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애도(哀悼)] - 2023년 11월 16일 목요일
2005년생 작은 아이는 원래 24학번으로 대학에 가야 하는 나이지만 기특하게도 21년 말 고1 때 자퇴를 하고 22년 8월 검정고시를 치른 후 내가 발병, 검사, 수술, 퇴원을 거쳐 항암을 시작할 무렵 제 나이보다 1년 일찍 대학에 들어갔다. 그래서 올해 수능은 남의 일이 되었다. 그저 1시간 늦은 출근이 반가운 날이다.
공무원이 된 게 참 이럴 때 좋구나 싶다 하는 생각과 가벼운 마음으로 조금은 한산한 출근길에서 33년 전 내 학력고사일이 생각났다.
나는 선지원 후시험 학력고사를 치렀다. 지원한 학교까지 가야 하니 일찍 일어나야 했고, 불안했던 나는 거실에서 엄마랑 같이 잤다.
다급한 목소리로 나를 깨우는 엄마 목소리와 시간을 잘못 본 거라며 더 자라는 아버지 목소리를 동시에 들으며 눈을 떴다. 새벽 1시 반을 가리키는 시계를 6시 5분으로 착각한 것이었다.
엄마를 타박하는 아버지 소리를 들었지만 다행히 오래 뒤척이지 않고 다시 잠이 들었다.
나는 그날의 일로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았으나 엄마는 계속 마음에 두고 있었다는 걸 합격 소식을 전한 뒤에야 알게 되었다. 그러곤 그날의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오늘 생각하니 그 새벽 스치듯 봤던 엄마의 미안하고 난감한 눈빛이 떠올랐다. 새벽 1시 반부터 아침까지 한숨도 못 잤을 것이며, 합격 소식을 들을 때까지 몇 날 며칠 계속 잠을 설치며 자책하고 불안해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이제야 하게 된다.
참~~~ 자식이 뭔지, 존재하므로 소중한데 존재하므로 민폐다.
1년 일찍 대학에 간 작은 아이 소식을 항암을 끝내고도 한참을 지나서 엄마에게 알렸다. 하루가 다르게 정신을 놓고 있는 엄마가 알아들었을 리 없다. 정말 좋아했을 텐데...
이번주엔 엄마를 보러 가야겠다.
그날 나는 괜찮았다고, 엄마가 얼마나 불안했을지 이제야 알게 되었다고 얘기해야겠다.
당연히 엄마가 알아들을 리 없겠지만, 왠지 나는 엄마가 느낄 수도 있다는 확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