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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숲 Oct 22. 2023

걷기의 즐거움

작가들의 걷기의 사유에 함께 빠지다

 걷기를 좋아한다. 가까운 동네 산책부터 먼 여행까지 걷기가 늘 들어가 있다. 먼 곳으로 여행을 가서도 매일 숙소 주변을 한 바퀴 걷고 하루 일정을 시작하고 일상을 살면서도 일주일에 서너 번은 만보 걷기를 하려고 집을 나선다. 캠핑 또한 걸으면서 하는 캠핑을 좋아해서 내가 감당하는 무게만큼의 짐만 들고서 백패킹을 즐긴다.


 나는 왜 이렇게 걷는 것을 좋아하는 걸까. 그것은 아마도 걸으면서 행복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걷다 보면 내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소소한 행복을 발견한다. 그 발견은 소소하게도 길가에 핀 작은 꽃을 알아차리는 것이나 가지를 물고 집을 둥지로 가는 새를 보거나, 예전 일을 종종 생각하면서 즐거웠던 일을 떠올리는 것이나 계절의 변화를 알아차리는 것 등 너무나 다양하다. 거기다 스마트 워치를 차고 걷다 보면 걸으며 칼로리는 얼마나 썼는지, 킬로미터 당 시간 등 부수적인 기능을 알아가는 것도 요즘 같은 스마트한 시대에 걷는 재미가 된다. 거기다 걷기는 운동까지 되니 걷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이렇게 걷다 보면 나는 종종 이런 생각이 든다. 이렇게 걷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분명 예전부터 있어왔겠지? 이런 생각 말이다.


 이 생각에 답을 주는 책이 있었다. 예전에도 썼지만 브런치 제안은 언제나 두근두근 설렘이 있다. 이번에도 브런치 제안이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보고 설레는 마음을 안고 메일을 열어보니 [걷기의 즐거움 - 수지 크립스 엮음, 인플루엔셜]이라는 책의 서평 리뷰에 관한 내용이 들어있었다. 책을 받고 읽고 나름의 서평을 올리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는데 서평을 많이 써보지 못했기 때문에 순간 망설였지만 “걷기의 즐거움”이라는 제목만으로 이 책을 먼저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 것이다. 걷는 사람들. 그것도 우리가 사랑한 작가들의 매혹적인 걷기의 말들이라니. 부제목도 무척 매력적이었다.


걷기의 즐거움의 감각적이고 서정적인 책 표지


 책은 금방 도착했고 산과 들과 강을 배경으로 한 남자가 걷고 있는 책 표지에서 뭔가 서정적이고 고독함이 느껴졌다. 표지를 열어 목차를 살펴보니 나의 독서광 시절 나를 설레게 했던 수많은 작가들의 이름이 쓰여있는 것이 아닌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 <걷기>, 버지니아 울프 <밤 산책>, 포스터 <전망 좋은 방>, 도로시 워즈워스 <스코틀랜드 여행 회상기>, 마크 트웨인 <떠돌이, 해외로 나가다>,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 에밀리 브론테 <워더링 하이츠>, 샬럿 브론테 <빌레트>, 찰스 디킨스 <밤 산책> 이 외에도 다수의 작가의 글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책에 실린 글들은 소설이나 수필집 등에서 발췌한 것들이 많았는데 대부분 걷기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왜 걷기인지. 그에 관한 사유의 글을 읽노라면 책을 읽고 있는 정적인 활동이 걷기의 동적인 활동처럼 느껴졌다. 마치 작가들과 함께 산책을 나선 것만 같았다. 걷기에 관한 생각을 담은 아래와 같은 문장들이 너무나 공감되었기 때문이다.


내 인생을 ‘잘 보낸’ 순간을 떠올려보면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던 사건이 중요하게 기억돼 있곤 한다.
기억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머릿속 앨범을 열어보니 예전에 걸었던 경험들이 가장 뚜렷하게 떠오른다.
-영국의 작가인 레슬리 스티븐의 챕터 <걷기 예찬>의 챕터 중 일부분
여기에서 나는 내가 속해 있는 모든 곳에서 요구하는 것을 다 내려놓는다. 더 이상 긴장한 상태로 돌아가는 기계도 아니다.
하루하루가 온전하게 다 내 것이고, 시공간의 모든 족쇄에서 벗어나 유쾌한 기분에 이런저런 사색에 잠겨 들판을 거닌다.
고개 숙인 채 걷다 보면, 당과 하늘과 강이 서서히 저녁 기운으로 물들고 나 역시 이들을 따라 걷는다.
-인도 시인 타고르 <벵골의 모습> 중 일부분


장이 나뉠 때 마다 시원하게 펼쳐지는 산들의 모습이 녹색으로 다가온다

 책의 장이 나뉠 때마다 시원하게 펼쳐지는 녹색의 내지를 넘기면 다음엔 어떤 작가의 걷기 글이 어떤 모습으로 들어있을지 생각하며 읽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다. 산문으로, 시로, 소설의 한 부분으로 다양하게 다가왔기에 한 권의 책을 산책하듯 읽을 수 있었다.


책의 서문에 “당신이 이 책을 골랐다면 아마도 걷기를 충분히 즐기는 독자일 것이다. 진심으로 환영한다.”라고 쓰여있는데 그 말은 맞았다. 나는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며 그래서인지 공감하며 책을 읽어갔다. 그리고 이 책을 책장에 넣어두지 않고 언제든 손이 닿는 곳에 두고 있다. 그리고 다소 긴 여행을 떠나거나, 캠핑을 갈 때 여행지의 밤에 다시금 읽어볼 생각이다. 걷기라는 온전히 살아있는 경험을 느낀 뒤 매혹적인 작가들과 함께 북토크 하는 기분을 느껴볼 작정이다. 아무튼 걷기란 참 매력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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