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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희철 Nov 18. 2023

<화장실 모기/최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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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모기>

 

민주노동당 선대본부 화장실 
 오줌을 누다 
 벽에 납작하게 죽은 모기를 보았다.
 모기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당한 것이다.
 노려보던 선입견이 
 공격을 명령하는 순간 
 삶의 연속성은 끊긴다
 어둡고 축축한 곳에서 접힌 
 그의 생명주검혹은 운명은 
 낮은 촉광 밑에서 
 벽의 불결함을 상징하는 얼룩일 뿐이다
 우리도 어떤 이유 하나만으로 
 저렇게 될 수 있겠다
 예고도 방향도 없는 지나친 폭력이 나타나 
 억울하단 말 한 번 못해보고 
 강력한 펀치에 떡이 될 수 있겠다
 계급의 꿈과 희망이 터져 
 하찮은 오물이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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