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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주 May 14. 2021

부부는 섹스로 연애감정 유지하면서 사는 거예요.

소설 <하는, 사랑> 북토크 기록 - 9

장편소설 <하는, 사랑>의 온라인 북토크 영상 기록을 글로 옮기고 있습니다. 

1편은 제가 독자님들께 드리는 이야기였고요, 2편부터 독자분들의 사전 질문에 대한 저의 답변을 정리해서 올리고 있습니다. 열여섯 개의 질문을 정리했고요. 이번 편이 마지막입니다.


북토크 당시 말투를 그대로 올립니다.

(미성년자에게는 부적절한 내용이 있습니다.)




15.  연애 때는 서로 다정했지만 결혼한 이후에는 그게 쉽지 않아요. 애틋한 마음은 이제 다 사라진 건가 싶기도 해요. 작가님 부부가 일상에서 다정함을 유지하는 비결이 있나요? 


일상의 다정함이라는 건 정말 중요한데, 애초에 무뚝뚝한 사람은 그게 좀 힘들 거예요. 

근데 사람은 노력하면 변해요. 저도 사랑의 말이나 몸짓, 애교 이런 거 잘 못했거든요. 남편이 사랑한다고 하면 겨우 '나도' 이럴 정도였어요. 

근데 지금은 남편 따라서 많이 변했고요. 여러분들 앞에서 섹스 얘기도 하잖아요. 


모든 게 그렇지만 처음 몇 번이 어려운 거예요. 부끄러움을 좀 견디면 그게 아무렇지 않아지고 편해져요.

나는 죽어도 못해. 이런 분은 스스로 반성을 하셔야 해요. 죽어도 못하는 게 어딨어요. 

갑자기 변하면 너무 창피할 거 같다는 생각도 하실 텐데, 그렇게 확 변하지도 않아요, 꾸준하게 노력하셔야 하는 거예요. 

소설에서 윤주가 조금씩 내보이다가 어느 날 날아올랐다는 것처럼, 또 희수가 다정한 말 연습한 정도는 노력해야죠!


애가 중학생이 되면서부터는 저희가 대화하는 거 들으면 토하는 시늉도 하고, 껴안고 있으면 막 달려와서 떨어뜨리려고 하기도 하고 그러다 안 되면 같이 엉겨 붙기도 하고, 둘이 연인들 말투 같은 거 하면 제발 그런 것 좀 안 하면 안 되냐고 그러는데요. 

이런 분위기, 그러니까 가족 간에 서로 애정이 담긴 대화나 제스처가 쑥스럽지 않은 분위기는 중요한 것 같아요.

    

윤주랑 재성이가 소설 속에서 서로에게 보이는 태도나 말에 더 많은 할애를 하고 싶었는데 분량 문제도 있고, 괴리감의 문제도 있어서 그렇게 못했어요. 편집자님 중에 한 분은 재성이가 판타지 속 남편 같다고 했는데요, 이 정도로만 가지고도 그런 생각을 할 정도인 거잖아요.


저는 부부 사이의 다정함이 섹스 없이 나올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섹스하지 않는 부부 사이에는 반드시 거리가 있어요. 그럴 수밖에 없어요. 

섹스도 안 하는데 어떻게 다정해요?


진짜 다정함이 철철 흘러넘치는 천성이면 그래도 조금은 다정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또 남들 앞에서는 평소랑 달리 조금은 다정하게 대할 수도 있을 거예요. 근데 전 이것도 되게 어색할 것 같거든요. 다른 사람이 있다고 태도가 조금 변한다면 너무 짜증 날 것 같고, 내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아요. 아이가 있다면 아이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엄마 아빠의 태도가 다른 사람이 있고 없고에 따라 다르다, 이러면 굉장히 혼란스러울 것 같아요.

 

섹스하지 않는 부부는 평소에 서로를 위하는 태도, 애정 어린 말, 제스처나 스킨십이 자연스럽게 나오기 힘들지 않나 생각해요. 있다고 해도 그 깊이는 꽤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종종 “나한테 왜 이렇게 잘해줘?” 그러면서 안기고 그러는데, 나이가 오십이 다 되어 가는데도 이런다는 게 웃긴데요. 남녀 관계에서는 나이 상관없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16.  나이도 들고, 살도 쪄서 성적인 매력이 사라진 지 너무 오래됐어요. 남편에게 성적으로 끌리지 않고 남편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결혼한 지 오래된 부부가 서로 성적 매력이 있을 수 있을까요? 


