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 깊은 시골동네지만 와수베가스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없는 게 없는 동네다. 이유인즉 인근 군부대가 많아 주말이면 외출 나온 군인 사병부터 젊은 군인부부에그들의 어린 자녀들까지, 농사일로 돈을 버는 외국인 근로자,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모두 모여 사는 특이한 동네다.
난 어릴 적 이곳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다. 벌써 80이 다 되신 엄마가 정정하게 농사짓고 살고 계신 곳이기도 하다.
오늘은 장날이라 사람들이 더 많았다. 큰딸이 5살인데 아빠랑 자전거 타다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하는 바람에 씻기기 힘들어 머리를 감겨주러 와수리 미용실을 찾았다. 가는 미용실마다 군인들이 짧은 머리를자르기 위해대기하고 있었다.
미용사 아줌마는 귀찮은 듯 편한 옷차림에 서비스 제로인 모습으로 우리 딸 머리를 선심 쓰듯 감겨준다고 했다. 가격을 먼저 물어보지 못한 게 내 실수였지만...
머리 박박 감겨주시고 드라이로 긴 머리 살랑살랑 말려주시더니 얼마냐는 내 물음에 "만원"이라고 대답을 하셨다.
순간 놀래서(비싸야 오천 원 예상함) 모 이리 비싸냐고 물어봤지만 아줌마 대답이 더 가관이었다.
군인들 머리를 자르면 5분이면 끝나는데 안 해주려다 해줬단다ㅠㅠ. 그러더니 카드로 15000원을 습관적으로 긁으셨다. 순간 나는 놀라서 "아줌마~5천 원 더 긁어 자나요."라는 말이 대포알처럼 튀어나갔다. 아줌마한테 5천 원 돌려받고 씩씩대며 신랑이랑 미용실을 나왔다. 신랑은 참으라고 나를 다독였지만 기분이 많이 안 좋았다.
"신랑~나 미용기술 배워서 와수리에 미용실 차릴까 봐."
(반은 진심이었다. 난 지금 직장을 그만두고 개인사업 하는 것이 꿈이다) 신랑은 또 시작이라며 정신 차리란다.
신랑은 우리 딸이 기분 좋게 머리 감았으니 그거로 된 거라 말한다.
난 근데 진심으로 화가 났다.머리 감겨주고 만원이라니ㅠㅠ
요즘 군인들이 월급이많이 올랐다 해도 안쓰러웠다.
언젠가 와수리에 미용실을 차려 군인들과 외국인들에게 친절하고 가격도 저렴한 인기 많은 미용실 사장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