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사무소 봄 정현주 변호사
억울한 고소를 당하다보면 상대방에게 분노감이 들어 '무고죄'로 고소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법률사무소 봄은 고소 사실에 대한 '불송치 결정'이 다수인만큼 피해를 입은 분들이 많이 찾아오신다. 이 분들은 대부분 경찰 조사를 난생 처음 받아보며, 그 이후로도 경찰서에서 내가 조사를 받을것이란 생각을 일절 해 본적이 없는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 변호사님, 저 이번 고소에 잘 대응하면 저도 상대방을 무고죄로 고소할 수 있는 건가요? '
어떤 경우에는 내가 불송치 결정이나 불기소 처분을 받으면 상대방이 바로 무고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하기도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는 않다. 무고는 '허위사실에 대한 적극적인 증명을 요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변호사로서 형사사건을 담당하면서 많이 질문 받는 '무고죄'의 성립 요건에 대하여 자세하게 알아보고자 한다.
1. 무고죄의 형법 규정
형법 제156조[무고]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 형법 제156조에서의 '허위사실'의 의미
이처럼 무고는 '타인에게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이 있어야 하는 목적범이며, 여기서 말하는 '허위사실'이란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사실을 말하므로, 신고자가 신고내용을 허위라고 오신한 경우더라도 그것이 객관적 진실과 부합한 경우라면 허위 신고에 해당하지 않는다.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등을 받게 할 목적으로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인 경우에 성립되는 범죄로서, 신고자가 그 신고내용을 허위라고 믿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객관적으로 진실한 사실에 부합할 때에는 허위사실의 신고에 해당하지 않아 무고죄는 성립하지 않는 것이며, 한편 위 신고한 사실의 허위 여부는 그 범죄의 구성요건과 관련하여 신고사실의 핵심 또는 중요내용이 허위인가에 따라 판단하여 무고죄의 성립 여부를 가려야 한다(대법원 1991. 10. 11. 91도1950 등).
3. 형법 제156조에서의 '허위신고의 사실
허위신고의 사실은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신고사실이 허위일지라도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허위사실에 대한 증명의 정도는 어떻게 될까? 판례는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다.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인 경우에 성립되는 범죄이므로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허위 사실이라는 요건은 적극적인 증명이 있어야 하며, 신고사실의 진실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소극적 증명만으로 곧 그 신고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하여 무고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2014. 2. 13. 2011도15767 판결 등).
무고죄에 있어서 허위사실 적시의 정도는 수사관서 또는 감독관서에 대하여 수사권 또는 징계권의 발동을 촉구하는 정도의 것이면 충분하고 반드시 범죄구성요건 사실이나 징계요건 사실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6. 5. 25. 2005도4642 판결 등).
다시 말해 판례의 의하면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신고해야 한다는 것이고, ' 그럴지도 모른다. '는 등의 추측성 발언 및 명확하지 않은 내용으로는 무고죄의 허위 사실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4. 사실을 과장한 경우에도 무고죄가 성립할까?
아예 없는 사실을 지어낸다면 당연히 무고죄가 문제되겠지만, 만약 있는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과장을 하게 되는 경우들이 있다. 이런 경우에도 무고죄가 인정이 될까? 이와 관련하여 판례의 태도는 다음과 같다.
신고사실의 일부에 허위의 사실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허위부분이 범죄의 성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부분이 아니고, 단지 신고한 사실을 과장한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무고죄에 해당하지 아니하지만, 그 일부 허위인 사실이 국가의 심판작용을 그르치거나 부당하게 처벌을 받지 아니할 개인의 법적 안정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을 정도로 고소사실 전체의 성질을 변경시키는 때에는 무고죄가 성립할 수 있다(대법원 2004. 1. 16. 2003도7178 판결 등).
가장 쉬운 예를 들면 쌍방 폭행인 경우, 경찰 진술을 하면서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무고죄로 보기 어렵다고 본 판례가 있다(대법원 1996. 7. 21. 96도582 판결 등). 만약 이 의뢰인의 경우 폭행 당한 사실 자체가 없다면 무고죄로 인정될 여지가 있었겠지만, 객관적으로 '폭행을 당한 사실'은 존재하기 때문에 그 정도의 과장이라거나 그 과정의 과장까지 무고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5. 무고죄의 고의의 판단 기준
또한 무고죄의 범의는 반드시 확정적인 범의가 아니더라도 미필적 고의로도 충분하다고 본다. 따라서 무고죄로 신고자가 진실하다는 확신 없는 사실을 신고하면 곧바로 성립하는 것이고, 그 신고사실이 허위라는 확신을 가질 필요도 없다(대법원 1988. 2. 9. 87도2366 판결)
사실 고소를 막는 방법은 없다. 작년 법률사무소 봄에서는 한 해에 20건에 가까운 악의적인 고소를 당한 의뢰인의 사례가 있었다. 이 분 사실상 2년간을 정신과 치료를 받을 정도로 자신에 대한 수 많은 고소와 조사 때문에 여러가지로 피폐해져 갔지만, 사실 고소를 막거나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나는 6개월 정도가 지난 후에 의뢰인에게 고소인에 대한 무고죄를 제안했다. 무고죄로 고소를 진행하여 조금이라도 상대방에게 겁박을 줘서 더 이상의 괴롭힘을 막아보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우리의 고소인은 무고로 고소를 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더 이상 그 사람과 엮이기 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 대한 억울한 고소를 진행한 사람을 무척이나 미워하면서도 막상 무고로 역고소를 할 마음을 먹기는 어려운 것 같다. 의뢰인의 입장에서는 먼저 고소를 당한 상황에서 또 추가적인 고소를 당할까 싶은 두려움, 얼른 이 지긋지긋한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더욱 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렇더라도 무고는 때때로 상대방의 이유없는 괴롭힘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실질적으로 무고 고소는 상대방에 대한 형사처벌을 의도하기 보다는 자신을 더욱 괴롭히지 않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서 고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만약 억울한 고소를 계속 당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진지하게 무고죄로 고소를 하는 것도 생각해 보고, 이를 위해 전문적인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