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의 Lockdown은 없다는 호주 정부
6월 말에 시작된 이번 2차 Lockdown 규제가 어느덧 세 달을 넘어섰다. 작년에 큰 난리를 치르고 재 개방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내려진 규제에 이번에는 작년처럼 몇 달을 기다리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사태는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 수차례 연기를 발표하더니 결국 세 달이 넘고 말았다. 되려 집 밖 5km 이상 외출 금지 및 야간 통금 규제 등 작년보다 더 강력해진 규제 조항들 때문에 모두가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위기에 대처하는 호주 정부의 기조 정책은 오직 봉쇄조치로 사람들의 이동을 제한한 뒤 Vaccine 접종을 강력히 권고하는 것 외에 별다른 수가 없어 보였다. 1차 Lockdown 이후 안일한 자세로 예방접종 정책을 추진하던 정부도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나서야 앞뒤 가릴 거 없이 유일한 해결 방법은 예방 접종뿐이라고 선전하기 시작하고 다급하게 Vaccine을 도처에 공급하는 모습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결국 이 유일한 해결책 덕분(?)에 이번 규제조치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줄곧 70% 예방 접종률을 기준으로 각종 규제조치들이 달라질 것이라고 공표해 왔던 호주 연방정부와 NSW 주 정부의 입장에 맞추어 드디어 구체적인 규제 완화 정책들이 며칠 전 발표되었다. 현재 2차 예방접종률이 60%대에 이르렀는데 70%의 예방접종률이 달성될 것이라고 예상되는 날의 다음 월요일인 10월 11부터 순차적으로 규제는 완화된다. 이 날을 기준으로 더 이상 활동반경 규제와 가정방문 금지 조항이 완화되기 시작하고 대다수의 영업장들이 개인거리 확보를 기준으로 영업이 개시된다. 5km 규제만 사라져도 살 맛 날 것 같다는 우리 모두의 소원이 드디어 이루어지게 되는 셈이다.
이후 80%대 접종률이 달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10월 말에는 Sydney 광역권을 벗어나 NSW 주 내 모든 지역으로 왕래가 가능하고 개인거리 규제도 한층 완화되면서 대다수의 규제들이 풀리게 되지만 실내에서 여전히 실내 Mask착용은 강제조항으로 남게 된다. 그리고 90% 접종률이 달성된다는 12월부터는 대부분의 일상이 회복될 것이고 Mask 착용도 대중교통 이용과 Hospitaloty 산업 종사자들에 한에 착용으로 완화되면서 백신 미접종자의 활동 규제가 풀리게 된다. (이전 까지는 모든 규제 완화 조치는 2차 예방접종을 완료한 사람들에 한해 적용이 된다.)
게다가 드디어 꽁꽁 싸매고 있던 국경도 드디어 열릴 것으로 발표가 났다. 아직 구체적인 입국 제한 숫자 나 대상자 같은 세부적인 사항들은 조율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접종률이 가장 높은 NSW 주를 시범으로 국경이 열리고 외국에 거주하던 시민권자, 영주권자들을 우선으로 입국이 허용될 예정이다. (물론 지금도 호주 국민들은 입국이 가능한 상황인데 뭐가 달라지는 건지…)
이러한 정책 변화에 발맞추어 대다수의 산업이 영업재개를 앞두고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구인공고들이 우선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하고 재개장 일정들이 속속 발표되면서 식당, 미용실 등의 예약이 가능해졌다. 당연히 우리 회사에서도 연락이 와서 10월 중순에 업장 영업을 재개하고 주방 직원들은 2-3일 먼저 출근하여 식자재 준비를 시작한다고 알려왔다. (물론 주방 직원 출근 일정은 내가 짜는 거라 내게 제일 먼저 연락이 왔다.) 오랫동안 웅크리고 있던 Sydney가 드디어 기지개를 펴고 다시 일어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중이다.
