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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ar Jade Feb 09. 2020

네팔, 포카라가 뭔데 그렇게 기를 쓰고 가려는 거야?

원 없이 자원봉사 활동해보려고 떠난 길바닥 여행기 (14)


바라나시에서 버스를 타 장장 10시간을 달리니 ‘소나울리’라는 국경 지역에 도착했다. 아침 일찍 출발했는데 이미 밤이었다.

“어이, 거기! 어서 내려서 짐 찾아. 서둘러 국경 지나야 될 거야!”

아직 단잠에 취해 있던 내게 버스 기사님이 외쳤다. 서둘러 내려야 한다고 했다. 그제야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들 모두 짐을 찾아 버스를 나서고 있었다. 허겁지겁 버스에서 내려 불빛도 없는 어둠 속을 걸었다. 어둠 속에서 그저 앞사람들만 따라 걸었다. 그렇게 5분 정도를 걸으니 노란 불빛이 세어 나오는 조그마한 건물에 도착했다. 출입국관리소라고 적혀 있었는데, 관리소 치고는 너무 작은 구멍가게 같았다. 이 곳이 13억 인구를 자랑하는 인도의 출입국 사무소일 줄이야. 

사무소에 들어서자 직원들이 서둘러 서류작성을 시켰다. 서둘러 퇴근하고 싶은 본능은 만국 직장인들의 공통점이구나 싶었다. 바라나시의 낭만이 채 가시기 전인데 이렇게 떠밀리듯 인도를 나가야 한다니, 괜스레 서러웠다. 시키는 대로 서류를 제출하자 출입국 직원이 엄포를 늘어놓는다. 

“학생은 단수 비자라, 다시는 인도로 못 돌아올 거야.”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알겠다고 하자 도장 하나를 ‘쾅’하고 찍어줬다.

내 마음의 문도 쾅하고 문이 닫히는 기분이었다. 




어쨌거나 이렇게 인도 국경을 넘어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를 품은 땅 네팔 도착이다.

인도의 연장선인 듯해 보이지만, 인도와는 또 다른 정겨움이 있는 곳. 

티베트의 문화가 곳곳에 녹아들어, 라다크를 여행할 때의 포근함까지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인도가 확실히 외국이라는 느낌을 물씬 풍긴다면, 네팔은 우리네 순박한 시골 마을의 느낌이랄까. 우리는 굽이굽이 네팔의 시골길을 따라 네팔, 포카라로 들어갔다. 

- -

‘포카라’는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꿈의 도시다.

설산으로 둘러 쌓인 마을에 투명한 '페와 호수' 하나 떠다니는 이 곳은 전 세계 트레커들과 여행자들의 모험담으로 가득했다. 어떤 이는 산을 오르기 전의 설렘과 두려움을 술잔에 녹이고, 어떤 이는 다녀온 후의 아쉬움과 후련함을 술잔에 녹여 잔을 기울였다. 거리에는 매일 밤 라이브 음악이 울려 퍼져 젊은 여행자들을 잠 못 이루게 하는 이 곳이 바로 포카라였다. 


사실 네팔에서도, 이 곳 포카라에 온 이유는 따로 있었다. 

먼저 첫 번째로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코스) 트레킹을 해보는 게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다음으로는 '쓰리 시스터즈 트레킹'이라는 사회적 기업을 방문해보고 싶었다. 사회적 기업 분야에서는 국제적으로 꽤나 유명한 이 단체는 여성 가이드와 포터, 그리고 그들의 자녀들을 위해 설립된 단체였다. 국내에서도 공정여행이 한 때 인기를 끌면서 소개되어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된 곳이었다. 

아침이 되자마자 우리도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에 도움을 줄 여성 가이드 분을 섭외하기 위해 '쓰리 시스터즈 트레킹'을 찾았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사회적 기업은 세 명의 자매가 함께 설립한 곳이었는데 마침 우리가 간 날에 맏언니 '럭키'가 우릴 반겨주셨다. 미리 연락을 드리긴 했지만, 워낙 국제적으로 바쁘신 분이라 만날 수 있을 거라 기대를 못했는데, 짧게나마 인터뷰까지 할 수 있었다. -

-   



“와! 정말 반가워요! 책이나 기사에서 많이 봤는데, 실제로 보니까 정말 반갑네요!" 

"하하, 저도 반가워요! 오느라 고생했죠? 도대체 어쩐 일로 이 먼 곳까지 직접..."

