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기되지 않은 장소들을 제 목소리로 부르기 위해 낡은 지도 위에 수많은 점을 채워 넣는다. 지도의 점들이 그 장소를 볼 수 있게, 기억할 수 있게 해주리라. 그러나 점으로 가득한 지도를 본 적이 있다면 알 것이다. 점으로 가득한 지도는 오히려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게 한다는 것을. 당신의 뇌가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없듯이, ‘표기되지 않은 모든 것을 표기하는 지도’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그러니 지도에 점을 찍기 전에 멈춰 물어보기로 하자. 지도에 표기되는 장소와 표기되지 못하는 장소를 가르는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침묵의 도면 Cartographies of Silence》 전시는 역사에 자리 잡지 못한 존재들을 황급히 호명하기 전에, ‘호명되는 존재’와 ‘호명하는 존재’ 사이에 작동하는 힘의 균형을 본다. 기획자는 《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에서 이야기의 단서를 발견한다. 그리고 여성의 장소로 기능하고자 했던 이 비엔날레를 조롱 섞인 태도로 미러링한 《男성미술비웃날레》라는 또 다른 사건으로부터, 둘 사이의 힘의 감각을 느끼고 그 힘이 어디로 어떻게 기울어졌는지 되짚는다. 낙인에 의해 배제되어 버린, 오래 침묵해 온 이야기의 화자를 이제 와 불러 질문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전시는 답을 들을 수 없는 과거에 질문을 하는 대신, 송유나, 김샨탈, 이희경 세 사람의 시선을 빌려 침묵의 언저리를 둘러싼 힘에 주목한다.
1 침묵의 위로 남은 힘의 자국
침묵을 발견하고 먼지 쌓인 문서함을 여는 순간, 상자 안에 눌러 담겨있던 침묵이 쏟아진다. 침묵은 그동안 뱉지 못한 무수히 많은 증언을 토해낸다. 세 참여 작가는 흩어진 증언들 사이에서 《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의 실천이 침묵이 되도록 억누른 힘을 목격하고, 침묵 위에 남은 힘의 자국에 각자의 방식으로 응답한다. 오래전 《男성미술비웃날레》는 《Pre-국제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의 소주제 ‘숨결-손길-조율’을 ‘질식-손질-조절’이라는 폭력적인 단어로 재조합했다. 《침묵의 도면》 전시는 이처럼 상반된 두 가지 단어 사이에서 ‘호흡-증상-조정’이라는 단어를 찾아내 작가에게 부여한다. 세 작가는 주어진 단어들과 함께 침묵 위에 남은 힘의 자국을 각자 해석한다.
첫 번째로 ‘호흡’이라는 단어를 부여받은 송유나는 종료된 이야기의 다음 장을 그려본다. 이야기의 다음 장에서 《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를 조롱했던 《男성미술비웃날레》는 조롱받는 바로 그 위치에 놓인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입구에서부터 철재로 된 화분 〈축하 기념 박수 화분 1호〉가 관람객을 반겨준다. 전시장의 문을 열면, 녹색의 화분 위 단출한 인조 야자수 잎사귀 두 장이 화분 중앙에서 맥없이 맞닿으며 박수 친다. 화분의 정면에는 축하 화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분홍색 리본이 장식되어 있다. 보다 안쪽 벽면에는 액자 형태의 〈축하 기념 액자 A4(투명)/벽걸이〉 시리즈가 나란히 걸려있다. 레진으로 특수 제작된 이 투명한 액자들은 액자 프레임 위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튀어나온 박수 치는 손을 가지고 있다. 총 6개의 액자 중 5개는 그 안이 비어있고, 마지막 한 액자에는 ‘출품 및 작품 추천서’라 제목 붙여진 서류가 들어있다.
