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애도(哀悼)] - 2023년 10월 19일 목요일
사회학을 전공하는 큰아이가 전공에 재미를 느껴 공부에 아주 열심이다.
요즘은 중간고사 기간이라 새벽까지 공부하고 쪽잠 자고 학교에 가는 걸 열흘 가까이하고 있다.
제 방의 좋은 책상에는 온갖 책들을 어질러 놓고, 식탁을 점령한 채 보고서도 쓰고, 중간고사 준비도 한다.
공부하는 딸을 보는 건 언제라도 참 뿌듯하다. '나를 기분 좋게 하려고 식탁에서 공부하는구나'하고 웃었다.
오늘은 마침 출근시간과 등교시간이 겹치는 날이어서 내 아침을 만들며 아이의 아침도 함께 만들었다.
토스터기에서 나온 빵 위에 후추로 간을 한 안심을 구워 얹고, 썰어놓은 오이, 사과, 파프리카 등등의 채소를 적당히 얹은 뒤 리코타 치즈를 듬뿍 바른 샌드위치를 만들어, 들고나가기 좋게 포일에 감싸 자른다.
10분이면 가능하다.
엄마가 우리 집에 드나들며 아이들을 돌보던 시절에, 엄마는 거의 매일 아침 내 식사를 준비했다.
먹고 출근하는 날도 있었지만 못 먹고 가는 날이 더 많았다.
차려줘도 못 먹는다고 핀잔주던 엄마 목소리가 갑자기 스친다.
내가 딸로 존재하는 순간의 아침과 엄마인 시간으로 보내는 아침은,
그렇게 다르게 흐른다.
큰아이가 어느새 씻고 식탁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는다.
맛있냐는 물음에 경쾌하게 “응”하며 웃는 딸을 보니, 배가 부르다.
나도 맛있게 먹는 걸 좀 많이, 더 자주, 엄마한테 보여줬어야 했다.
그때 아침도 못 먹고 나가는 막내딸의 뒷모습을 보면서 엄마가 얼마나 허기졌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