아까 처음에 미드 화면 보여드린 것처럼 아름다운 옷을 입고 예쁘게 꾸몄다고 무조건 성적인 매력이 올라가는 건 아니에요. 모르는 사람이면 처음 몇 번은 그런 것에 이끌릴 수도 있지만 부부잖아요. 

성적 매력을 유지하는 방법은 서로가 성적인 대상이면 되는 거예요. 


저희 부부는 올해 결혼 23주년인데요, 이렇게 오래 같이 살았는데 객관적으로 서로에게 무슨 환상이 있어요. 

그런 환상이 가끔이라도 필요하다면 그건 만들어야 하는 거예요. 새로운 장소나 새로운 시도가 그걸 도와줄 수도 있고요. 그래서 역할놀이도 하는 거예요.


사실 타고나길 예쁘고 나이 들어서도 몸매가 좋다면 조금 더 낫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근데 그렇다고 무조건 성적 매력을 느끼고 사랑하게 되나요? 연예인 부부 보세요. 그렇게 예쁜 부인 두고 바람나는데요.

    

성적인 매력이 뭐예요. 남자는 남자로, 여자는 여자로 보는 거잖아요. 누구 아빠나 누구 엄마. 살림해주는 사람. 돈 벌어오는 사람으로 여기는 게 아니고 남자와 여자라는 본연의 매력을 말하는 거예요. 

나를 이성으로 바라봐주는 그 눈빛과 말투 때문에 사랑을 느끼는 거잖아요. 그래서 일흔 살에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사랑에 빠지고, 쪼글쪼글한 얼굴도 예쁘다고 쓰다듬어 주고요. 


허리도 굵고, 배도 처지고, 얼굴에 주름 생기고, 머리도 매일 안 감고, 집에서 맨날 무릎 나온 츄리닝만 입고, 똥 싸는 소리도 매일 서로 듣지만, 계속 섹스하는 사이니까 사랑이 유지되는 거고 성적 매력도 느끼는 거예요. 

그래서 연애할 때랑 비슷하게 일상에서 서로 배려하고 위해주고 맛있는 거 먹으면 생각나고, 다정할 수 있는 거예요. 


성욕 하고 로맨틱한 감정하고 크게 다르지 않아요.

섹스하면 감정이 생겨요. 성적인 끌림이 생겨요. 그게 섹스해야 생기는 거예요. 

연애할 때처럼 부부가 내내 상대방을 향한 감정을 달고 사는 게 아니잖아요. 생활을 하는데 그럴 수가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섹스해야 하는 거고, 섹스하면 그 감정이 생겨요. 

부부는 섹스로 연애감정 유지하면서 사는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는 섹스 안 하지만, 사이는 괜찮다고 하시는 분들은 이런 일상의 소소한 것들을 다 놓치고 있는 거예요. 

치고받고 싸우지만 않으면 사이가 좋은 거예요? 

어쨌든 사람은 사랑이 충전되어야 살아가잖아요. 생활에서의 이런 자잘한 감정들이 모여서 충만한 삶이 되는 건데, 그게 하나도 안 되니까 마음이 공허해요. 그래서 다른 거, 유혹 거리, 물질적인 거 추구하게 되고요. 

근데 그런 걸로는 암만해도 부부가 만들어 놓은 거리를 메울 수가 없죠. 그건 깨진 독에 물 붓기 같은 거예요.     

그리고 정말 중요한 건데요. 마음의 여유와 체력도 중요해요. 

여유가 없는데 어떻게 다정함이 나오고 섹스할 수 있겠어요. 근데 사실 여유라는 게 시간으로 생기는 게 아니에요. 정말 시간이 없나? 이 생각을 해보셔야 해요. 핸드폰 보는 시간만 좀 줄여도 하루에 섹스 세 번도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체력은 정말 중요하니까 길러 놓으시고요.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오는 거예요. 




북토크 시작한 지 3시간이 지났네요. 

긴 시간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했고, 서로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오늘 많은 이야기 속에 공통적으로 있었던 건 결국 '대화하고 사랑하자' 였죠. 

모두 하는 사랑 많이 하시고,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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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의 이전글 천천히 하는 묘미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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