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현주 변호사 Jul 10. 2024

고용노동청에서 근로자성 부인, 퇴직금 소송 가능할까?

경업금지전문 정현주 변호사



법률사무소 봄은 손해배상, 그중에서도 경업금지소송을 전문적으로 하면서 현재까지 다양한 업종의 경업금지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경업금지약정이 가장 많이 문제 되는 업종에서 프리랜서 계약서를 썼지만 사실상 근로자로 일을 하고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에 대한 상담이 많다. 


근로자인지 프리랜서인지 헷갈리는 경우들이 있다. 헤어디자이너, 헬스트레이너, 학원 강사들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말로는 업무위탁계약서에 프리랜서로 계약을 했지만 실제로는 강압적인 업무환경에 놓여 법적으로 보장된 연차를 쓰는데도 무조건 눈치를 봐야 했고, 대표로부터 업무지시를 받는 것이 당연하며 심한 경우에는 용모단정비, 지각비까지 걷는 경우도 있다.  


( 프리랜서란 말 그대로 '자유'가 보장된 직업이 아니던가? 계약서의 형태도 근로자는 선택하지 못한다! )


이처럼 이런저런 명목으로 페널티까지 부여받는 철저한 사용종속관계가 있다고 보임에도 의외로 고용노동청의 진정에서  '프리랜서 계약서'를 썼다는 이유만으로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의뢰인 입장에서는 근로자성을 입증할 만한 충분한 증거(카카오톡 대화 내역, 동료의 사실 확인서 등)를 제출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고용노동청으로부터 근로자성을 받아들이기에는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내사 종결(혐의 없음) 처분을 받게 되면 그야말로 황당한 것이다. 


이처럼 고용노동청의 진정 결과가 좋지 않을 때는 무조건 퇴직금 청구를 포기해야만 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고용노동청 진정으로 인해 근로자성이 부정이 된다고 하여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모두 막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많은 의뢰인들이 고용노동청의 결과를 받아들고 이에 대한 불복(국민권익위원회, 신문고 등)을 고려하지만 사실상 한번 결정이 된 고용노동청의 처분 결과는 바꾸기 어렵다. 고용노동청 결과에 대한 불복은 과정은 다를지라도 어차피 돌고 돌아 똑같은 부서에서 처리를 하는 구조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고용노동청 감독관은 차라리 '민사소송을 고려하시는 것이 낫다.'라는 조언을 근로자에게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고용노동청 진정'과 '법원을 통한 소송'의 차이는 무엇일까? 


가장 큰 차이는 고용노동청에 대한 진정이 감독관의 판단에 기초한다면 민사 소송은 법원 재판부,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판사님의 판단이라는 점이다. 즉 고용노동청의 근로자인가 프리랜서인가에 대한 판단은 법률전문가의 판단이 아니다. 또한 고용노동청에 대한 진정은 생각보다 많은 외부 요인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고용노동청 감독관은 법률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제출되는 서류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도 있으며 자신의 심증에 따라 잘못 판단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철저히 '증거'에 의해 판가름된다. 


이런 이유로 고용노동청에서 '퇴직금 진정'에 대한 결과가 프리랜서 계약서를 썼다는 이유로 내사 종결 처분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법원을 통한 민사소송에서는 얼마든지 결과가 뒤바뀔 수 있다. 


남양주 법률사무소 봄



* 다음은 법률사무소 봄에서 실제 진행된 사례를 각색한 것이다. 



봄씨는 유명 프랜차이즈 미용실에서 10년 가까이 디자이너로 업무를 하였다. 그러던 중 봄씨는 대표의 강요에 따라 업무 위탁 계약서를 쓰면서 프리랜서 계약서를 함께 작성하였다. 하지만 이는 대표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 실질적으로는 봄씨의 선택지는 전혀 없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계약서에는 봄씨로서는 무조건적으로 불리한 경업금지약정, 비밀유지협약서, 위약금 약정 들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모든 직원들이 그렇듯이 당연하게 서명을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프리랜서 계약서를 썼지만 봄씨는 인센티브에 의한 것이든, 월급이든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으면 그만이었으므로 계약서의 형태가 근로계약서인지 프리랜서 계약서인지까지 일일이 신경을 쓰지 못했다. 봄씨로서는 사실 그런 법적인 부분은 잘 알지 못하는 분야이며 크게 관심이 없기도 했다. 하지만 봄씨의 지난 10년간의 일상은 말만 프리랜서였지 실질적으로 대표의 지시에 의해 일을 했고 근로 기간 내내 철저한 사용종속관계에 있었다. 


봄씨는 스스로가 근로자로 일을 하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퇴사를 앞두고 크게 분쟁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기에 퇴직금 진정을 할 생각까지는 없었다. 그런데 퇴사를 하고 난 얼마 뒤 대표는 '경업금지 약정'을 근거로 봄씨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왔다. 이로 인해 봄씨는 어쩔 수 없이 소송을 방어하기 위해 수백만 원에 이르는 변호사 비용을 쓰게 되었고 이루 말할 수 없는 정신적 스트레스도 함께 받았다. 당연히 억울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 봄씨는 결국 고용노동청에 프리랜서 계약서를 작성하기는 했지만 실질은 근로자라는 증거를 제출하면서 퇴직금 진정을 넣게 되었다.


그런데 여전히 '갑'의 위치에 있었던 대표는 유명한 로펌의 유명한 변호사를 고용하여 고용노동청에 엄청난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하기에 이른다. 대표 입장에서는 봄씨뿐만 아니라 비슷한 상황에 있는 다른 수많은 근로자들이 있었기에, 봄씨의 퇴직금 진정이 인정이 되면 다른 근로자에게 줄줄이 퇴직금을 내줘야 하는 상황이 되니 필사적일 수 없었던 것이다. 


마침 법률사무소 봄에서는 봄씨에 대리하여 경업금지가처분신청을 방어하였고 영업금지가처분신청에 대한 기각결정을 받았다. 다행히 기각 판결문에 무려 '봄씨에 대한 근로자성을 인정'한다는 문구도 있었기에, 봄씨는 판결문을 제출하여 고용노동청에서도 바로 근로자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뜻밖의 결과가 날아왔다.  


이처럼 많은 증거를 제출하였음에도, 근로자성에 대한 입증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고용노동청에서 '내사 종결'결정을 하였던 것이다. 봄씨는 망연자실하여 이런저런 불복을 취해봤으나 결과가 크게 뒤집히지는 않았다. 


' 변호사님, 저는 너무 억울한데 이 상황을 뒤집을 수 있을만한 것이 있을까요? '


변호사이지만 나 또한 고용노동청의 결과를 납득하기 어려웠다. 변호사로서 증거가 충분하다고 느꼈음에도 '근로자성'을 부인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결국 우리는 다시 한번 법원의 판단을 받기로 하였고, 다행히 소송의 결과는 '승'이었다.



(2편에서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 어느 날 사해행위 취소소장을 받았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