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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숲 May 06. 2023

비와 커피, 그리고 초록

비 오는 날엔 창이 큰 카페로 가서 커피를 마시는 취향이 있습니다


종일 비가 내린다

구름이 손 닿을 거리로 내려와 동네를 매만지고 있다

덕분에 나무들이 좀 더 짙어지고 도로와 집들도 더욱 선명해진다


나는 먹구름이 그리는 수채화 캔버스 안으로 들어가기로 하고 집을 나선다

가방에 챙겨야 할 것은 긴 호흡, 침묵 같은 것들.

찾아야 할 것은 수채화로 연결된 문과 같은 것들.


커다란 창이 있는 곳으로 간다

창으로 나무가 보이는 곳으로 간다

느긋하게 비를 맞고 걸어가도

창가의 한 두 자리 정도는 비어있을 곳으로 간다


창은 곧 문이 된다

창밖에 각기 맺힌 빗방울엔 나무 한 그루씩 들어있고

수많은 초록의 방울들이 또르르 창에 흘러내린다

따뜻한 커피 한 모금도 내 안에 따뜻하게 흘러내린다


그리고는 모두가

캔버스 위로 그려지는 짙은 초록이 된다

초록이 되면 잊어야 할 것은 어제의 지루함이나 슬픔,

밖으로 가는 출구와 같은 것들.







비 오는 날, 창 넓은 카페에 앉아 초록이 짙어짐을 봅니다
비 오는 날, 카페에 앉아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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