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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 Mar 08. 2023

싱가포르 초등학교 첫 장벽, 중국어

아빠는 한자가 싫다...하지만 이렇게 공부하면 어느 정도 되지 않을까?

싱가포르는 영어가 주 언어이다. 그리고 이 나라에는 4개의 공용어가 존재한다: 영어, 중국어, 말레이어, 타밀어 (인도친구에게 왜 힌디어가 아닌 타밀어냐고 물어보니, 예전에 타밀어를 사용하는 지역 인도사람들이 많이 이주해왔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많은 인도친구들도 하는 수 없이 모국어 수업에서 중국어를 선택한다고 한다. 힌디어를 쓰는 많은 인도인들에게 타밀어는 외국어일 뿐이고 쓸모도 크게 없으므로...)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학교에서 배우는 언어로 중국어를 선택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부모의 기대수준 낮추기:

싱가포르에서 중국어는, 말하자면 우리나라에서의 영어와 마찬가지이다 (조금 더 많이 쓰이고 사람들이 자주 사용한다 뿐이지, 적어도 교육현장에서는 그러한 것 같다). 즉, 싱가포르 학교에서 중국어를 잘 따라간다고 해서, 중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지는 못한다는 말이다. 마치 한국에서 학교 영어를 잘 따라가도 영어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인 것처럼. (물론 중국어를 전혀 모르는 내 입장에서 보면 그것도 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회사 동료들, 이곳에서 싱가포르 정부 장학금을 받고 공부했던 소위 '우등생' 들과 이야기 해보면 대부분 중국어를 부담스러워 한다. 중국말은 어느정도 말하고 알아듣지만, 업무적으로 필요하면 통번역해줄 수 있는 중국인이 있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그들도 방학때 자녀들을 위해 대만 등으로 중국어 어학연수를 떠난다. 외국어는 어디에서든 어려운 문제인가 보다.)


학교 입학식 날 전해준 싱가포르 초등학교 1학년 중국어 학습목표와 방법론

학교에서 일러준 1학년 중국어 학습 목표는 간단한 지시와 이야기를 알아듣고, 대화를 하고, 간단한 글을 읽고 (한어병음 포함), 간단한 글을 제대로 쓰는 것이다.


그렇게 중국어 수업이 시작됐다. 모미가 초등학교 전에 다녔던 유치원은 중국어를 나름 열심히 가르쳐줬다. 사실 가끔은 좀 과하다 싶을만큼 가르쳤다. 그래서 모미는 현재 초등학교 1학년 중국어를 나름 즐기며 배우고 있다. 유치원 때보다 쉽다고... (유치원에서 과하다 싶은게 어느정도냐면, 밤에 잠잘때 우리집 둘째, 모마 (5세-유치원 재학중) 는 이렇게 기도하며 잠잔다: 중국어가 너무 어려워요. 중국어 싫어요. 중국어 잘하고 싶어요... 그리고 아침에 중국어 때문에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울며 유치원 땡땡이를 친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려움은 있다. 

첫째, 아이의 교육 성장정도, 어느 정도 이해하고 따라가는지를, 부모가 도와주기는 커녕, 아무 것도 알 수 없다.

둘째, 1학년 2주차부터 숙제가 나오는데... 숙제가 뭔지 모를 뿐더러, 안다 하더라도 뭘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이는 선생님이 적어준 것을 나름 받아적어오는데... 그 글자가 맞는지는 모른다..)

(나는 학교다닐 때 나름 공부를 조금 했다고 자부한다. 단, 한자만 빼고... 수우미양가 중 '가'를 받은 자랑스러운 과목이 한자다. 애들이 이런건 닮지 않기를...)


