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 흰여울 문화마을을 걸으며
어느 날 갑자기 부산이 그리워
부산에 가기로 했다
남녘의 태양빛이 그리워진 걸까
그 환한 빛이 수천 개로 부서지며 일랑이는
바다가 그리워진 걸까
새싹 같은 파란 부추 가득 넣은 채
허기진 마음을 고기 가득 든 국밥에 말아먹고
포만감을 느끼고 싶은 걸까
비탈진 언덕 아래로 난 길목을 거닐며
군데군데 붙어있는 상념을 떨쳐버리고 싶은 걸까
아니면
그저 멀리 떠나고 싶었던 것일 수도
마음은 언제나 어렵고 길을 찾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수많은 길을 잃어버리며 왔지만
여기선 어디서나 바다를 볼 수 있었다
따뜻한 봄의 냄새
너그러운 햇살
새의 발자국
씩씩한 걸음 같은 것들이
바다를 따라 밀려왔다가 밀려가곤 했다
어느 날 갑자기 부산에 가고 싶었던 건
그 바다와 나란히 걷고 싶다는 것이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