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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책한잔 Oct 12. 2022

한 남자의 아내, 두 아이의 엄마로

부족한 엄마


저는 부족한 엄마예요

요한이 4살 안나 돌 무렵

암 판정을 받았어요


수술 후 다른 조직 검사를 하게 되었는데

출혈이 한 달 동안  멈추지 않아 입퇴원을 반복했어요

게다가 허리를 다쳐 기어 다니며 육아했어요


두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싶은데

갈수록 육체는 무너져 내리고

어떻게 해야

한 남자의 아내

두 아이의 엄마로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방법은 책이나 유튜브에 없었어요


어린 시절 성당 십자가 앞에서 무릎 굻고 기도했어요


기도는 바로 그 순간 기적처럼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다만 시간이 흐르고 알게 되었어요


'저를 내버려 두지 않으셨군요.'


결혼하고 두 아이를 낳고

'있는 그대로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가 되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어요


시간이 흐른 지금

과거 눈앞에 있던 고통이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 주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엄마, 고통 없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어요."


요한이 말처럼 고통은 현재,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해요



오늘  남편과 병원을 다녀왔어요

평소보다 1시간 일찍 등교하는 아이들의 뒷모습에 든든함이 있었어요


병원 갔다 오는 길 남편과 나눈 많은 대화 

집에 오는 길

단골 추어탕 집 들어가 마주 앉는 의자 없다고

남편이 옆에 앉으라고 해서 기다리는데

음식 갖다 주는 직원분이 웃으며

"왜 여기 앉으셨어요. 안 불편하세요?"

"남편이 의자 없다고 해서요."

"의자가 왜 없어요. 여기 있는데..."

밑을 보니 등받이 없는 의자가 숨어 있었어요

덕분에 연애하던 시절처럼 붙어 앉아 밥을 먹었어요


갖은것이 많아 행복한 것이 아닌

'한 남자의 아내,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고 있어 행복합니다


기도가 이루어진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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