싱가포르 초등학교 1학년 중국어 교과서 (제일 오른쪽은 중국어 바른생활 교과서)
(좌) 모미의 1월 어느날 숙제. 파파고도 읽지 못했다...뭘 하라는 것일까... (우) 또다른 1월 어느날 모미 학교 숙제

사교육

따라서. 비록 나는 사교육 절대 반대를 주장하는 사람이지만, 중국어만은 예외로 두기로 했다. 단 최소한으로만. 모미의 예전 유치원 친구 (1살 위) 가족인 미국 부모의 소개로 매주 화요일에 1-2시간 씩 중국어 과외를 하기로 했다 (가격은 하루 5만원 정도). 목적은 수업을 잘 따라가는지 확인 겸 예/복습, 학교 과제 봐주기 겸, 각종 질의응답 용 - 따라서 중국어 과외는 학교 교과서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으로 했다. (왕년에 한 과외해본 경험으로 봤을 때, 과외는 사실 잘만 활용하면 효과적이다. 예전에 과외했던 고등학생 영어 성적을 30점 대에서 80점 대로 올려줬던 기억이...) 하지만, 난 전반적으로 이 시스템에 반대한다. 굳이 그렇게 돈과 에너지를 써서 인생 ROI (Return on Investment) 가 그렇게 크지 않은 일에 어릴 때부터 매이게 하고 싶지 않다. 놀기에도 모자란 시간인데... 하지만 부모로서 내가 해줄 수 있는게 아무 것도 없는 이 부분은 어쩔 수 없이 맡기기로 결정했다. 그외 나머지 과목은 이슈가 생기면 내가 도와주는 것으로 하고.


모미가 중국어 과외수업을 받는 동안, 둘째 모마는 두어번 옷을 갈아 입는다. 옷을 갈아입으려면 모미가 수업하는 방에 들어가야하고, 그러면 그 책상 옆을 위성처럼 돌아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어떤 중국 단어를 캐치하면 모마도 한마디 거든다 (물론 이 경우 예외없이 엄마에게 질질 끌려나오게 된다.)


미디어

이와 더불어 무엇을 더 할까 + 해야할까 + 할 수 있을까...고민을 하다. 그리고 내가 어릴 적 영어를 어떻게 공부했는지 생각했다. 영어를 혼자 공부했던 난 어떻게 했나- 초등학생 시절 난, 공용방송에 나오는 AFKN을 매일 보고, 영화볼 때 자막 가리고 보기 를 하며 혼자 영어 듣기와 말하기 연습을 했다. 그게 나에게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지금 영어를 쓰며 밥벌이 해먹는데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봐서는 도움이 안되지는 않았겠다 란 생각이 들어서 같은 방법을 쓰기로 했다. 자고로 공부는 즐거워야하니. (이를 위해 '사교육 절대 반대' 외에 아빠의 또하나 교육철학인 '미디어 없는 집'을 어느 정도 완화해야 했다.)

애들이 좋아하는 디즈니플러스 애니메이션 시리즈 - 그 중에서도 애들이 좋아하는 공주 혹은 유니콘 나오는 시리즈들- 을 중국어 더빙버전으로 보여주기 시작했다. 

디즈니플러스 설정 화면 (영어자막은 만약을 대비해서 넣어줬고 (사실 이건 같이 보는 아빠가 이해하고 싶어서...), 이것도 올해말에는 중국어자막으로 바꿀 예정이다.)

결론적으로 이건 모미와 모마 모두 아주 좋아한다. 원래 미디어를 아예 안보여주고, 무언가를 잘했을 때 아주 가끔 보여주는데- 비록 중국어여도 재미난 것들을 좀 더 자주 볼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이 너무나 좋은가 보다.

(덧. 우리집에는 텔레비젼이 없다. 우리 부부는 대학원 유학생이었다가 한국에서 (부모님 집에 기거하며) 회사를 잠시 다니다가 바로 외국으로 다시 나온 케이스이기 때문에... 나의 경우 한 14년 전부터 텔레비젼이 없이 살았다. 그리고 나와 결혼해서 살고 있는 와이프도 결혼 후 10년간 텔레비젼이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는 이게 당연한 삶이 되었다. 요새도 각종 드라마와 티비쇼, 넷플릭스 등등...잘 모른다...)


이런 배경 하에, 모미와 모마는 디즈니 만화에서 중국어로 대화하는 캐릭터들을 일주일에 두어번 씩 본다. 아이들은 어차피 상황으로 언어를 익히고 체화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학교와 유치원에서 배운 약간의 단어와 문장들이 저 화면 속 언어와 상황과 매치되면 조금 더 빨리 익히게 되지 않을까 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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