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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뀨우 Jul 18. 2021

시험은 머리싸움이면서 기싸움인 것을.

2021년 7월 열두째날의 단어들

아니, 아침 9시부터 예약 접수를 받을 줄 알았는데 12시부터라니. 자려고 누웠는데 부리나케 컴퓨터 앞으로 가서 백신 예약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연결됐는데, 내 앞에는 금강산 봉우리마냥 대략 일만이천 명이 줄 서 있었고 몇 분 지나지 않아 내 앞사람보다 뒷사람이 훨씬 많게 되었다. 그래도 3시간 반을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일단은 그냥 자기로 했다.


동생이 급하게 깨운다. 백신 예약창이 떴단다. 눈을 비비면서 컴퓨터 앞에 다시 앉아 예약을 했다. 밤새 예약이 끝났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히 생각보단 여유가 있었다. 날짜와 시간, 장소를 물어본 뒤 예약했다. 서울, 경기는 동네 곳곳 어디서라도 백신을 맞을 수 있는 것 같은데, 시골은 아닌 모양이다. 30분은 차 타고 시내까지 나가야 하는 것 같았고, 그나마도 시골 큰 병원은 일찌감치 예약이 끝나 있었다. 그래도 예약한 것이 어딘가. 감사히 생각하자.


으이구. 예정된 일정을 마치고 홀가분한 마음이었는데, 집에 돌아가는 길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좀 더 현명하지 못했던 선택들이 두더지 게임의 두더지처럼 불쑥불쑥 떠오른다. 전략적으로 배점이 크고 가치 평가를 해줄 것에 시간을 분배했어야 하지 않나. 사실 시간에 쫓겨 애초에 분배할 시간이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계산적으로 행동할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은 아쉬웠다. 이건 순수와 정직이 아니라 그냥 바보다. 또 한 가지는, 내가 나를 믿지 못하고 나를 애써 부정하며 다른 답을 고른 것. 시험은 머리싸움이면서 기싸움인 것을.


손이 아프다던 엄마가 붕대를 하고 왔다. 미용실도 다녀왔다는데 눈치 채지 못했다. 좀 더 세심한 자식이 되지 못하려나. 말투도 고분고분하게 말이다. 속죄의 마음으로 설거지를 했고, 얼마 뒤 동생이 수고했다며 책상에 천 원을 놓고 갔다.



ワクチン : 백신

擦る(こする) : 비비다

モグラ : 두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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