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없이 자원봉사 활동해보려고 떠난 길바닥 여행기 (2)
델리에서 맞이하는 첫새벽은 카오스 그 자체였다.
시도 때도 없이 들리는 그릇 깨지는 소리, 릭샤의 경적 소리, 사람들의 고함소리는 ‘인도가 내전 중이었나?’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것도 새벽 6시에 말이다.
“나 어제 도착했다구! 고단한 여행자들을 이렇게 괴롭혀대다니!”
혼자 씩씩 거리며 베개로 귀를 막아버렸다. 그것도 모자라 갖은 욕을 다 해봤지만, 밖에서 들려오는 소음을 멈출 재간은 없었다.
그러다, 일행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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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악! 저기 바퀴벌레!”
결국 첫날 잠과의 사투는, 바퀴벌레 한 마리의 출현으로 종지부를 찍었다.
반쯤 잠에 취한 상태로 인도의 아침과 첫 대면을 했다.
“우와! 여기가 어제 우리가 걸어온 그 길 맞아?!”
분명히 어젯밤, 이 곳 빠하르간지(여행자 거리)로 들어올 때는 부랑자들의 눈빛과 스리슬쩍 다가오는 마약상인들로 무섭기 짝이 없었는데, 아침을 맞이하는 빠하르간지의 모습은 그렇게 분주하고 활기찰 수가 없었다.
길가의 상인들은 “마이 프렌드! 마이 프렌드!”를 외치며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좁은 길을 달리는 릭샤꾼들은 한 명이라도 더 태우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잃어버린 자식을 찾아다녀도 저런 표정은 안 나올 거야.’
그 외에도 화려한 해나는 인도의 필수품이라며 팔목을 잡아채는 해나꾼(인도식 타투), 여러 벌의 옷을 들고 가져가라며 표정 짓는 옷가게 아주머니, 짜이 한잔하고 가라며 목 놓아 소리치는 짜이집 아저씨까지, 이곳 인도도 사람 사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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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는 길거리에 거지들이 들끓고, 부랑자들로 넘쳐나겠지?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
여행을 떠나오기 전, '가난한 인도'를 보고 싶다는 내가 '만든'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었다.
맞았다. 분명 겉으로 보기엔 거지도 부랑자들도 많았다. 그러나 길을 걸으면 걸을수록 이들의 일상 속 ‘평범함’보다는 가난하고 굶주린 ‘특별함’만을 찾아 여행을 떠나 온 내가 부끄럽게 느껴졌다. 토끼 같은 처자식을 위해, 그리고 자기 자신의 삶을 위해 너무나 분주하게 일하는 인도 사람들 앞에서 한없이 부끄러웠다.
‘여행자가 만들어 낸 특별한 하루를 인도 사람들의 평범한 하루가 지탱하는 거구나. 그래 내가 보고 싶은 건, 있는 그대로의 평범한 사람들이었어!’
“쨍그랑! 빵빵빵! 끼익! 쿵쾅 쿵!!!”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새벽을 깨우는 소음은 변함없었지만, 더 이상 창밖 소리는 소음이 아닌 룸서비스 차원의 모닝콜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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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인도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카오스가 마음에 들어간다.
델리, 그곳에도 사람은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