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월급 실수령액 97만원

우연히 교육행정직 공무원이 되었다.

by 동글로

어려서부터 늘 1번이었다. 키가 작았기 때문이다. 키가 작아 모든 일에 자신감이 없었다. 친구들은 모두 키가 크고 이쁘다. 같은 회사에 원서를 넣는다고 상상했다. 같은 조건이라면 친구를 뽑을 것 같다. 아무 상관도 없는 이야기 같지만 아마도 사실일 것이다. 성실함과 책임감 정도를 빼면 내세울 것이 없다. 자신의 개성을 살려 직업을 찾으라고 하는데 개성까지 없으니 어쩐다?


성실함과 책임감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직업, 채용과정에 대해 무척 공정하다는 직업, 공무원이 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제의 흑역사인 IMF 시절과 나의 청춘의 시기가 불행히도 같다. 전체적인 취업시장뿐만 아니라 공무원 채용시장도 어려워졌다. 내가 원하는 세무직 공무원 채용인원은 더욱 줄었다. 2년 동안 낙방 했다. 우연히 벽보에 붙은 글을 읽었다. 지방직 교육행정직 시험 공고였다. 목적하지 않은 시험 원서를 접수하고 한 달간 공부를 했다. 아무거라도 되자라는 심정이었지만 진짜로 덜컥 붙어 버렸다. 그리고 나서야 생각했다. 교육행정직이 무슨 일을 하는 공무원일까?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남편이 아는 것처럼 우유값을 걷는 언니들이 기억나는 정도였다. 래도 일단 기뻤다. 알바와 공부를 전전하던 나의 궁핍한 삶이 나아지리라는 기대와 행정실일이 뭐 얼마나 힘들겠어? 하는 안일한 생각이 앞섰다. 무엇보다 부모님께 "나 합격했어"라고 말을 할 수 있다는 것도 한몫했다.


첫 발령지는 중학교 행정실에서 시작됐다. 학교라는 곳은 학생신분일 때와는 꽤 달랐다. 내가 학생일 때는 선생님들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최대한 몸을 사려야 했다. 내게 선생님은 무조건 훌륭한 스승이었다.


이제는 학교라는 곳이 직장이 되었다. 선생님은 그림자도 밟지 않아야 했던 스승이 아니라 같은 곳에서 다른 일을 하는 동료가 되었다. 1호봉으로 시작하는 나보다 9호봉으로 시작하는 선생님이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그때 후회를 했다. 아! 선생님이 될 걸 하고(물론 누가 시켜주는 건 아니지만)


하루하루가 처음 하는 일 투성이인 공무원 생활이 시작됐다.

급여작업도 행정실에서 내가 직접 한다. 내가 나의 급여를 지급한다니 그것조차도 참 생소했다. 급여를 담당하기에 가장 빨리 내 급여를 확인할 수 있다. 급여생성 후 내 이름 석자를 입력하고 조회버튼을 눌렀다.

동글로 97만 원.


실수령액 97만 원? 앞에 1 자라는 숫자가 빠진 게 아닐까? 다시 봐도 97만 원이다. 아무리 박봉이라지만 공무원 월급이 97만 원이라니 뭐가 잘 못돼도 한 참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아르바이트 보다 못한 월급이라니? 왜 공무원이 된 걸까? 계속 이 직업을 계속하는 게 맞을까? 그렇게 고민만 하다 아직도 행정실에서 18년째 일하고 있다.


발령 난 지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우리 직원 월급은 160만 원이다. 근 20년간 신규 공무원의 월급이 2배도 채 오르지 않았다. 이제 막 8급이 된 그 직원은 본인의 급여가 최저임금도 안 된다고 하소연한다. 나는 그럴 때마다 나의 첫 월급 97만 원의 충격이 되살아 난다. 뭐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지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