이 서류에 따르면 여기 전시된 송유나의 축하 오브제들은 재활용할 수 있도록 섬세한 배려에 따라 제작되었다. 액자에서는 액자의 제목 부분을, 화분에서는 리본 부분을 교체하여 재활용할 수 있다. 축하의 마음이 담긴 선물을 재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둔 작가의 배려는 《男성미술비웃날레》측의 무례함을 전제한다. 서류의 ‘작품내용’ 부분은 평가자의 위치에서 《男성미술비웃날레》의 미흡함을 지적하면서도, 이 비엔날레가 《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를 더욱 풍성하게 하였다고 격려한다. 이로써 《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를 비웃으려던 《男성미술비웃날레》측의 시도는 실패한 것으로 입증된다. 상대를 격려함으로써 상대의 조롱을 무색하게 만들고, 상대의 무례함을 전제하여 상대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풍자적 태도는 제목과는 다르게 축하를 가장한 수동공격에 더 가깝다. 풍자적 태도를 통해 작가는 궁극적으로 사건에 연루된 모두가 ‘환대하면서도 비난하는’ 양면적 존재임을 드러낸다. 이러한 송유나의 《男성미술비웃날레》에 대한 화답은 밉기보다는 웃음을 자아낸다. 적나라하게 드러난 이들의 양면성은 관계의 무게중심을 어지럽힘과 동시에, 오랫동안 한쪽으로 기울어 있었던 힘의 흐름을 움직이게 했기 때문이다. 숨의 들이쉼이 있기에 내쉼이 있음을 아는 송유나는 호흡을 하듯 숨을 한껏 들이마시고 웃음으로 내뱉어 한쪽으로 향한 힘의 기울기를 움직인다.
《침묵의 도면》 전시 전경 ⓒ조신형(Visualog)
김샨탈은 주목받지 못해 사라지게 될 이야기를 다루어 드러나지 못한 이들의 중얼거림을, 그들의 상태와 모양을 ‘증상’으로서 나타낸다. 전시장의 한구석, 곳곳에 놓인 스피커에서 작은 말소리가 흘러나온다. 스피커의 소리는 가까이 다가가도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기에 소리를 키워주는 집음기로 들어야 한다. 말소리는 이 스피커에서 저 스피커로, 그리고 또 다른 스피커로 옮겨가고, 관람자는 집음기를 들고 전시장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소리를 쫓게 된다. 드문드문,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온다. 사라진 파투아(patois) 지역의 마을의 전설, 기억되지 않은 멜로디, 얼굴은 또렷하지만 이름은 알지 못하는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 스피커의 음성은 사라져가는 것들을 구전하면서, 한편으로는 희미한 목소리로 분실하면서, 그들을 기억하고 잃어버린다. 음성은 끝내 이름을 알 수 없었던 이야기 속 인물의 이름을 찾아낸다. 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그의 이름은 ‘타비’다. 그 이름을 기억하게 된 음성은 말한다. “이제는 언제든 걔를 찾을 수 있어.”라고. 눈높이를 낮추면, 전시장의 기둥 모서리 아래에서 스크리닝 되는 영상을 발견할 수 있다. 흐릿한 검은 것, 회색의 걷는 뭉텅이, 반짝이는 눈. 희미한 형체의 대상들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줄지어 날개를 펴고 날아가고, 걸어가고, 기다리기도 하는 이들은 새였다. 흐릿한 형상의 새들은 문장의 전달자이자, 문장과 마찬가지로 온전히 포획되지 않는 존재로서 전시장을 맴돈다.
사라진 파투아 마을의 전설도, 언어를 제거당한 공동체도, 잊힌 이름도 〈타비〉에서 구전되는 그 순간 명백히 기억된다. 그러나 전시 공간의 소음과 일관되지 않은 음량, 스피커와 집음기 사이의 거리에 의해 흩어진 단어와 문장들은 한순간 완전하게 기억되었던 이야기를 다시 망각의 어둠 속으로 빠뜨린다. 영상 속 새들은 기억을 전달하려는 듯 공기 중을 가로지르지만 새들은 문장을 잃어버리고, 기억이란 반드시 곡해되고 사라지는 것이라고 선고한다. 누군가는 기록이 기억을 지배한다고 말한다. 아니, ‘기억’은 ‘기록’을 초과한다. 기억은 망각까지도 포함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기억이 기록을 초과하는 그 경계에서, 기억되면서 동시에 망각되는 존재의 숙명을 지켜본다. 그 틈에서 기록되고 망각되는, 그럼에도 기억하고자 하는 존재 사이의 관계를 본다.
