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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숲 May 30. 2023

다시 독립출판

내 책을 스스로 만드는 즐거움과 고독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 잊고 있었던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은 시간을 오랫동안 생생하게 보관하는 방법 중에 하나다. 그러나 한 해 한 해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에 소극적이 되고 마음 뛰는 일들을 뒤로 미루게 되더라. 그러다 우연히 책방연희에서 하는 독립출판 클래스에 참여하게 되었다. 실은 이 강의도 지난 겨울에 신청했었지만 한 번 미뤄두었던 수업이다. 브런치북 [캠핑의 위로]와 [산과 함께]의 글을 모아 책을 만들고 싶어 신청한 클래스인데 막상 실행에 있어서는 망설임이 찾아들었었다. 이제는 더는 미루지 말자.라는 생각으로 부드럽고 차가운 봄바람이 교차하던 4월에 책방의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5월이 되었고 어느새 마지막 수업을 맞이하게 되었다. 매주 마감을 앞둔 작가처럼 숙제를 해가고 늦은 시간까지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금세 지나갔다. 마지막 수업에서는 각자 직접 만든 샘플책을 만나는 시간. 설레는 그 기분을 함께 수강한 작가님들과 나누는 시간이 펼쳐질 터였다.


샘플북을 만나는 설레는 시간

 

 봉투에 담긴 책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열어보았다. 초록빛 표지가 환하게 눈에 들어온다. 이번 책에서는 산을 다니면서 캠핑과 백패킹 한 글들만 모아보았다. 제목은 사계절을 다니며 만났던 초록빛이 인상적이었기에 [모든 계절의 초록빛]이라고 지었다. 인디자인 프로그램에서 숱하게 보았던 표지와 내지들을 실물로 만나니 감회가 새로웠다. 작성한 원고와 사진을 정리해서 넣고 오탈자 점검 등 모든 것을 한 땀 한 땀 내 힘으로 한다는 것에 대한 뿌듯함과 언제든 콘텐츠만 있다면 내 책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그러고 보면 스스로 책을 만든다는 건 어찌 보면 큰 즐거움이다.


 

함께 참여한 작가님들과 소소한 간식을 나누며 마지막 수업을 마무리 했다
독립출판 클래스에 함께 참여한 책들을 모아 기념 사진을 찍어본다



 한편으로는 고독한 작업이기도 하다. 혼자서 작업하면서 숱한 시간들을 인디자인 및 포토샵을 하면서 보내는 것도 고독하지만 독립출판물을 세상에 내보내는 과정 또한 꽤나 고독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수업 이후에는 샘플북에서 다시 수정할 부분을 찾아 재편집하고 나서 마무리 작업을 하게 된다. 그리고 수많은 독립서점에 입고메일을 보내야 하는 것이다. 오늘도 꽤 여러 군데 독립서점에 입고메일을 보냈다. 메일을 보내고 기다리는 긴 시간들. 때론 입고 거절 메일이 오거나 아니면 아예 메일을 읽지 않음 상태도 있다. 그런 시간이 길어지다 보면 조금씩 고독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여러 군데 입고 메일을 보내다 보면 긍정의 메일이 오기도 하니 기다림과 고독의 시간 또한 어찌 보면 독립출판의 중요한 과정인듯하다.


 아무튼 독립출판 강의를 통해서 좋은 작가님들과의 인연과 머릿속에서 생각만 했던 나만의 책을 만나게 되었으니 역시 도전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하여 내 책을 스스로 만드는 즐거움과 고독 속에서 마음 뛰는 봄과 여름을 보내고 있다. 이 책이 미지의 독자분들과 무사히 만날 수 있는 그날을 기대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두근두근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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