“한국에 있을 때, 꼭 방문해 보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안나푸르나 트레킹도 제 버킷리스트 중 하나고요!”

쑥스러운 내 고백에 그녀가 방긋 웃는다.

이윽고, 궁금했던 점들을 묻기 시작했다. 

“먼저 쓰리 시스터즈 트레킹의 성공 스토리를 익히 들었는데, 도대체 어떤 점에서 성공이라고 평가가 되는 건지 구체적으로 좀 알고 싶어요! 혹시 들려주실 수 있으세요?"

“얼마든지요. 하하. 자리에 앉으세요.”

설립자 '럭키'는 쓰리 시스터즈 트레킹의 성공 덕분에 마을이 달라진 점부터 이야기해 나가기 시작했다.

“우선, 트레킹 산업에서 좋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을 들어요. 성 차별을 줄이기 했고요. 이전에는 여성이 포터나 가이드를 한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어요. 아무도 먼저 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지금은 사업 초반보다 더 많은 여성 일자리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차곡차곡 그들의 신뢰를 쌓아가고 있어요. 이제는 주변 사람들도 뭔가 변해야 한다는 걸 인식해요. 여성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변하고 있는 거예요.”

그녀는 사람들의 인식 변화를 첫 번째로 꼽고 있었다. 

곧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는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데 우리 회사를 이야기할 때, 너무 여성과 관련해서만 조명된 것 같기도 해요. 사실 관광업의 범주 내에서 다양한 트레킹 루트와 여행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고 있어요. 더 많은 이웃들에게 일자리나 경제적 혜택이 주어질 수 있도록 말이죠. 예를 들면, 우린 다소 소외받은 서부 네팔 지역의 관광 투어 일도 해요. 마을 사람들 집에서 잠을 자고, 식사도 하는 투어 프로그램을 개발해서요. ‘커뮤니티 투어리즘’이라고도 불려요. 충분히 관광지로써 가능성이 있는 가난한 지역을 개발하는 거예요. 이런 지역들은 사실 부적절하게 개발되면 혜택이 마을 사람들에게 가지 못한 채, 자신들의 삶의 영역만 침범당하는 꼴이 돼 버려요. 저희는 그전에 먼저 올바른 관광업의 틀을 만들어 놓고 싶어요. 수익이 지역주민들에게 가고, 그들이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 싶죠. 이게 바로 우리가 지역 공동체와 소통하고 관광업에 종사하는 이유예요. 여성에만 치우친 게 아니라요. 아직 훨씬 더 연구하고 고민해야 하지만요.”

진지한 표정의 그녀에게서 지금까지의 '쓰리 시스터즈 트레킹‘은 아직 시작에 불과한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그녀의 뜻대로 네팔의 관광이 조화를 이룰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쓰리 시스터즈 트레킹'은 'EWN(Empowering Women of Nepal)'이라는 NGO 단체도 만들어, 노동 착취를 당한 아이나 고아를 보살피고, 트레킹 일을 떠난 가이드의 자녀들을 돌봐주고 있었다. 



- -

이야기가 끝나갈 무렵, 그녀는 웃으며 비밀 아닌 비밀 한 가지를 털어놓았다.

“그런데 저희 트레킹 회사가 다른 곳보다 다소 비싸긴 해요, 인정해요, 하하. 그래도 그 돈으로 매년 여성 교육도 하고, 학교를 그만둘 뻔한 아이들 장학금도 주고, 어린이집 운영에, 의료사업까지 쓰이거든요. 그러니 기부하는 셈 쳐도 남는 장사죠! 하섭 군도 우리 가이드랑 산에 올라갈 거죠?”

“아, 그럼요. 하하;;”

‘으아, 아무리 그래도 가난한 배낭 여행자에겐 두 배정도 비싼 가이드 비용이 부담이 된다고요!’

생각보다 비싼 트레킹 비용에 계속 주저하던 내게 아주 쇄기를 박아주셨다. '사업은 이렇게 하는 거구나'하고 또 한 수 배웠다. 

그나저나 드디어 내일부터 ‘안나푸르나 트레킹’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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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겐 동정심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그들에게도 교육과 기회가 필요합니다.”
- 쓰리 시스터즈 트레킹 컴퍼니 설립자, 럭키 체트리

“Women do not need sympathy, they need education and opportunity"
-by Founder, Lucky Chhet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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