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덕소덕 : 소심한 덕후들의 소소한 덕질 라이프 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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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특집으로 제가 선택한 작품은 바로 <작은 아씨들>입니다. 2019년도에 개봉한 비교적 최근 영화로, 너무나 유명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죠. 원작은 루이자 메이 올컷이 지은 소설로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마치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전쟁으로 부재한 아버지를 기다리며 가난하지만 활기 있는 마치가의 이야기는 이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로도 알려져 있죠.
다른 어떤 것보다 제게 매력적이었던 것은 바로 네 명의 마치가의 아이들의 캐릭터였습니다. 장녀로 책임감을 보이며 아버지의 다정함을 사랑하는 메그, 꾸미는 것보다 글쓰기를 좋아하고 대범하고 솔직한 매력이 있는 조, 조용하지만 누구보다 착한 성정을 가진, 혼자 피아노 치는 것을 즐기는 베스, 그리고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소녀인 에이미까지. 이 자매들의 성격과 성향은 너무나 다채로워서 보는 이로 하여금 한 인물에 크게 공감하게 만들고, 누구 하나도 미워할 수 없게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놓았다는 점에서 또한 그 매력이 있습니다.
저는 이 네 명의 캐릭터를 보다 보니, 이 캐릭터들은 다양한 소녀들, 여성의 캐릭터를 담아 놓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때로는 메그, 때로는 조, 그리고 때로는 베스나 에이미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렇기에 이 소설이 이토록 사랑받고 지금까지도 재창작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 캐릭터 한 명 한 명의 모습들에 공감하면서요.
어렸을 적 <작은 아씨들>을 읽으며 좋아했던 캐릭터는 조입니다. 조세핀은 누구보다도 솔직담백하며 창작을 좋아하고 멋진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망설임 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삶의 방향대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제겐 멋있었고, 그런 조의 모습은 저에게는 롤모델과 같았습니다. 무엇보다도 글쓰기를 좋아하며, 잘쓰는 것 또한 멋있었고요.
하지만 플로렌스 퓨 특집으로 이 영화를 다시 보다보니, 그가 연기한 에이미가 새롭게 눈에 들어 왔습니다. 에이미는 조의 소중한 원고를 태우기까지 하며 언니에게 복수하려고 한 철부지였지만, 메그의 결혼 이후 대고모를 따라 유럽으로 넘어가 생활하게 되며서부터는 허영심이나 철 없는 모습은 점차 사라지고 보다 솔직한 매력의 캐릭터가 되었음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조와 에이미는 그 사이 로리라는 캐릭터로 연결되어 있는 삼각관계로도 생각할 수 있는데요. 로리는 처음 본 순간부터 조를 사랑하고 그 사랑을 전했지만 결국 조는 그를 거절하죠. 그리고 조는 뉴욕으로 떠나 작가 생활을 합니다. 그리고 이후 로리는 유럽 등지를 여행하며 방탕한 생활을 이어가고요. 그러면서 프랑스에 있던 에이미와 만나게 되고, 그 모든 순간동안 에이미는 자신을 사랑하고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에이미에게 사랑을 느끼게 됩니다. 조는 베스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집으로 돌아와 베스와 시간을 보내며 베스를 위한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베스는 결국 병으로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그렇게 사랑하는 동생까지 떠나보낸 조는 불안함과 고독감에 사로잡힙니다. 그리고 로리의 고백을 거절했던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게 되죠. 자신이 사랑하지 않더라도, 자신을 사랑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요.
저는 이 세 인물의 관계와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정말, 일관되게 자신에게 솔직했던 것은 에이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바로 알고, 가족과 자신을 위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과 결혼을 해야 한다는 그 상황 속에서도 결국 데이트를 하던 프레드의 청혼을 거절했으니까요. 그리고 예전부터 계속 사랑해왔던 로리와 그 마음을 확인하고 이어지게 되죠.
