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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라이(Horai) 551, 일본의 주방 오사카

리쿠로 오지상 치즈 케이크, 수플레 케이크, 산바시 카페..

by 라미루이

2010.2.15













가뜩이나 추운 날씨에 부슬비를 맞고 다녔더니 허기가 심하다.

근처에 위치한 만두 맛집 'Horai 호라이 551'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근하게 찐만두를 포장했다.

고유의 빨간 상호, 포장 종이박스가 식욕을 자극한다. 만두의 원조, 중국인들이 선호할 만한 브랜드 디자인, 컬러라 할 수 있다.


현지인들이 줄 서서 기다리는 이 식당은 오사카를 대표하는 돼지고기만두(부타만・豚まん) 전문점이다.

1945년 창업했는데, 창업자인 '타무라 도라시'가 전설 속 신선들이 산다는 불로장생의 이상향 '봉래(蓬莱)'를 뜻하는 'Horai'를 이름으로 택했다. 뒤에 붙은 숫자 '551'은 가게 전화번호의 일부였다고 한다.


투명하게 오픈된 매장 안에서 손 만두를 만드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진열장에 빽빽이 늘어선 다양한 가품 만두들이 뭘 골라야 할지, 역시나 선택 장애를 일으키게 한다.


앞서 줄 선 사람들은 부타만뿐만 아니라 고기와 새우를 잘게 다져 속을 채운 '슈마이', 야키소바를 함께 주문하기도 한다. 우리는 '부타만'을 맛보았는데 육즙이 꽉 찬 돼지고기와 양파/부추 소가 일체의 잡내 없이 잘 어울렸다. 만두소가 터질 것처럼 꽉 차 있어 하마터면 입 밖으로 허연 즙이며 내용물이 흘러나올 뻔했다. 만두피는 비슷한 크기의 중국식 찐만두(바오쯔)에 비해 두툼한 편이나, 차별화된 레시피와 반죽을 오래 했는지 쫄깃한 맛이 강해 퍽퍽하지는 않았다. 매장 내부에 테이블이 서넛 배치되어 포장된 만두를 맛볼 수 있다.


간사이 지방, 오사카에서만 맛볼 수 있는 Horai 551. 여전히 번화가 사거리, 지하철역 지하매장에서 성업 중이라 더욱 반가웠다. 슈마이 또한 가격대에 비해 훌륭한 맛을 자랑한다고 하니, 다음엔 새로운 메뉴를 포함해 여러 만두를 섞어 주문하고 싶다.





https://maps.app.goo.gl/crGDWRFP8XNusRdy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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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는 일본 2위 경제도시로 일찍이 상업, 무역이 발달한 도시다. 오사카의 별칭은 '일본의 주방(天下の台所, 덴카노 다이도코로)'. 바닷길과 내륙의 여러 강이 연결되는 요지인지라, 풍부한 식재료와 이를 활용한 다양한 식문화가 발달했다. 에도 시대에 오사카는 전국의 쌀, 해산물, 직물 등의 집산지 역할을 하면서 세계 최초의 선물 거래를 하는 '도지마 쌀 시장(堂島米会所)'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이를 통해 막대한 부를 거머쥔 상인 계급이 성장하면서 제조업과 금융 중심의 허브/거점 도시로 진화했다. 우메다와 난바 지역은 한국의 강남 지역과 마찬가지로 일본 최대 규모의 금융/증권/보험 등 파이낸셜 중심지라 할 수 있다. 오사카 백화점과 쇼핑몰에 들어가면 정말 없는 것이 없는, 만국의 만물 상품들이 여기 다 모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더불어 골목길 틈틈이 수대에 걸쳐 영업하는 다양한 노포들이 즐비해, 상업과 장인 정신을 중시하는 그들의 사상, 문화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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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는 밤이 되면 한낮에는 느낄 수 없는 흥이 되살아난다. 따끈하게 구운 잔술과 꼬치류를 파는 노점상이 문을 열고,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한량들이 길 복판을 휘젓는 모습도 목격된다. 일본 도쿄에서는 흔하지 않은 취객들의 분탕질을 여기서는 종종 마주칠 수 있다. 그들을 피해 '리쿠로 오지상' 케이크 매장으로 향한다.


난바 본점이 아닌 'Sanbashi' 카페 1층에 들렀다. 매대 안쪽, 1층 내부에서 오지상 치즈 케이크의 틀을 잡고, 열기가 오른 화덕에 굽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다소 늦은 밤인데도 치즈 케이크를 주문하기 위한 대기 줄이 꽤 길다. 다 구워진 봉긋한 케이크 봉우리 위에 달구어진 인두로 브랜드 인장을 남긴다. 북슬북슬한 콧수염이 난 '오지상 할아방'이 방긋 웃고 있다. 원래 오지상은 '아저씨'라는 호칭인데 브랜드 마스코트는 귀여운 할아버지를 닮았다. 우리는 케이크를 포장해 숙소로 돌아와 박스를 개봉했다.


오사카의 명물 중 하나인 '오지상 치즈 케이크'. 폭신하고 가벼운 수플레 스타일이라 입안에 넣으면 사르르 녹아 없어진다. 더한 부드러움을 느끼고 싶다면 흰 우유 한 잔에 케이크를 듬성듬성 조각내어 담가 먹으면 된다. 이른바 밀크-케이크-퐁듀 스타일. 달지 않은 아메리카노와 즐겨도 잘 어울리는데, 개인적으로 찬 우유와 함께 먹는 것이 가장 최적의 조합이었다.


막 구워진, 따근하고 퐁신한 치즈 케이크의 맛. 샤워를 마치고 나와 개운한 몸 상태에서 입안 가득 넣은 달달함 & 부드러움의 극치. 케이크 아래에 숨어 있는 건포도 무리들의 말강하고 새큼달큼한 맛이 커다란 케이크 하나를 순삭하게 만들었다.


"아무래도 이거, 내일 또 업어 와야겠는데.."

선은 부스러기만 남은 케이크 박스 바닥을 플라스틱 포크로 긁다가 덧붙였다.

"한 개는 모자라. 적어도 두 개는 사야지."

우리는 뜻이 통했다는 듯 눈웃음을 주고받고는, 애꿎은 종이 박스 밑바닥을 포크 옆 면을 세워 긁어댔다.

그렇게 박박 긁어대도 누룽지 마냥 모이고 건질 것이 없어 아쉽기만 했다.


'리쿠로 오지상' 치즈 케이크. 흰 콧수염 할아버지의 넉넉한 웃음, 봉긋 부풀어 오른 수플레 케이크의 살살 녹는 그 맛은 여전할지 모르겠다!






https://maps.app.goo.gl/9WtzNNK7F33RKdzD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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