인도네시아에서 시작된 여성주의 운동 ‘그르와니(Gerwani)’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이희경의 영상 작업 〈잔상〉은 현실과 과거를 중첩시키면서 오늘의 나침반을 ‘조정’한다. 양쪽에 나란히 놓인 두 모니터에 영상 작업이 상영되고 있다. 좌측 모니터에서는 이주민 여성의 생계를 연상시키는 컬러 이미지와 영상이, 우측 모니터에서는 ‘그르와니’와 관련된 여성들의 모습을 담은 오래된 흑백 이미지와 영상이 상영된다. 좌측 모니터의 영상을 지켜보면 낯선 언어와 함께 '국제결혼', 'World Job Master'과 같은 단어가 쓰인 간판, 이주민의 노동 현장, 이국적 건물 및 무늬들이 보인다. 이 이미지들의 기원을 보여주듯, 우측 모니터에는 오래된 흑백 이미지와 영상들이 지나간다. 영상의 아래쪽에 달린 한국어 자막은 인도네시아의 여성주의 운동 '그르와니'에 대해 설명한다. 자막은 ‘그르와니’를 낙인찍고, ‘그르와니’에 대한 폭력과 학살을 정당화했던 비열한 과거를 되짚는다. 그리고 ‘그르와니’ 운동의 주체들이 폭력과 탄압을 당한 사건이 결과적으로 이주행렬로 이어지게 된 현상을 언급한다. 운동의 결과로 마주한 이주행렬은 퇴보일까, 실패일까. 참담함이 마음을 둘러쌀 때, 작가는 자막을 통해 더 강하게 말한다. “하지만 과거의 잔상이 우리에게 미래로 가는 법을 알려줄 것이다.”라고.
왼쪽의 모니터는 이주행렬 이후로 이주민들이 마주했을 장면으로, 오른쪽 모니터는 ‘그르와니’ 운동 당시의 과거 장면으로 볼 수 있다. ‘그르와니’ 운동과 이주행렬이라는 서로 시차를 둔 사건은 이들이 자리한 연대기 위로, 어쩌면 부진한 현재를 전복시키며 나타날 미래를 상상하게 한다. 전시장 밖, 유리 벽 안쪽으로 보이는 걸개그림 형식의 드로잉 작업 〈역사〉에는 ‘그르와니’ 조직원들과 마르시나, 마르시나의 가면을 쓴 운동가 등이 등장한다. 이들의 의상과 외적 모습으로 보아 이들의 시대와나이는 서로 달라 보인다. 하지만 이 그림에서 한곳에 모여 같은 방향을 향해 걸으며 운동에 참여하는 이들은 서로 다름에도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희경은 〈잔상〉에서 다른 시간의 연결된 두 사건을 중첩시키면서 현실의 지형도에 배치할 기호의 단서를 얻고, 〈역사〉에서 시대와 나이를 넘나들며 흩어진 지도들을 서로 연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발견한다.
2 잊힌 침묵들을 지도 위로 소환할 때
‘지도’라는 역사의 단면은 종이 한 장만큼 납작하다. 때로는 지도를 만든 이의 의도에 따라 종이 한 장보다도 더 납작해질 수 있다. 그래서 우리에겐 지도 밖을 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 송유나는 지도에 자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존재들과 관계 맺는 작업을 통해 납작한 지도를 둘러싼 움직임을 드러낸다. 김샨탈은 기록과 기억의 경계에 섬으로써 지도에 기록되는 존재와 지도 밖에서 망각되는 존재, 그럼에도 그것을 기억되게 만드는 존재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희경은 인도네시아 여성주의 운동 ‘그르와니’ 이야기를 통해 역사에서 배제된 사건을 통해 현실의 지도를 그릴 수 있는 가능성을 암시한다. 작가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납작한 지도에서 벗어나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
지금 가장 가까운 곳에, 가장 손쉽게 집어들 수 있는 지도는 누가 무엇을 위해 만든 지도인가. 주변을, 기억을 더듬어 보자. 지도란 그것을 만드는 주체의 목적에 따라 표기되는 장소와 사용되는 기호, 누락되는 정보가 달라진다. 따라서 지도에 점을 찍는 이가 그 지도에 어떤 종류의 힘을 부여했는가를 알기 위해서는, 누가 무엇을 위해 만든 지도인가를 알아야 한다. 당신이 표기하고자 하는 그 장소가 이 지도에 표기되는 것은 적절한가.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다음과 같다. 침묵을 소환할 수 있는 지도는 충분한가,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새로운 지도를 만들 수 있는가.