저는 플로렌스 퓨가 이처럼 다양한 에이미의 모습을 잘 그려냈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어렸을 때 모습에서는 정말 철부지 그 자체로 저도 마치 조가 된 것처럼 에이미가 얄미웠거든요. 그러다 극의 중후반에 가서는 누구보다도 어른스럽고 솔직한 매력을 지닌 캐릭터로 분했고요.
영화 <작은 아씨들>에는 주옥과 같은 대사들이 많습니다. 저는 <작은 아씨들>의 매력 포인트를 이 대사에 두고 싶을 정도로 기억과 마음에 남는 대사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책으로 치면 밑줄을 긋게 하거나 페이지 구석을 접어 표시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대목들이죠. 저는 그 메시지가 결국 여성으로서의 삶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어떤 삶을 살 것인지,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지를 극중 캐릭터들이 고민하고 선택하는 것을 바라보며 함께 고민하는 거죠. 그래서 저는 네 자매들 한 명마다 그 주옥 같은 명대사를 하나씩 선정해봤습니다.
메그의 결혼식 장면
메그는 자매들 중 가장 먼저 가정교사인 브룩과 결혼합니다. 평소 결혼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언니를 빼앗긴다고 여겼던 조가 결혼식 당일까지 언니를 말리자 메그는 조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내 꿈과 네 꿈이 다르다해서 중요하지 않은것은 아냐
때론 우리는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삶을, 방향을 선택하지 않는 이들을 보게 됩니다. 다른 인생의 선택, 그리고 꿈에 대해서 존중하는 태도를 가지는 것. 그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조의 솔직한 고백 장면
조는 베스를 떠나보낸 이후 어머니와의 대화에서 자신의 생각과 불안함, 그리고 그로 인한 외로움에 대해 솔직하게 고백합니다. 이 장면의 대사들이 너무나 진솔하고 공감이 가는 대사라 공유하고 싶습니다.
전 사랑받는 게 더 중요해요. 사랑받고 싶어요. ... 여자도 감정만이 아니라 생각과 영혼이 있고, 외모만이 아니라 야심과 재능이 있어요. 여자에겐 사랑이 전부라는 말에 신물이 나요! 지긋지긋해요! ... 하지만 너무 외로워요.
조는 로리를 너무 일찍 거절해버린 것에 대해 후회하며 어머니에게 로리가 자신에게 다시 고백할지, 다시 고백을 받는다면 응하겠다고 말한다. 계속해서 그를 사랑하느냐는 질문에 조는 그것보다 자신이 사랑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며, 사랑이 전부라는 말이 신물나지만 그렇지만 외로운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털어 놓습니다.
베스가 조에게 글을 써달라 말하는 장면
조는 아픈 베스를 위해 해안가로 여행을 떠나 시간을 보냅니다. 그리고 베스는 조에게 자신을 위해 글을 써달라고 하죠. 자매들의 이야기를 계속 써달라고 부탁하는 베스에게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글이라고,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라고 말하지만 그에 대해 베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계속 써야 더 중요해지는 거야
이 말은 극중 상황뿐만 아니라 다양한 상황에서 적용되는 울림을 줍니다.
에이미의 거절 장면
에이미는 프랑스에서 만난 로리가 자신의 마음을 알게된 이후 고백하려 하자 이렇게 말합니다.
그만둬! 나는 모든 일에서 조에게 밀려 왔어. 로리 네가 조를 가질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나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야. 그러지 않을 거야. 평생을 사랑한 너지만 그러지 않을 거야.
에이미에게는 조를 대신해 고백하려는 것으로 보였기에 비참한 사랑은 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같은 말이기도 했습니다.
p.s. 영화 <작은 아씨들>에는 다양한 여성 배우들이 등장합니다. 정말 쟁쟁하고 훌륭한 배우들이 많으니 어떤 배우들이 등장하는지도 주목해서 보시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대고모 역을 맡은 메릴 스트립과 자매들의 어머니 역을 맡은 로라 던 배우가 인상적이었답니다. (로라 던 배우는 이전에 이야기한 <결혼 이야기>에서 변호사로 등장해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던 배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