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을 아무리 둘러봐도 답이 없기에 그냥 한 말이었다. 으흠? 추임새 한 마디와 함께 그이는 바람처럼 자기 방으로 건너갔다. 금세 커다란 레고 조각 하나가 뚝 떨어져 나온다. 우와. 가슴이 콩콩 뛰었다.
그이의 방엔 긴 책상 두 개가 연결되어 있다. 그 위엔 그럴듯한 듀얼 모니터와 집채만 한 프린터, 꼬마 사이즈 프린터, 스캐너와 두툼한 부동산 자료집들이 너절하게 자리했었다. 남편은 붙어있던 책상 중 작은 쪽을 떼어 내게 주었다. 거실 티비 옆 잠자던 컴퓨터 본체와 창고 속 오래된 모니터도 상봉시켰다. 여분의 무선 키보드와 마우스도 어디선가 나타났다. 아이 방에서 삼단 책꽂이까지 훔쳐 오니 허탈할 정도로 완벽했다. 이렇게 쉬운 일이었다니. 늘어뜨린 레고들이 마음 잘 먹은 어느 날 뚝딱 조립되듯 완성된 내 책상. 눈앞에서 트랜스포머를 보았다.
나만의 방을 감상하고 있는데 그이가 연필꽂이 하나를 삭 닦아 내밀었다. 잘 써라. 너무 고마워서 감격의 눈길을 흠뻑 보냈더니 한다는 말이 “네가 삘 받아서 갑자기 백만 원짜리 노트북이라도 지를까 봐...”라고 했다. 그래서 무일푼 방구석 마술쇼를 벌인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