에이드리언 리치의 시 제목에서 빌려온 전시의 영문명 “Cartographies of Silence”의 ‘Cartography’는 번역된 제목에 따르면 ‘도면’을 뜻하는데, 영어로 이 단어는 ‘지도학’을 뜻하기도 한다. 지도학은 실제로 지도를 만들 뿐만 아니라, 지도를 만드는 방법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그러니 “Cartographies of Silence”란, ‘침묵’들을 한 장소에 배치하는 도면일 수도 있고, ‘침묵’이라는 장소의 내부를 보여주는 도면일 수도 있으며, 또한 ‘침묵’을 ‘지도화’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일 수도 있다.
전시는 지도의 주변에서 호명하고 호명되는 이들의 관계와 그 사이로 흐르는 힘을 드러냄으로써, 주어진 지도 밖을 상상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전시는 공간의 설계를 처음부터 끝까지 제시할 수 있는 지시문으로서 도면이자 지도를 만드는 방법론이 될 수 있다. 수십 장의 지도가 쌓이면 그것은 납작한 단면이 아닌 입체가 된다. 당신이 바라보는 침묵이 자리할 새로운 지도가 더해져 우리에게 다양한 지도가 주어질 때, 그리고 그러한 지도를 만드는 방법을 고민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잊힌 침묵들을 지도 위에 새길 수 있을 것이다.
《침묵의 도면》 전시 전경 ⓒ조신형(Visualog)
1) 공식 명칭은 《Anti Pre-국제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 ‘男성미술비웃날레’》이다. (양은희, 「왜 《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는 지속가능할 수 없었는가?」, 한국근현대미술사학 제38집, p.235 참조)
2) 이 글은 2023년 9월 5일부터 23일까지 임시공간에서 열린 전시 《침묵의 도면》의 후속작으로 기획한 책 『단서들』(임시프레스, 2024)에 수록되었다.
Inscribing “Silence” into the Cross-section of History Called Map
Yunsun Jung
Translated by Geo Moon (번역: 문지호)
To call out unmarked places with the right voice, you fill in a great number of dots on an old map. They will allow you to spot and remember the locations. But if you have ever seen a map full of dots, you will know; that a map full of dots fails to remember anything. Just as your brain cannot remember everything, there cannot be a ‘map that marks everything unmarked.’ So before we put a dot on the map, let us pause and ask: where does the power to determine which places are marked and which remain unmarked come from?
Cartographies of Silence observes the power dynamics between “the addressee” and “the addresser” before hastily summoning those who have not found their place in history. Yiseul Park, the curator, discovers clues to the story in the Incheon Women Artists’ Biennale, and from another event called Men Artists’ Mockennale, which mockingly imitated this biennale which aimed to function as a place for women, senses a power imbalance between the two and retraces where and how that power has been unlevelled. It would no longer be possible to call upon and question the narrators of long-silenced stories that were excluded by stigma. Instead of questioning a past that cannot be answered, the exhibition focuses on the power surrounding the edges of silence through the perspectives of Yung Song, Shantal Jeewon Kim, and Heekyung Lee.
1. Traces of Power Left above the Silence
The moment you discover silence and open the dusty archive, the silence compressed within the box pours out. Silence releases countless testimonies that have been unable to be spoken until now. Amidst scattered testimonies, the three artists witness the power that suppressed the practices of the Incheon Women Artists’ Biennale into silence and respond in their way to the traces of power left above the silence. A long time ago, Men Artists’ Mockennale rephrased the subtheme of Pre-International Incheon Women Artists’ Biennale, “Respiration-Touch-Tuning,” into the violent combination of “Suffocation–Manipulation–Control.” Cartographies of Silence finds the pair of terms, “Breathing–Symptom–Adjustment,” between two conflicting words and assigns it to the artists. The three artists each interpret the traces of power left above the silence along with the given words.
