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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오드 Nov 06. 2022

일본에서 집 나설 때 꼭 챙겨야 하는 것

차갑고 단단하고 견고하고 작아서 매일 숨바꼭질을 하는 그 분.




일본의 열쇠 사랑은 대단하다.


근사한 맨션에 복층 계단이 들어가 있는 집은 내가 집을 떠나 이국 땅에 와 있구나 하는 느낌을 주었다. 그러나 참으로 적응되지 않았던 것은 바로 집 열쇠다. 우리가 살던 집은 2층짜리 맨션임에도 엘리베이터가 운행되는 재밌는 곳이었는데, (홍콩의 청킹맨션같은 느낌도 주었다) 깔끔하게 리모델링 된 집 앞에서 항상 가방을 열어 열쇠를 찾아야 했다.     


햇살이 잘 드는 복층 집/ 2F용 엘리베이터/ 그리고 열쇠 꾸러미 (.....)


이는 비단 집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회사도 마찬가지였다. 유럽풍의 건물 안에는 많은 회사 사무실이 들어서 있었는데, 입구에서 꼭 치러야 하는 의식은 바로 사무실 열쇠를 찾아야 하는 것이었다. 여러 개의 보관함 중에서 본인 사무실의 보관함을 열고 거기 걸린 열쇠를 꺼내 사무실로 입장한다. (물론 처음 출근한 이가 있다면 바로 사무실로 올라가면 될 것이다.)     


회사도 예외가 없는 열쇠 성역/ 사무실 전경


초반에는 외출할 때마다 현관문을 잠그는 것이 꽤 번거로웠다. 열쇠를 놓고 나와서 매번 다시 들어가서 신발 장 위에 있는 열쇠를 챙겨 나오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좀 지나니 아이들은 외출 의식과도 같은 ‘딸깍’하고 문을 잠그는 과정을 즐기기 시작했다. 오늘은 내가 잠그면 안돼요? 라며 번갈아 가며 열쇠를 챙기는 것이 아닌가! (그래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지)


공동현관 키를 꽂으면 자동문이 열려요/ 둘째가 공동현관 키 홈에 키를 잘 꽂아 넣고/ 아이들은 열쇠로 문여는걸 좋아하네요


(일본에서 열쇠를 분실해서 열쇠수리기사를 불러 문을 연다면 비용이 20-30만원수준/ 열쇠 교체 비용 또한 별도)     


디지털 도어락의 편리함이 열쇠가 가진 단점을 대체할 법도 한데 왜 일본은 아직 (많은 부분에서) 열쇠를 쓰는 걸까?     


일본은 지진으로 인한 피해가 큰 나라 중 한 곳이다. 지난 11월 3일에도 지바현에서 5.0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 발생으로 인한 대피 시 열쇠로 여닫는 아날로그식 문이 디지털 도어락에 비해선 더 안전하다. 디지털 도어락의 경우 재난 시 오작동의 위험이 있고, 수동으로 문을 열기 위해선 먼저 자동장치해제를 해야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인명피해를 더 가중시킬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한다.     


사실 디지털 도어락의 경우 한국의 주거문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고(아파트 공동 주택), 실제로 한국과 중국에서 보편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기술이지만, 유럽과 미국, 캐나다, 일본에서는 여전히 열쇠를 사용하는 집들이 더 많다. (물론 호텔 같은 숙박시설은 카드키를 사용합니다)     


고베 시립 스마 수족원(아쿠아리움)에 갔을 때, 돌고래 쇼를 보고 나오면서 기념품 샵에서 매끈한 돌고래 모양을 따온 키링을 구매했다. 소중한 열쇠를 잃어버릴까봐 열쇠보다 배로 큰 키링을 걸어서 열쇠의 존재를 매 순간 손 끝의 감촉으로 느꼈다. (열쇠는 가방 바닥에 있군) 한국에 와서는 그 소중한 키링을 걸 일이 없었다. 문을 열고 나서면 ‘띠리리링’ 하면서 닫히며 잠기는 문. 귀가해서는 6자리 숫자만 누르며 ‘드르륵’ 열리는 문 앞에서 아날로그 식 ‘딸깍’은 더 이상 필요치 않았다. 


열쇠보다 무거운 키링/ 열쇠 3벌/ 자전거도 열쇠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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