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음식을 가족과 둘러앉아 먹을 때, 가지런한 나무들이 줄 서 있는 숲길을 걸을 때, 김동률의 노래가 뜻하지 않은 곳에서 조용히 흘러나올 때 저절로 드는 생각. 아~행복하다.
우리 집에 루이가 오고 나서부터는 매일매일 당연하게 행복해졌다.
침대에서 아들과 나란히 자고 있는 모습은 더할 나위 없이 사랑스럽다. 아들이 자고 있는 모습만 봐도 흐뭇한데 거기에 고양이까지 누워 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내 눈에는 드라마 속 한 장면 같다. 콩깍지.
자고 있어도, 고양이 세수를 하고 있어도, 매일 보는 나를 처음 보는 표정을 지을 때도 너무 귀엽다. 염색을 하고 오면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런 나를 위협하려고 몸을 있는 힘껏 휘고는 총총총 달려 나오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우스운지 모른다. 그런 진지하고 용맹한 루이의 모습이든 그어떤 표정이든 루이를 보고 있는 내 얼굴에서행복함이 절로 나온다. 눈을 깔고 나를 야려볼 때조차도.
지나가던 루이를 와락 품에 안으면 루이의 부드러운 털과 따뜻함을 느낀다. 우리 애들이 신생아였던 그때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작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결정체. 어떤 부드러운 인형도 대신할 수 없는 살아있는 도도한 고양이. 품에 안을 수 있는 고양이 충전시간은 늘 부족하다. 숨겨있는 발톱과 앙칼진 이빨만이 루이가 부드럽기만 한건 아니라는 걸 알려준다. 벌써 나를 앙물고 말았다.
루이가 침대 아래서 계속 나를 응시한다. 에옹 거리며 놀아달라고 한다. 낚싯대에도 반응이 없고 손가락에도 반응이 없다. 숨바꼭질을 하자는 신호다.
나는 루이보다 나이가 많아서 몇 번의 숨바꼭질을 하다 지치고 만다. 루이는 그것이 아쉬운지 계속 아래서 나만 바라보고 있다. 집사가 관심을 두지 않자 눈을 감더니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이렇게 쉬운 동물이라니 그 모습을 직관을 하고 있으니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집에 들어가면 현관에 가만히 앉아 내 손길을 받아준다. 엉덩이를 몇 번 토닥이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걸으면 내 앞으로 종종 걸어가 밥을 기다린다. 나의 손길과 나의 관심이 필요한 루이가 있어 나는 오늘도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