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거면 혼자 살라고 말하는 당신에게 - 최민지 지음
를 읽고 쓰는 글입니다.
‘관계를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새로운 개인주의 사용설명서’라는 부제가 붙어있듯이 개인주의의 쓸모에 관한 내용이 가득한 책이다.
가족, 동료, 이웃, 친구, 부부, 자식과의 관계에서 우리가 지향해 나가야 하는 바른 관계를 개인주의라고 말하는 작가는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는 개인주의를 바로잡으며 명확하고 바른 정의를 보여주고 바른 개인주의자가 고민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다.
작가는 원가족과 친구, 동료, 부부(외국인 남편), 새로 맺은 가족, 이웃, 자녀까지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신의 경험을 녹여내어 개인주의를 말한다.
시종 유쾌하고 고개를 끄덕거리게 만드는 글 속에서 작가가 올바른 개인주의자로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을 생각해본다.
나는 그 답을 질문하는 작가의 자세에서 찾았다. 무작정 수용하지 않고 의문을 품는 자세, 그리고 그렇게 자라난 자랄 수 있는 배경이 되어준 그의 부모님도 보았다. 특히 엄마와의 에피소드가 몇 가지 나오는데, 키우는 사람의 말과 행동과 본인의 삶이 자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결혼생활이 나오는 챕터에는 재미난 에피소드가 쏟아진다. 읽는 내내 ‘어쩜 이런 남편과 시부모님을 만났지?’라고 생각할 정도인데, 단순한 운으로 치부할 수 없는 것은 ‘나와 비슷한 사람을 보는 안목’을 길러온 결과일 테고, 결국 선택할 수 있는 용기에 의한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작가와 꼭 닮은, 어쩌면 더 진보된 개인주의자인 작가의 남편 또한 그의 부모님의 육아에 의한 것이니, 낯설지만 부러운 시부모님과의 에피소드 역시 필연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니 마지막으로 나오는 작은 개인과 함께 사는 육아 챕터에 쓰인 글은 모두 수긍이 가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우리는 누구나 개인주의자이다.
누구나 개인주의자로 태어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개인주의자로 살아간다.
하지만 어떤 가족, 집단, 사회에서는 그것이 어렵다. 특히 여자에게는 더 어렵다.
여자에게 주어지는 역할과 기대되는 행태가 개인주의와 거리가 멀기 때문일 거다.
그래서 여성의 개인주의는 더 받아들여지지 않고 매도되기 일쑤다.
나도 수많은 관계 속에서 크고 작은 상처를 주고받으며 서서히 개인주의자가 될 수 있었다.
때로는 이기적인 걸로, 때로는 차가운 사람으로 오해도 받으면서 말이다.
누군가의 개인주의가 이기주의로 오해받지 않고, 매정한 것으로 치부되지 않고, 그 자체로 이해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건강하게 지속되는 관계의 핵심이 개인주의라는 인식이 보편적이면 좋겠다.
개인주의의 핵심 개념은 '존중'이다.
남을 존중하고 나도 존중받는 것.
그러니 이제는 개인주의 좀 하자!
어떤 투쟁을 통해 쟁취해야 하는 개인주의 말고, 자연스럽게 발현될 수 있는 개인주의 말이다.
올바른 개인주의야말로 개인이 가장 장착해야 하는 개념이다.
그리고 그런 개인이 모여 건강하고 유연한 사회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 널리 퍼지길 바란다.
개인주의의 '개인'은 '나'이기도 하지만 '타인'이기도 하다. 내가 존중받길 원하듯 타인을 존중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나는 존중받길 원하지만 타인을 존중하지 않는 것, 나만 생각하는 행동은 개인주의가 아니다. (p.8)
'좋은 가족'이란 서로가 일심동체가 아니어도 괜찮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가족이 아닐까? (중략) 내가 '좋다'고 여기는 모습을 따라 살지 않아도 충분히 수용하고 격려하는 가족, 서로가 별개의 존재라는 것을 알고, 개인의 영역을 존중할수록 좋은 가족의 모습에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p.27)
'삶은 개인적으로, 해결은 집단적으로'. 나는 이 문장이 개인주의를 약으로 쓸 수 있는 아주 좋은 처방전이라고 생각한다. (p.189)
개인주의는 '결혼도 안 하고 아이도 안 낳으며 국가 공동체를 생각하지 않는 이기주의'도 아니다. 개인은 국가 번영을 위한 도구나 수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반대다. 국가와 공동체가 개인을 살피고 위할 때, 어떤 형태로 살든 개개인이 잘 살아갈 수 있을 때야말로 아이들은 탄생하고 성장할 것이다. (p.219)
아이니까, 미성년자니까 보호자 관리가 필요한 게 아니라, 아이이고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어른의 개입이 더 신중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엄마가 계획한 대로 잘 따라와 줘서 고마운 존재'가 아니라, 그저 자연스럽게 자기 삶의 로드맵을 만들어 가는 존재가 되면 좋겠다. (p.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