Yuna Song, who was first given the word “Breathing,” draws the next chapter of the story that has ended. In the following chapter, Men Artists’ Mockennale, which ridiculed the Incheon Women Artists’ Biennale, is placed in the very position of being ridiculed. As you enter the space, Celebration applauding plant pot no.1, a steel flower pot, welcomes visitors at the entrance. When the door is open, two artificial palm leaves on the green flower pot listlessly meet in the center, clapping. The front of the pot is decorated with a pink ribbon commonly seen in celebration flower pots in Korea. On the inner wall, the framed series A4 celebration frame, transparent, wall hanging are hung side by side. These transparent frames, especially made from resin, have clapping hands protruding from the frames at regular intervals. Five of the six frames are empty, and the last frame contains a document titled “Submission and Artwork Recommendation.”
According to this document, Yuna Song’s celebratory objects displayed here are produced with great care so that they can be recycled. The title of the frames and the ribbon of the flower pot can be replaced and reused. The artist’s consideration of the possibility of recycling a celebratory gift presupposes the rudeness of Men Artists’ Mockennale. The “Description” of the document critiques the inadequacies of the Men Artists’ Mockennale from the evaluator’s perspective but also encourages that it has further enriched the Incheon Women Artists’ Biennale. This proves that the attempt by the Men Artists’ Mockennale to ridicule the Incheon Women Artists’ Biennale failed. Contrary to the title, the satirical attitude of the work nullifies the opponents’ ridicule by encouraging them, ridicules them by assuming their rudeness, and thus is closer to passive aggression disguised as celebrations. Through this satirical attitude, the artist ultimately reveals that everyone involved in the incident is a dualistic being who both “welcomes and criticizes.” Yuna Song’s response to Men Artists’ Mockennale elicits more laughter than dislike. This is because the blatant exposure of their duality disrupts the center of gravity of the relationship and at the same time shifts the flow of power that had been tilted in one direction for a long time. Yuna Song, who knows that there is an exhalation because there is an inhalation, takes a deep breath as if breathing and exhales it with a smile, shifting the tilt of the force toward one side.
Exhibition view of "Cartographies of Silence"ⓒShinhyung Jo (Visualog)
Shantal Jeewon Kim addresses stories that are destined to disappear due to a lack of attention and presents the murmurs of the unseen, their conditions, and their appearances as "symptoms". A small sound of speech comes from speakers placed here and there in a corner of the space. The sound from the speaker is so small that it is difficult to hear even when you get close, so you need to listen with a sound collector that amplifies the sound. The sound of speech moves from one speaker to another, and then to another, leading the audience to follow the sound by moving around all corners of the space with the sound collector. Occasionally, stories about things that are disappearing can be heard—a legend of patois, a forgotten melody, a story about someone whose face is clear but whose name is unknown. The voice of the speaker orally transmits the disappearing things and on the other hand, loses them with its faint voice, remembering and losing them. Eventually, the voice uncovers the name of a character in the story who had remained nameless; the name, which is also the work's title, is Tavi. The voice that remembered the name says: “Now I can find thy anytime.” Lowering your gaze, you discover a video screening under the corner of the pillar in the space: blurry black things, gray walking lumps, sparkling eyes. Vague figures appear and disappear. Those who line up and spread their wings and fly, walk, and even wait are birds; birds with blurry shapes hover around the space as messengers of sentences and, like sentences, as beings that cannot be completely captured.
The legend of patois, a community stripped of its language, and forgotten names all become vividly remembered the moment they are orally transmitted in Tavi. However, the words and sentences scattered by the noise of the exhibition space, inconsistent volume, and the distance between the speaker and the sound collector plunge the story that was once completely remembered into the darkness of oblivion. The birds in the video fly through the air as if trying to convey memories, but they lose their sentences, declaring that memories are bound to be distorted and disappear. Some say that records govern memory. No, memory exceeds records; because memory includes forgetting. At the border where memory exceeds records, the artist observes the fate of beings that are remembered and forgotten simultaneously; she observes the relationship between beings that are recorded and forgotten, yet strive to be remembered.
