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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사임당 Dec 21. 2023

닭다리 건배사

 




 어미새 두 마리가 치킨을 시킨다. 작당하고 닭다리를 노린다. 남편과 아이에게 한 쪽씩 주고 나면 우리 몫은 없었으니까. 왜 조류의 다리가 두 개뿐인지 사유할 겨를도 없이 나머지 조각들을 해치우는 서로를 위하며 배달을 기다린다.


 나는 닭 가슴살에 적응하기 위해 태어났다. 운이 좋으면 날개 한 쪽 건드려볼 수 있겠다. 그럼 콤보를 시키면 되지 않느냐고 묻는다. 내 욕심 채우는 몇 천 원은 편의점에서 갑자기 사 먹는 생수만큼이나 아깝다. 궁상인 것이다.


 - 먹고 싶다고 왜 말을 못 해!! - 박신양처럼 외칠 수도 없다. 종일 일하고 온 남편의 닭다리도, 아직 사춘기 전이라 마음이 몽실몽실한 아들의 양보 닭다리도 받고 싶지 않으니까. 파리의 연인 대사가 내 삶에도 들어온다. - 어떻게 그래요!! 내가 어떻게 그래요!! -


 고소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한 마리를 온전히 다 가진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든다. 여유롭고 우아하게 1인 1다리를 쥐었다. 낭랑한 오돌뼈 씹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초췌한 어미새들의 치킨 파티가 시작되었다. 숙명인 것이다.


 결혼하고 처음으로 삼계탕을 끓이던 날, 나는 도가 터졌다. - 우리 엄마는 닭다리를 한 번도 못 먹었네. - 동생과 나를 주고 나면 그 닭 역시 하체 불만족이 된다. 아빠는 남은 살코기를, 엄마는 마무리와 국물을 드셨겠지. 생애 첫 삼계탕 조리 중 눈물 반 방울 흘릴 뻔한 지난날을 기억한다. 나도 꼭 엄마처럼 살고 있다. 그 시절 배달의 민족이 있었더라면, 당신도 동네 어미새들과 해방의 기쁨을 누렸을 텐데.


 우연한 동지를 만나 목구멍을 풀었다. 종종 이런 시간을 갖겠다고 굳게 다짐하며. 비록 닭다리 그 모양새가 내 신체 일부를 닮았을지라도 더 이상의 설움은 없다.



그대 닭다리에 Che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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