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한 직장이요?

어떻게 이런 편한 직장을 구하셨옹?

by 동글로

글쎄요?

"똑똑똑"

"들어오세요~"


70세쯤 되어 보이는 어르신이 축하 화분을 들고 행정실에 들어오신다. 교감선생님 인사발령이 있었기에 흔한 일이다. 교무실로 가시면 된다고 안내하려는데 리본에 적힌 이름이 새로 오신 교감선생님 성함이 아니다.


" 잠시만요! 새로 오신 교감선생님 성함이랑 다른데요?"

" 아, 그래요옹? 죄송합니다잉, 학교 이름을 잘못 들었나 보네요잉. 죄송합니다잉."

고개를 두세 번 숙이시고는 나를 빤히 쳐다보신다. 가실 듯 말 듯 다시 뒤돌아 보며 말씀하셨다.


"어떻게 이런 편한 일을 구하셨오옹?"

"네? 편한 일요? 하하하. 그런가요? 안녕히 가세요."


편한 일?

'편한'에서 나는 생각이 많아졌다. 맞지가 않다. 분명히 틀린 답이다.


행정실이 편하다는 건 선입견이다.


학창 시절의 행정실은 내 기억 속에 별로 없다. 친구들과 우유값 정도를 낼 때 몇 번 가 본 경험이 있을 뿐이다. 교육행정직이라는 공무원으로 일하기 전까진 스스로도 행정실은 편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편하다는 기준은 그저 내게 주어진 업무만을 처리하면 되는 그것을 말한다.


부모님 마저도 너는 편한 일을 한다고 말씀하신다. 시어머니도 결혼초에 묻곤 하셨다. 방학엔 학생도 선생님도 쉬는데 왜 너는 쉬지 않느냐고. (네. 저는 교원이 아니고 지방공무원입니다.)

며칠 전 학교 앞 커피숍이 다시 영업을 시작했길래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러 갔다.

꽃병에 있는 작은 꽃도 이쁘고, 커피 향도 매력 있고, 수제 과일차도 여러 가지가 이쁜 색을 뽐내며 놓여있다.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 보니 궁금했다.

" 이런 걸 직접 다하세요? 꽃도 직접 구매하시고 과일차도 직접 만드신 거예요? 혼자서 대단하시네요."

" 이럴 줄 알았으면 안 할걸 그랬어요. 다시 태어나면 안 해~손에 물이 마를 시간이 없어요."

아메리카노 한 잔 값이 2,000원인 그곳이 폐업하면 나는 엄청 아쉬운데. 설마 또 폐업하진 않으시겠지?


가끔 듣는 말이 있다. 가끔 아니고 종종 듣는 말이다.

"뭐 하면 그냥 커피숍이나 차리지 뭐~"


여기서 '커피숍이나'라는 말도 선입견이다.

며칠 전 만난 사장님이 이 소리를 들으시면 자신의 커피숍을 당장 인수하라며 설득할 수 도 있다.


모든 직업엔 고충이 있을 수밖에 없다. 편한 직업이란 건 없다. 본인의 직업이 지상 최고로 힘든 법이다.


처음 교육행정직에 합격했을 때 그야말로 행정일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학교예산을 짜고, 추경을 하고, 계약하고, 사업비를 집행하고, 정산하고, 감사를 받는다. 나는 꼭 그렇게만 알고 교육행정직 공무원이 되었다.


하지만 그 일들은 공기와 같은 일상이었다. 숨을 쉬는 것처럼 매일 매시간 일상다반사로 하는 일이다. 그 외에 잡다한 일들이 더 많았다. 소방안전관리자가 되어야 하고, 시설관리를 위해 수도, 전기, 가스 업무도 처리해야 한다. 물이 새거나 전기, 인터넷, 전화가 끊어지면 누구보다 빠른 손과 몸으로 위기에 대처해야 하고, 각종민원도 처리해야 한다. 기록물, 산업안전보건업무, 재산, 보안, 학교운영위원회, 각종 현안사업 신청, 공사 관리, 열거할 수 없는 일들...... 공기와 붙어서 따라다닌다.

행정실의 과거 명칭은 서무과였다.

서무: 특별한 명목이 없는 여러 가지 일반적인 사무. 또는. 그 일을 맡은 사람.


행정실은 특별한 명목이 없는 여러 가지 일반적인 사무를 하는 사람이다. 업무에 분장이 없는 모든 일을 처리하는 곳이다. 새해가 되면 또 새로운 규정, 새로운 법, 새로운 지침이 자꾸 생기고 변경된다. 줄어드는 일은 없고 늘어나기만 한다.


보안업무 규정에 관해 남편(다른 회사 정보보안담당자)에게 물어보면 이렇게 묻는다.

"전문 분야가 아닌데 왜 그걸 네가 처리해야 해? 넌 교육행정직이잖아"

나도 18년째 그게 궁금했다.


내가 생각한 답은 학교는 인원은 매우 부족한 작은 교육부라는 것이다.


교육부나 교육지원청처럼 구성원이 많은 곳은 세밀하게 업무가 분담이 되고 전문화될 수 있다. 그러나 학교는 인원이 충족되지 않은 채로 모든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대게의 행정실 사무직원은 행정실장 한 명, 주무관은 1명 내지 2명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무진 1, 2명과 관리자가 모든 일을 처리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처리되는 모든 일에 깊이 있게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다. 그러나 공무원이다. 모든 법률과 지침을 확인하며 위배됨이 없이 주어진 일을 주어진 시간 내에 처리하여야만 한다.


몰라서 그랬다? 바빠서 그랬다?

신규 1년 차에게나 귀엽게 웃어줄 수 있는 변명이다.


직원 중 1명에게 일이라도 생기면 남은 직원이 업무 공백을 채워 넣어야 한다. 그래서 행정실 사람들은 오늘도 슈퍼맨이 된다. 가만히 앉아서 컴퓨터를 두드린다고 해서 쉽게 타이핑되는 것이 아니다.


"사장님~~ 저 편한 직장 아니에요."라고 말하고 싶었다.


카톡, 카톡, 카톡,

단톡방이 울린다.

분명 새로운 지침의 공문이 또 시달된 것이다. 이번엔 어떤 분야의 일이 카톡을 괴롭히는 것일까? 우리는 다시 공유하고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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