들이 하나둘씩 밀려온다. 그럴 땐 핸드폰은 잠시 넣어두는 것이 좋다. 이상하게도 핸드폰을 보다 보면 시간을 도둑맞는 느낌이 들기에 이렇게 캠핑하는 순간에는 잠시라도 자연을 눈에 담는다.


이른 아침 파란 이슬이 맺힌 폴대


 이른 저녁으로 덕적도에서 유명하다는 중국집에서 포장해 온 짬뽕을 먹었다. 해변에서의 시간은 느긋하고 천천히 흘러갔다. 저녁을 먹고 났는데도 햇살이 한 줌 남아있었으니. 그럴 땐 좀 걷는 것이 좋더라. 캠핑과 산책은 참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그렇게 사그라지는 햇살의 온기를 쬐며 서포리 해변을 한 바퀴 걸었다. 산책 후에는 약간의 책과 긴 잠으로 긴 밤을 보냈다. 가끔 잠결에 뒤척일 때마다 파도 소리가 들려왔다.


 봄의 날씨는 따뜻했다가 차가웠다가 했다. 그러면서 완연한 봄으로 우리를 데려다주겠지. 차가운 새벽 공기를 깨고 간단히 죽을 데워 먹었다. 그리고 머물렀던 자리를 정리했다. 마지막으로 배낭을 메고 돌아서는데 눈은 자꾸 해변에 머무른다. 뭔가 그리움이 남은 사람처럼 말이다. 그래 봄날의 섬에 가면 영롱한 빛들이 풀꽃과 바다에 담겨 오롯이 빛난다. 특히 바다에 내려앉은 파란빛은 그 해의 기대와 희망을 품고 있는 것만 같다. 그래서 자꾸 눈길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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