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나는 그래도 밤하늘에 별이 보였으면 좋겠다.

chap. 06. 아로, 머루야 밤하늘의 별을 본 적이 있어?


2024.10.05




가을 같지만 가을 같지 않은

날들 속에서


나는 늘 저녁 9시 혹은 10시 크로스핏 수업을 듣고

보충운동을 하고 오거나


집 근처 숲길을 걷는 습관을 요새 들이고 있다.




사실, 이런 가벼운 밤 산책도


추운 겨울이 오면 자주 하지 못할 수 있겠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집에 오니


머루, 아로가 뛰쳐나오면서 나를 반겨준다.



-------


집에 와서 프로틴 보충제를 마셔주고


뜨거운 물에서 샤워를 하며

오늘 하루를 돌아본다.


그러다 유독 오늘 내 가슴속에 밟혔던

'밤하늘'이 생각이 났다.


예전 초등학교 시절,

경주에 별들을 보러

친구들과 여행 갔을 때,


밤에 저렇게 많은 별들이 있다는 생각에

세상은 참

봐도 봐도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은


아름다운 곳이구나라고 생각했던 거 같은데



요새 밤하늘을 보면


높고 넓지만


그 많았던 별들이

갈수록 더 보이지 않아

뭔가 시원섭섭한 생각이 들었다.


산책하다 찍은 이미지. 참 깊은 밤하늘이지만.. 별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 생각이 들면서


나를 감싸고 있는

뜨거운 물에 집중해 보았다.


집중하다 보니 문득

'오늘 나도 누군가에게
어두운 밤하늘 속 잔잔히 비쳐주는
별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잔잔히 비춰주는

별 같은 사람이 된다는 것을 어떤 것일까.


어떤 기분일지 아직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지만


상상만 해도 그 사람은

나를 기다리는 '설렘'에 하루를 마무리한다는 뜻이니


얼마나 행복하면서도

아련할까 싶기도 하다.



그렇게 나의 생각은 뜨거운 물의 뿌연 연기에

점점 잠겨갔다.





얼굴에 마스크 팩을 하며


캄캄한 집 공간 속

나의 데스크톱을 은은하게 비추는


오렌지빛 전등을 보면서


아로와 머루에게 문득

'밤하늘의 별'에 대한 나의 마음을 들려주고 싶었다.


아로, 머루는 밤하늘을 바라보겠지만

제대로 된 별들을 본 적이 없을 거 같다.


아로, 머루에게 막상 밤하늘의 '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려 하다 보니

어떻게 들려주는 게 좋을까 고민을 하다.


요새 밤하늘의 '별'들을 보면서 드는

나의 마음을

'시'로 표현해서 읽어주는 건 어떨까 싶어서


아이들을 위해 지은 시를 아래에 적어본다.






제목: 나는 그래도 밤하늘에 별이 보였으면 좋겠다.

작가:전활수





나는 그래도 밤하늘에 별이 보였으면 좋겠다.


가끔 내가 길을 걷다

사랑을 잃어버릴 때



두 눈 꼭 감고

하늘을 보면

어두운 밤하늘의 별이 보였으면 좋겠다.



그림자와 함께 흘러가도

별이 보일 때



그래야 내 옆의 가까운 어둠을

가슴 깊이 품어 줄 텐데...



나는 밤하늘에 별이 보였으면 좋겠다.



그립지만 그립지 않을 거 같은

어둠을 위해

별의 반짝거림을 조금이라도 본다면



너를 조금이라도 더 기억하지 않을까



세상이 빠르고

이기적으로 흘러간다.



그래서 저 하늘의 별들도 함께 가 버린 것일까.

이 세상의 사라지는 순수함에 지쳐버려서 그런 걸까.



때로는 말이야.

서로가 서로의 밤하늘에 있어줬으면 하는

'별' 같은 존재라면



우리는 그 '별'에게 더 다가가야 할까.

아니 그대로 그 자리에서 바라봐야만 하는 걸까.

그게 다 아니라 멀리서 나의 위치에 충실해 체념해야 하는 걸까.



나는 아직 그 답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자꾸 하늘을 올려봐

알 수 없는 너, 빛을 찾게 된다.



나는 밤하늘이 아름답지만

그래서 너, 별도 보였으면 좋겠다.





아로, 머루에게 '시'를 들려주었다.


아로는 가만히 내 옆에서 가르랑 거리며

편하게 누워 있다.


머루는 조용히 밥을 먹고 있다.



오늘 저녁엔

밤하늘을 수놓을 불꽃 축제가 한창일 것이다.


그 불꽃을

나도 사랑하는 연인, 사람 혹은

관심을 갖고 교제하고 싶은 사람과 함께 볼 수 없어서


한편으론 시원섭섭하지만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불꽃'은

말 그대로 잠깐 피어나는

꽃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잠깐 화려하고 아름답게 피어나는

'불꽃놀이'가 아닌


은은하게 많은 사람들에게 보이든 안 보이든

그 자리에서

항상 자리해 밤하늘을 비추는


작은 별 같은 사람이니까.


오히려, 그 가치를 알아봐 주는 사람과



함께 불꽃놀이를 보는 거보다



항상



함께 밤길을 걷는 게

더 기억에 남고

사랑스럽게 느껴지지 않을까.



오늘도 수많은 별들의 사랑

그리고 나의 사랑을 응원하며





작가의 이전글 세상 곳곳에 아직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