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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거북이 Jan 14. 2024

주황색 1호선과 아버지

2023년 부산교통공사 고객안내기 사연보내기 공모전 장려상 

 올해 72세이신, 아버지께서는 매일 지하철 1호선을 이용하신다. 이미, 한 올도 남기지 않고, 머리는 백발이 되어 버렸고, 치아는 몇 개 빠져서 의치를 하셨고, 두꺼운 안경을 끼셨지만, 그래도 건강하게, 부산의 여러 아프신 분들을 위해, 매일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신다. 지금은 부산 동구청 보건소에서 계약직 진료의사로 근무하고 계신다. 서구 집에서 아버지께서 가장 편하게 이용하실 수 있는 교통수단은 지하철이다. 하기야, 아버님은 운전면허가 없으시다. 


어릴 적, 왜 우리 아버지는 운전면허를 안 따시고, 노력도 안 하실까? 그래서, 우리 집은 차가 없는 것일까? 새로 산 아빠 차를 자랑하는 친구들이 마냥 부러웠다. 골프, 해외여행, 자동차 이 모든 것들을 사치로 여기셨고, 그런데 돈을 쓸 필요가 없다고 하셨다. 한국전쟁 때, 개판 오 분전인 부산에서 태어나셨기 때문에, 그 시절 어려움을 생생히 겪은 트라우마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부산 도시철도가 있어서, 이동에 불편함이 없으시니, 천만다행한 일이다. 


코로나 때문에 근래 몇 년간 무척이나 바쁘셨다. 코로나 검사에, 예방접종에, 진료에, 파견 지원까지, 자주 뵙지도 못하고, 혹시나 건강에 문제가 생기실까봐 걱정이 되었다. 의료진이라 본인 의지와 관계없이, 가장 먼저 백신을 맞으셔야 할 때도 혹시나 하는 걱정이 앞섰다. 오늘도, 아마 도시락이 든 백팩을 매고, 지하철을 타고는, 노약자석에 앉으셔서 잠깐 손녀들 사진을 핸드폰으로 보면서, 웃으면서 하루를 시작하셨을 것이다. 그리고, 아픈 환자들을 돌보는 것을 운명처럼 생각하시고, 기쁘게 출근하셨을 것이다. ‘나 때는 말이다.’라는 말 대신에, ‘그래, 어려운 세상에 고생이 많구나.’라고 말씀하신다. ‘나는 노년에 이런 자세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생각해 본다. 솔직히 자신이 없다.  


‘주황은 태양의 색이다. 그것은 타인에 대한 배려와 사려깊음을 나타내는, 일반적으로 생명력 넘치고 좋은 색이다.’에드거 케이시라는 유명한 미국의 예언가가 한 말이라고 한다. 1호선의 주황색, 나에게는 아버지의 부산에 대한 마음, 환자들에 대한 마음을 나타내는 색깔로 느껴진다. 분명, 아버지와 주황색은 닮은 점이 많은 것 같다. 배려, 사려깊음, 생명력, 오늘도 아버지는 주황빛 라인이 환히 내다뵈는 1호선 탑승구 앞에 와서, 누군가에게 헌신하시려고 하실 것이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유치환 시인의 ‘편지’의 시구처럼, 오늘도 부산 도시철도 1호선에는 행복과 사랑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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