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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소댕 Mar 24. 2024

틀림없이 다정해지자

인연이 참 신기하다. 프랑스인인 코코는 내가 개발자로 해외취업을 위해 만든 스터디 모임의 멤버였다. 온라인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호주에 워홀로 이미 가있던 코코도 작년 말까지 활발하게 참여했는데, 정말 우연히 시드니 같은 동네에서 살게되어 마주치다니.




연애에 관해 거의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는 (그럼에도 사랑에 눈이 먼 사람은 듣지 않는) 단 하나의 진리가 있다. 결국 만날 인연은 돌고 돌아 만나게 된다는 것. 경험 상 연애 뿐 아니라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라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이게 되는 것인지 왠지 라스베가스에서 뉴질랜드 고등학교 동창을 만난다던지 하는 일들이 왕왕 있어 내 인연을 소중하고 다정하게 대하자는 게 결론이다. 다정함이라는 건 결국 내 이득보다는 남의 감정을 돌봐줄 수 있는 힘이 있는 것인데, 예를 들면 다음날 출근이여도 조금 더 목소리를 듣고 싶어 잠을 줄여가며 통화를 한다던가 회의 중 부족한 시간이라도 상대에게 밥을 먹었는 지 물어봐줄 수 있는 여유라던지 하는 거라 뒤돌아서면 잊혀질지 몰라도 어쩌면 모두에게 필요한 찰나의 반짝임일지도 모르겠다.


아직 어떤 사이라고 정의하지 않은 B가 보내준 꽃은 화려한 분홍 거베라와 하얀 국화꽃 그리고 아직 꽃몽우리였던 백합이 꽃을 피워 일주일 째 밤마다 어찌나 진한 향기를 풍기는 지 어렸을 적 엄마를 따라 허브농원에서 맡았던 은방울 꽃 향기에 취해 이 작은 꽃이 독초인지도 모르고 킁킁 거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시드니에도 아침 저녁에는 부쩍 시린 가을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창문을 닫고 자야할 정도로 찬 바람이 슬쩍 불어오는 요즘인데 한국에는 봄 소식이 들려오니 경주에 벚꽃을 보러 가고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계절의 변화는 바쁘게 살고 있는 요즘에도 그리운 얼굴들을 떠올리게 한다. 


이렇게 몇 번이고 찬 계절과 더운 계절이 지나가고 나면, 친했던 친구들은 떠나오고 떠나가며 나도 어디엔가 다른 도시 다른 나라로 이동하게 될까 궁금해진다. 좋아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내고 언젠가는 만날꺼라 기약하고 간간히 안부를 묻고, 좋은 소식 혹은 나쁜 소식은 없는지 살펴주고 행복은 배로 하고 슬픔은 나누는 게 어떨지. 아니면 자기 전 너가 너무 소중하다며 다정한 말 한 마디 남기고 잠에 드는 게 어떨지. 2024년 3월 말이 된 지금 돌아보니 참 많은 다정함들을 선물 받았다. 서른이 되면 무언가 멋진 걸 하고 있을꺼라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작은 나는 이런 것들에 감사하며 살기로 했다. 우리는 틀림없이 다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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