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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오드 Oct 16. 2021

텐동의 사연과 나폴리탄의 비밀

도쿄 출신 일본인 저자 네모가 직접 한국어로 알려주는 일본음식과 문화

일본에서 한 계절을 살았다.


매일의 시작이었던 세이신-야마테선을 타러 가는 길에 늘 지나치는 인도 카레 전문점. 그리고 길 건너 2층에도 커리 전문점. 그리고 이케아에 기본 메뉴도 역시 카레.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김치볶음밥이 기본 메뉴인 것 같이) 대체 카레는 일본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 음식일까?


일본에 살기 전에는 당연 일식하면 스시(초밥), 사시미(회), 라멘(라면) 등 한국인에게 떠오르는 음식3선 정도가 있기 마련인데, 웬걸 다녀보니 그렇지만은 않네? 일본사람들에게 일상적 메뉴들이란 이런 건가. 할 정도로 의외의, 그렇지만 입맛에는 잘 맞는 메뉴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낫또고항(낫또덮밥), 규동(소고기덮밥), 카레(이렇게 카레에 진심인 나라), 아이들 메뉴에는 무조건 함바그(함박스테이크). 이 나라에서 가졌던 외식에 대한 두려움이 점차 사라져갔다.


이렇게 일본에 숨은 식문화를 하나하나 자세하고 재밌게 알려주는 작가의 책을 최근에 만났는데, 마침 추석연휴를 끼고 있던 때라 맘편히 즐겁게 한챕터 한챕터 섭렵해 나갔다.


일본인 네모작가의 <텐동의 사연과 나폴리탄의 비밀>.


작가 ‘네모’는 일본인이다. 한국의 대학 내 어학당을 다니며 한국어를 배웠고, 그를 바탕으로 일본 식문화를 소개하는 책을 ‘한국어’로 썼다. (respect!)


그렇기에 어떤 음식에 대한 한국인의 스타일과, 일본인의 스타일을 비교해 적어나가는 부분들이 매우 흥미롭다.


활생선을 바로 잡아서 바로 먹는 한국, 지역에 따라 초장을 곁들이기도 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라면,


일본은 회를 숙성시켜서 먹기 때문에 훨씬 부드러운 생선살의 식감을 즐긴다는 것. 와사비와 간장을 주로 곁들여 먹지만 이 역시 사시미 고유의 맛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살~짝.


에도 3미로 소개되는 스시, 소바, 텐푸라 이야기는 먹거리의 배경지식을 풍부하게 전해주었기에, 이 책을 읽고 난 일과는 보통 다음과 같았다. 구글맵을 켜고 인근의 일식전문점(스시집, 소바집, 라멘집)을 검색한다. (다행히 이 동네에는 ‘부부스시’와 ‘부산모밀’이 이름 나있다)


‘텐푸라’라는 단어는 한국에서도 자주 쓰는데, 한국어로 순화해서 쓰기를 늘 요청받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텐푸라는 사실 포르투갈에서 온 단어다! 포르투갈의 temporas 라 불리는 튀김요리가 현지화 된 음식이기 때문이다. (일찍이 일본은 포르투갈과 무역 교류가 빈번했다)


한국처럼 밥이 중요한 일본에 800여 가지가 넘는 쌀 브랜드가 있다는 것과, 일본에서 가정식으로 즐겨먹었던 낫또덮밥 이야기는, 짧지만 강렬했던 그 여름날의 일본으로 나를 잠시 데려가는 듯 했다. 일반적으로 모르고 골라도 고시히카리가 기본인 일본의 쌀들 (밥이 너무 맛있구요). 2kg씩 기본 포장되어 있었던 쌀을 보며 (한국에서 20kg씩 배달해 먹던 사람) 세상 야박한 심정으로 가슴팍에 안고 왔던 그 쌀들. 마트의 쌀 코너에 가면 다 다른 지역의 이름을 달고 빼곡하게 상단까지 채워져 있던 그 많던 쌀은 사실 일본 밥상에서 무엇을 가장 중하게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 아니었을까.


카레, 함바그, 규동의 지분으로 거의 매일의 외식 트라이앵글이 완성되었던, “우리는 일본에 와서도 이런 것만 먹고 가네.” (=한국에도 많은 것) 했는데, 아니었어, 일본사람들의 일상 메뉴에는 이들이 매우 가까이 있다는 것을 (이제사) 알게 되었다.


카레 알고 먹으면 더 맛있어요!

 

사실 일본인들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을 꼽으라면 그건 카레일지 몰라요. 자주 먹어도 질리지 않고, 서민적이고 친근한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종류와 맛집이 쏟아져 나오고... 카레는 바로 국민 음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싫어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평을 듣기도 하는, 그야말로 모두가 좋아하는 음식이죠. p276


네모작가님은 책을 내고도 계속해서 도쿄 현지의 맛집을 업로드 하고 있다. 랜선여행이 트렌드가 된 요즘, 이마저도 하나의 즐거움이다. 오늘 올라온 피드의 맛집을 보고 인근에 비슷한 메뉴를 하는 집 없나? 하고 구글맵을 띄우며 우리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비슷한 음식을 찾아서 먹고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며 그렇게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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