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른 숲 Apr 21. 2024

책과 위스키, 둘은 제법 잘 어울립니다.

[슬픔의 방문]과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으며

 책을 읽을 때는 생각을 잡아둘 무언가 필요하다. 작가의 긴 호흡을 따라가다 보면 이런저런 생각들이 스치듯 지나가곤 하는데 가까이에 메모지가 있다면 사각사각 적어도 좋고, 책에 줄을 긋거나 태그를 해도 좋고, 핸드폰에 메모를 해두어도 좋다. 그렇게 지나가는 생각들을 잡아두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한동안 시간이 지나간 뒤라도 그 책을 다시 열어보면 낯설지 않게 된다. 그러면 안개처럼 희미하게 사라져 버린 줄 알았던 영감이나 생각들이 “그때는 그랬잖아” 하면서 불쑥 존재감을 드러내곤 한다. 그래서 책을 읽을 때는 생각을 잡아두기 위한 나름의 무언가를 세팅하는 편이다.


 요즘에는 메모뿐 아니라 종종 위스키를 한 잔 곁들이기도 하는데 독서와 궁합이 꽤 잘 맞는다. 책을 읽다가 잠시 호흡을 가다듬을 때 곁의 위스키의 향을 음미하고 한 모금 천천히 마시는 것이다. 그리곤 책을 앞에 두고 책을 생각한다. 그러면 책에 나온 표현들, 작가의 생각들, 작가의 삶과 감정들이 서서히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특히 누군가의 슬픔을 마주하는 책 읽기라면 좀 더 오래 호흡을 가다듬게 된다. 안 그러면 그 감정에 빠져 오랫동안 허우적거리게 되기에 읽다가 멈추고 멈추었다가 읽기를 반복한다. 위스키 한두 잔을 한 모금씩 시간을 두고 천천히 마시다 보면, 책을 읽는 동안 만나게 되는 여러 감정을 마중 나갔다 돌아올 때 함께 하는 동행자가 된다. 아무튼 지간에 둘을 꽤 잘 어울린다. 쌉쌀한 초콜릿과 함께 페어링을 한다면 좀 더 슬픈 감정을 이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달콤함은 슬픔을 가끔씩 달래주기도 하니까.


 정일호 작가님의 [슬픔의 방문]을 읽으며 자신의 슬픔과 상처에 솔직한 작가님의 글에 많은 위로를 받는 저녁이었다. 작년부터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슬픔‘이라는 감정을 마주하는 데는 약간의 장벽이 있었다. 책을 읽는데도 용기가 필요했는데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슬픔을 마주하는 일에는 무척 큰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어쩌면 상처와 아픔을 쓰기 시작하면서 용기가 생기는 걸지도. 그리고 그 상처를 마냥 아프게만 표현하지 않고 작가님만의 유쾌함과 여유가 묻어있어서 참 좋았다. 더불어 위스키잔도 조금씩 비어갔다. 덕분에 한강 작가님의 [작별하지 않는다]을 다시 꺼내 들고 읽기 시작했다. 실은 지난 겨울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먹먹한 감정에 읽다가 멈추기를 반복해 왔다. 하지만 이젠, 4월이 가기 전에는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