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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희철 Nov 19. 2023

<막차를 타며/최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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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차를 타며/최희철>
 

늦은 시각 어둠속에서
 엉덩이를 맡길 곳이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
 
 차가 출발하자
 사람들은 잘 마른 빨래 감처럼
 비로소 굳었던 표정을 편다.
 한결 보드라워진 것이다.
 이제 덜그럭 거리는 것은
 종일 매달려 왔던 생업의 껍데기들뿐
 그들은 생김새도 달라
 서로 쳐다볼 겨를이 없다.
 하지만 곧 끼리끼리
 어울리며 낄낄 거린다.
 피곤한 하루였으며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혹은 희망이 보인다고
 그러니 좀 더 견디어 보자고
 세상이 이렇게 만든 것이지
 우린 변한 게 없다고
 너무 납작하여
 일어설 수조차 없다고
  

 막차는 봄 강물처럼 녹아들고
 어두움은 보푸라기가 되어
 발밑에 내려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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