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가 서로의 전부이던 시절의 우리는 추운 날에도 더운 날에도 히히거리며 연남동과 경의선 숲길, 망원동과 신용산 많이도 다녔는데. 그때 우리는 정말 예뻤던 것 같다. 사귄지 얼마 안됐을 때 처음으로 싸운 날, 질투를 안한다던 너가 엉엉 울면서 졸졸 따라오던게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화나던 마음이 스르륵 녹아 그때부터 너를 더 좋아하게 됐나봐.
아직도 퇴근하고 오면 운동가자고 꼬시고, 귀찮다며 드러누운 날 꼬셔서 신촌으로 가는 길에 있던 그 헬스장이 끝나면 단백질 보충해야 한다고 통닭을 두마리씩이나 포장해오거나 닭발에 소주먹자며 서로 맵부심 부리면서 계란찜 마구 먹었었는데. 어제 오늘 한국은 무척 춥다고 들었어. 멋부리는 걸 좋아해도 옷은 꼭꼭 잘 챙겨입고 몸이 항상 팔팔 뜨거운 너니까 걱정은 안할께.
정말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블루베리팜도 졸업하고 시드니에 돌아와서 회사도 다니고 운동도 시작하고 친구들도 많고, 다정하게 연락하는 사람도 있는데, 어쩐지 순간 떠오르는 기억들에 여전히 마음이 시려. 너를 좋아하고 좋아했던 만큼 딱 그만큼 더 아파하고 눈물을 흘려야만 이 고통이 끝날 것 같아.
이 세상은 내딛는 발걸음 만큼이나 커진다는데, 나는 내 그릇보다도 더 큰 발걸음을 걸어버린 것 같아. 너의 세상과 내 세상이 겹쳤던 그 시간들에 너무 감사하면서 야속하기만 하다. 조금 덜 좋아할 껄 마음을 전부 줘버려서 어쩌지. 겹벚꽃이 만개하던 그 밤의 경의선 숲길을 걷지 않았었으면. 아침 저녁 따릉이타고 망원 한강공원이랑 망원시장 쏘다니지 말껄. 홍대 클럽거리나 경주, 양양이나 발리 여행도 너랑 있었던 기억들이 듬뿍 묻어있어 어떡하지.
너는 가끔 내 생각을 할까? 연남동 그 집을 자주 지나갈텐데. 그 거리를 다른 누군가랑 걷고 있을까? 나랑 그랬던 것처럼 밤새 술먹고 싸우기도 하고 그러면서 지낼까. 그때는 그렇게 화내지 않았으면. 그만큼 좋아해서 치고 박고 감정싸움을 한 걸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그래도 어쩌다 가끔 내 생각을 해줬으면 좋겠어. 내 전부였던 사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