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버스 적응 및 친구 사귀기
1월 2일, 초등학교 생활이 시작됐다. 그 말은 모미 뿐만 아니라, 부모에게도 새로운 시작이 된다는 이야기다. 학교가 멀리 있고, 차가 없는 우리는 스쿨버스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스쿨버스가 아닌, 사설 운영하는 버스이고, 그 버스는 제일 첫 아이를 아침 6시 15분(!) 에 픽업하고, 6시 38분(!) 에 우리집을 거쳐, 6시 56분(!) 에 마지막 아이를 픽업해서 학교에 7시 15분에 도착하는 10인승 밴이다. 총 9명의 아이가 탑승한다. 그리고 우리의 기상시간도 앞당겨진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모미는 멀미를 한다. 처음 알게된건 모미가 2-3살 때, 싱가포르 옆 바탐 섬에 가는 배에서 멀미를 했던 때였고, 그 후로 괜찮다가 지난 한해동안 매우 심해졌다. 심해진 정도는- 차를 타면 무조건 토를 했다... 우리에게 학교생활보다 더 커다란 고민거리일 수 밖에 없었다. 학교 상담선생님도 입학전에 우리부부에게 전화를 했을 정도로 중요한 일. 아침에 토한 기분이 학교에 대한 첫 인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2022년 한해동안 조금 지켜봤다. 그 1년간 버스/지하철이 아닌 다른 교통수단을 타게되면 무조건 토를 했다. 코로나 이후 3년만에 처음으로 한국에 방문했을 때는 비행기에서도 멀미를 하고, 인천공항에서 내려서 부모님댁에 가는 동안 차를 계속 멈춰서야 할 정도로 멀미를 하고 계속 토를 했다. 심각한 일...
입학 전 병원에서 상담을 하고, 약국에서 멀미약을 사고, 또 멀미 사탕과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하여 토봉지도 여러개 준비해뒀다. 의사선생님은 아침에 따뜻한 액체류 (데운 우유, 보리차 등) 을 조금이라도 먹이고, 제일 앞자리에 앉도록 하라고 했고, 혹시 몰라 첫 한주동안 매일 멀미 사탕을 먹였다. 이제 적응이 되어서 괜찮아졌다 싶었을 때, 멀미 사탕을 중단하고 보냈다. 그리고 얼마 후 학교 선생님에게 전화가 왔다. 모미가 학교에 오자마자 토를 했다고... 옷이 다 젖어서 학교에 있는 여벌의 교복으로 갈아입혔다고... 그리고 그 이후로도 몇번 학교에 도착해서, 혹은 스쿨버스 안에서 토를 했지만, 아침마다 안전교육 (토할 것 같으면 앞주머니에 있는 토봉지를 꺼내서 거기에 하고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리면된다-) 을 해서 그렇게 지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여러번 반복이 되어서, 다시 멀미 사탕을 먹는 쪽으로 돌아섰다. 언제 이 사탕을 끊을 수 있을까.
그리고 2월이 되자, 집에 돌아오는 노선에서 제일 마지막에 내리는 아이 엄마가 그룹쳇에 글을 올렸다. 아이가 멀미를 너무 많이 해서 집에 오자마자 토를 한다고... 맨앞자리를 줄 수 있겠냐고. 우리도 바로 그룹챗에 글을 올려서 모미는 학기 시작부터 계속 그래서 맨앞에 앉는다고, 괜찮다면 둘이 같이 맨앞에 앉는게 어떻겠냐고. 그리고 멀미사탕과 토봉지 정보를 교환했다.
그럼에도 아이는 아이다. 스쿨버스를 너무 좋아한다. 엄마 아빠 없이 혼자서 차를 타고 거의 1시간이나 매일 다닌다는 사실에 너무나 뿌듯해한다. 거기에 더해, 그 1시간을 혼자가 아닌, 아주 재미난, 왁자지껄 떠들석한 또래 친구들과 (이 차에는 올해 1-2학년인 아이들 9명이 탄다.) 함께 가서, 학교가는 시간이 너무나 재밌다고 한다.
학교와 제법 거리가 있는 이 동네에서 스쿨버스를 타고 통학한다는건 이 아이들 모두 우리와 같은 평범한 외국인이라는 것이다. 스쿨버스에는 말레이시아 아이, 중국아이, 중국계 호주아이, 러시아 아이, 일본 아이, 베트남 아이가 함께 타고 있고, 모두 아주 장난꾸러기이다. (조금 위험해보이기도 한다. 사설 이기 때문에, 안에서 애들을 돌봐주는 어른이 없고, 그렇기 때문에 차안에서 애들이 안전밸트도 안매고, 여기저기 자리를 옮겨다니며 장난치며 논다. - 부모들 챗그룹에서 이야기가 나왔고, 각자 안전 교육을 하고, 너무 심한 경우 운전기사가 주의를 주는 방향으로 정리가 됐다.)
게중에 모미를 제외한 유일한 여자아이와 모미는 이틀만에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고, 일주일 뒤 서로 엄마 연락처를 교환했다. 주말에 엄마들끼리 연락해서 같이 만나서 놀자고. 그리고 한달 뒤, 모미는 이번엔 중국 남자아이 엄마 연락처를 가져왔다. 주말에 놀자고. 이렇게 아이의 사회가 넓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