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킹에 대하여/최희철>
틈새를 막아 주는 고무패킹
새 것은 끼우고 조여 주면 새지 않는다.
풀고 조이길 반복해도 늘 같은데
그게 짱짱한 것들의 특징이다.
오래 된 것들은 어떨까.
풀었다 잠글 경우
그곳엔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패킹의 지대(地帶)가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여 아무리 꽉 조여도 샌다.
그동안 새는 건 어떻게 막아 왔을까.
아마도 그건 새 것의 짱짱함이 아니라
치석(齒石)처럼 압착된 시간일 것이다.
결코 패킹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주변의 모든 것들이 안팎으로 엉키면서 만들어낸
비가역적(非可逆的)으로 퇴적된 기억 때문이다.
그건 의외로 틈들이 밀찬 된 간격 없음이 아니라
오히려 서로 간의 간격일 수도 있겠다.
인력(引力)이 아니라
척력(斥力)으로 여겨지기도 하는 힘들.
만약 그게 없다면 우리는 줄줄 샐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