작년과 올해 두 번의 Lockdown을 겪으면서 셀 수 없이 많은 이민자 혹은 임시거주자들이 호주를 떠나갔다. 우선 작년 호주 수상의 자국민 보호 우선 정책 발언 이후 실망한 대다수의 임시 거주자들이 호주를 떠났고 조치 완화 이후에 곳곳에서 인력난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지만 국경을 막아놓은 탓에 유입되는 신규 이주자들이 없기 때문에 갈수록 고통은 가중되었다. 일할 사람을 구할 수 없는 농장들 쪽에서는 수확을 하지 못해 버려지는 농작물들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자 올해 2차 Lockdown을 거치면서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고 물가는 치솟기 시작했다. 기본임금은 세계 순위권으로 높은 반면에 농산물 가격은 비교적 한국보다 저렴한 편이라서 외식을 자주 하지 않는 이상 일정 수준의 생활비를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는데 이제는 물가상승률이 임금상승률을 훨씬 앞질러버린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작년에는 최대 만불 가량의 돈을 본인의 연금에서 조기 인출할 수 있는 방법 외에 별다른 지원금이 없었던 반면(비영 주권자들 대상, 영주권자 이상의 사람들에게는 추가 혜택이 많았지만..) 올 해에는 소득이 줄어든 비율에 따라 호주 거주자들에게 차등 없이 매주 보조금이 지급되고, 나 같은 세입자들에게 주택 보조금이 주어지는 등의 혜택이 있어서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발표가 난 뒤 아침 산책길에 아내와 대화를 하던 중 만약 올 해도 작년처럼 국가 복지 혜택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았더라면 우리도 별 수 없이 한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난다.
별 개의 문제로 이제 영주권 신청의 목전에 와있는 상황인데 만약 호주를 떠나게 되는 상황이었더라면 그동안의 공들인 시간과 노력에 대해 엄청난 후회가 남았을 것 같다. 농반진반으로 다 접고 한국으로 가자고 자주 이야기하곤 했지만 막상 불가피한 상황에 의해 이 나라를 떠나게 되었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했을지 짐작만으로도 난감하기만 하다.
이따금씩 Costco를 비롯한 대형 매장에 들러보면 확연이 달라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한산하기만 했던 매장들이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하고 도로에 교통량이 늘어난 것이 눈에 띌 정도로 달라졌다. 접종률이 60%를 넘어서면서 고생했다며 시민들에게 5km 규제 안에서 근처 공원에서의 소풍을 허락하자 공원에 사람들이 가득하다. 규제 해제 일정을 공표하자마자 사람들은 또다시 길거리로 몰려나오기 시작한 모습니다.
더 이상 이번 전염병에 대한 대처방법이 없기 때문에 이번 Lockdown이 풀리면 더 이상의 봉쇄조치 및 보조금 혜택은 없을 것이라고 공표했다. 나라에서 무상으로 예방접종도 해주었고 지금까지 각종 보조금 혜택을 통해 호주 국민들의 생활을 보조해줬기 때문에 나라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고 앞으로는 개인위생으로 책임이 옮겨가는 모양새인 듯하다.
곳곳에서 사람들은 환호하고 있는 와중에 NSW의 주 수상이 전 애인의 비리와 연루되어 조사대상에 올라 사임을 발표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도 있었다. 이런 초유의 사태에 또 다른 이변이 더해져 어떤 결과로 이어지게 될지…
모국에 비할 바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겨울이라고 옷을 껴입고서 지내던 겨울이 지나고 어느새 피부를 찢어버릴 듯한 태양이 내리쬐는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집 앞마당에도 봄이 왔다가 깻잎, 호박, 고추 등 각종 채소들이 싹을 틔우고 자리를 잡기 시작하고 다른 식물들은 꽃대를 올리고 갖가지 색상의 꽃이 피고 지고 있는 중에 우리 생활에서도 드디어 훈풍이 돌기 시작한다. 당장 또 식당 문을 열고 하루 10시간이 넘는 노동에 시달리다 보면 이때의 휴식이 그리워질 수도 있을까 싶다.
영주권 신청을 위한 영어 시험을 마무리하고 이렇게 큰 산을 하나둘씩 넘다 보면 또 여유가 생기고 다시금 마음 편히 앉아 글을 끄적이고 있는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 소박한 기대를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