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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주 변호사 Apr 22. 2024

변호사를 속이는 의뢰인?

법률사무소 봄 정현주 변호사 



변호사로 일을 하다 보면 소송의 결과는 가장 중요한 것임과 동시에 장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송무 변호사에게 소송이란 살아있는 생물과 같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개인적으로는 승소를 예감하는 소송일지라도 소송 진행을 하다 보면 그 결과는 원고가 내는 증거 및 피고가 내는 증거 또한 재판부의 심증 등 여러 가지 상황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의뢰인과 충분한 상담 끝에 민사 소송을 진행하기로 마음먹고 충분한 증거를 첨부하여 제출하였는데 상대방이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한다. 의뢰인으로부터 전혀 듣지 못했던 사실관계뿐만 아니라 피고로부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증거까지 제출되는 경우 소송은 당연히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 이르면 변호사로서는 의뢰인에게 우리가 처한 상황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상황에 대한 설명을 잘못하거나 또는 중요한 내용을 이야기하지 않은 것일까?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불리한 일은 최대한 소극적으로 말하고 축소시키려는 마음이 있다. 이는 본능에 가까운 일이라 때때로 많은 사람들이 자기 스스로 상황을 축소시키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잘 모르기도 한다. 변호사를 만나는 의뢰인 또한 비슷한 경우다. 소송까지 가게 되는 스트레스적인 상황에서는 자신이 상대방에게 제공한 과실에 대해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자신만 억울한 상황에 놓인 것 같고 상대방이 하는 행동은 상식적이지 않고 몹시 부당하다고까지 여겨진다. 




정현주 변호사 mbn 생생정보마당 vcr 촬영 중


당연히 소송에 제출해야 하는 증거 또한 자신의 상황에 맞춘 증거들만 눈에 보이게 된다. 그런 상황에 이르면 변호사와의 상담에서도 (스스로는 인지하지 못하더라도) 자신에게 불리한 부분을 잘 이야기하지 않게 되고, 변호사 또한 자신이 상담한 결과만 가지고 소송에 임하게 되므로 다른 방향에 대해서는 일단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소송에 임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중에, 상대방이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하며 다른 증거를 제출한다. 이처럼 상대방이 주장하는 내용과 제출된 증거가 소송 전반에 걸쳐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에는 현재의 소송의 방향이나 결과가 부정적일 것임이 예상이 된다. 이에 대하여 의뢰인에게 충분하게 설명하고 납득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형사 소송의 경우는 좀 더 본격적으로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사실관계에 대하여 다 말하지 않는 경우들이 많다. 예를 들어 사기죄로 고소된 피의자인 경우 상담을 하면서 ' 현재 피해자와 합의하고 있고 변제 계획을 세웠다. '라고 주장하지만 일 년에 이르는 소송 기간까지 결국 변제가 되고 있지 않다거나, 또는 변호사들에게 말하지 않은 다른 사기 사건들이 계속 병합이 된다. 



마약류의 사건의 경우 지난 십여 년간 마약을 끊었고 새 삶을 살기로 다짐했다고 말하지만 양형을 위해 치료 소견서를 살펴보면 이미 몇 년 전부터 마약을 끊지 못했고 이번에도 (변호사에게 말한 것과 달리) 우연히 상선(공급책)을 만난 것이 아니다. 이처럼 형사 사건의 피의자들은 자신의 상황에 대하여 의도적으로 변호사에게 다 말하지 않거나 또는 사실을 축소하기도 하는 것이다. 아마도 그 이유는 일단 아무리 수임을 하는 변호사라도 상대를 믿지 않는 마음이 가장 크고 또 굳이 변호사에게 다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되며 문제가 되면 그때 가서 털어놔도 괜찮을 것이란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24년 1월 김지혜 변호사님과 법률사무소 봄 2주년 회식을 가는 길에,



수많은 상담을 하면서 소송에 임할 때 항상 느끼게 되는 것이 있다. 일단 의뢰인의 말을 믿고, 또 의뢰인이 나를 신뢰하기 때문에 사건을 맡기는 부분에 대해서만 믿음을 가지면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의뢰인이 다 이야기를 하지 않는 부분이 있어도 그것이 사건과 크게 관련이 없는 부분이라면 나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다만 ' 이 부분까지가 사건과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 '를 의뢰인이 당연히 판단할 수 없기에, 나는 상담을 하면서 ' 상대방이 주장한 이런 부분에 대하여 혹시 알고 계신 부분은 없는지? '를 꼭 묻곤 한다. 또한 소송의 과정에서 새로운 주장이나 증거가 제출되었을 때에도 이 부분은 즉시 공유를 하고 담당 변호사를 통해서라도 상황에 대한 이해는 꼭 납득이 되도록 설명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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