Heekyung Lee’s video work Afterimage, narrating the feminist movement “Gerwani”, which originated in Indonesia, "adjusts" today’s compass by overlapping reality with the past. The video work is displayed on two monitors placed side by side. The left monitor shows color images and videos reminiscent of the livelihoods of immigrant women, and the right monitor features old black-and-white images and footage of women involved with Gerwani. Watching the left monitor, one sees signs with words such as “국제결혼”(international marriage) and “World Job Master,” alongside unfamiliar languages, scenes of migrant labor, and exotic buildings and patterns. As if showing the origins of these images, the right monitor passes by old black-and-white images and videos. The Korean subtitles at the bottom of the screen explain Gerwani, the Indonesian feminist movement. The subtitles recount the vile past that stigmatized Gerwani and justified violence and massacre against Gerwani; they also mention the phenomenon in which the subjects of the Gerwani movement suffered violence and oppression, which ultimately led to heavy migration. Was the migration following the movement a regression or a failure? Amidst the encircling sense of despair, the artist asserts more strongly through subtitles: “The way to the future in the afterimage, all will grow again.”
We can read the left monitor as a scene that immigrants would have faced after the mass migration, and the right monitor as a past scene from the time of the Gerwani movement. The migrating procession and the Gerwani movement, temporally distant from each other, allow us to imagine a future that will emerge above the chronology where they are located, perhaps overturning the sluggish present. In the hanging drawing work History, seen outside the exhibition space and inside the glass wall, appears members of the Gerwani, Marsinah, and an activist wearing Marsinah’s mask. Judging by their attire and appearances, their nationalities, eras, and ages seem to be different. However, in this drawing, the people who gather in one place, march in the same direction, and participate in the movement are connected to each other despite their differences. In Afterimages, Heekyung Lee obtains a clue to symbols to place on a topographical map of reality by overlapping two connected movements from a different time; in History, she discovers a clue that can connect maps scattered across nationalities, eras, and ages.
2. When Summoning Forgotten Silences onto the Map
The cross-section of history called a map is as flat as a sheet of paper. Sometimes, depending on the intention of the mapmaker, it can become flatter than a piece of paper. Therefore, we need eyes that can see beyond the map. Yuna Song reveals the movement surrounding a flat map by establishing relationships with beings struggling to find their place on the map. Shantal Jeewon Kim narrates about those who are recorded on the maps, those who are forgotten outside the maps, and those who nonetheless make them remembered by situating herself on the border between records and memories. Heekyung Lee suggests the possibility of drawing a map of reality through events excluded from history through the story of the Indonesian Women’s movement Gerwani. Each artist, in their own way, finds a way to move away from the flat map.
Who created the nearest and most accessible map, and for what purpose? Let’s look around and reminisce. In maps, the locations marked, symbols used, and information omitted vary depending on the purpose of the subject who makes the map. Therefore, to understand what kind of power is given to the map by the person who puts dots on it, you need to know who made the map and for what purpose. Is it appropriate for the place you want to mark to be marked on this map? An even more important question is: Are there enough maps to summon silence, and if not, can you create a new map?
“Cartography” in the English title of the exhibition, “Cartographies of Silence,” borrowed from the title of Adrienne Rich’s poem, corresponds to floor plan in the Korean title. Cartography is a study that not only makes maps but also explores the methods of map-making. Thus, “Cartographies of Silence” can be a floor plan that places “silences” in one place, a floor plan that shows the interior of the place called “silence,” or also a study on how to “map” “silence.”
Cartographies of Silence reveals the relationships between the addressers and the addressees around the map and the power that flows in between, allowing us to imagine outside the given map. The exhibition can also be a methodology for creating blueprints and maps as instructions that can present the design of a space from beginning to end. When dozens of maps are stacked, they become three-dimensional rather than a flat cross-section. When we are given a variety of maps by adding a new map at which the silence you observe will be located, and when we can think about how to create such maps, we will finally be able to inscribe the forgotten silences on the map.
Exhibition view of "Cartographies of Silence"ⓒShinhyung Jo (Visualog)
1) The official name is Anti Pre-International Incheon Women Artists’ Biennale Men Artists’ Mockennale. See Eunhee Yang, “왜 〈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는 지속가능할 수 없었는가?” [Why Was The Incheon Women Artists' Biennale Unsustainable?]”, 한국근현대미술사학[Association of Korean Modern & Contemporary Art History], no. 38 (2019): 235.
2) This article was included in the book 『Leads』 (Press imsi, 2024), which was planned as a sequel of the exhibition Cartographies of Silence, which was held at space imsi from September 5 to 23,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